명상음악 치유기능 있어│김현식의 불교음악이야기
김영동의 선(禪) 음반
지난 11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폐막된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빈 집’을 출품한 김기덕 감독이 감독상(은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앞서 김기덕 감독의 2003년도 연출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은 영국, 프랑스, 독일의 흥행호조에 이어 미국개봉에서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짭짤한 흥행수익을 거둔 바 있다. 흥행의 이유로 너나없이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영화가 담고 있는 ‘인간사의 온갖 번뇌와 깨달음’ 이란 주제 때문이라고 한다. 신비로운 호수 위에 떠 있는 암자, 천진한 동자승이 노인이 되기까지 겪는 인생역정과 깨우침, 사계절의 변화로 표현한 삶의 과정 등 영화 속에 내재된 ‘공(空)과 해탈(解脫)’의 함의가 벽안의 그들에게도 전해진 듯하다.
서구식 합리주의와 개인주의는 경제적인 부의 축적을 통해 외형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켰지만 극단의 이기주의와 소통의 부재로 인한 정신의 황폐는 그 어떤 물질로도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영국과 미국의 중상류층은 이른바 ‘젠(Zen, 선의 일본적 발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차츰 확대돼 ‘젠스타일(Zen Style)’이라는 트랜드로 번져 생활방식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교의 ‘禪’에서 비롯된 ‘젠’ 열풍은 참선과 명상을 통해 보편화됐고 급기야는 ‘젠스타일’ 이우리나라에 역수입되는 기이한(!)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번 호에서는 ‘90년대 젠(Zen)열풍’을 시작으로 차츰 퍼져가고 있는 명상음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명상음악은 음악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아주는 치유의 기능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는 추상적으로 우리네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하거나 서구의 뉴에이지계열 음악에 영향 받은 명상음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종교성과 음악성,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불교명상음악을 소개한다.
먼저, 외국관광객들이 한국방문 때 가장 많이 선호하고 또 구입한다는 김영동씨의 명상음반, 이들 중 대표적인 것은 ‘김영동 선(禪)’ ‘김영동 명상음악 선(禪)Ⅱ’ ‘김영동의 소리여행’ 이다. ‘김영동 (선)禪’ 음반에는 전남 순천 송광사 새벽예불의 고즈넉하고 장엄한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예불문, 발원문, 반야심경 순으로 구성된 음반은 예불이 진행되는 경내와 주변 자연의 경건하고 생생한 현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김영동 명상음악 禪Ⅱ’ 에 수록된 ‘귀소’ ‘여명’ ‘산행’ 등은 국악기와 신디사이져 같은 전자악기간의 절묘한 조화로 정서순화에 탁월하게 작용하며, 특히 ‘영산회상불보살’은 석가여래가 영산회에서 설법할 당시의 장중함을 세련된 감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김영동의 소리여행’ 음반에서는 첫 번째 수록곡인 ‘침묵, 대답’을 귀 기울여 감상하면 좋겠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곧 침묵이라는 주제를 염두하고 감상한다면 보다 깊은 평정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명상음악가 홍순지씨가 발표한 ‘세속에서의 명상’ 1, 2집 은 고승들의 선시(禪詩)와 신라향가, 불교경전을 노랫말로 삼은 곡들로 채워졌다. 익숙한 가사와 담담하게 전개되는 선율은 넉넉한 시선으로 사람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다. 1집의 ‘유가야’,‘자하문’,‘문수사’, 2집의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는’,‘내 이야기를 듣게’,‘그래도 머물지 말라’ 등 불교의 참된 뜻을 담은 노래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전해준다.
김영동·홍순지씨 이외에도 우리네 전통을 바탕으로 한 왕준기씨의 국악명상음반을 사찰 부근의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불교경전을 명상음악으로 재구성한 ‘정율스님의 영겁을 하루같이 2-노래하는 기도’ ‘범능스님의 명상음악 1집-나무아미타불’ 음반도 개인의 참선수행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명상음악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불교음악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를 소개하겠다. ‘부처님나라 음악감상실’ 은 매일 오전 2시간씩 사이트 운영자인 박금표씨의 진행으로 다양한 장르의 불교음악을 소개하고 경전을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전히 척박하기만 불교음악 현실에서 ‘부처님나라 음악감상실’ 은 수 년 전부터 불교음악을 알리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소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인터넷에 서툴더라도 클릭 한 번이면 쉽게 감상할 수 있으니 문을 두드려 보기 바란다. 즐길 거리가 많은 계절, 가을이다. 공연관람도 좋고 등산이나 산책도 좋을 테다. 근사한 바깥나들이 후에 차 한 잔과 함께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前 스카이라이프 ‘불교음악방송’ 담당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