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색 보고서’ 기획 의도:
청소년들의 직업 탐색에 도움을 줄 만한 책이 필요하다
중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쩍 많아진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거나 아직 그런 결심까지는 못했을지라도 조금씩 자아에 눈을 뜨며 나중에 커서 무슨 일을 할까, 현실적인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했을 수도 있다. 때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하며, 자기모순에 눈을 뜨기도 하면서 성장통을 겪는 것이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면 좋을지 진지한 고민이 시작될 때, 미래의 직업에 대한 탐색은 교과 공부에 밀려 제쳐둘 수 없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업에 대한 바른 ‘정보’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지도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떤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어떻게 그 직업인이 될 수 있을지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십대에게 ‘살아가는 의미’와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직업 탐색 보고서’를 기획하게 되었다. 십대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업들을 직접 탐색해보는 이 시리즈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직업 탐색 보고서’는 이번에 기자 의사 변호사를 인터뷰한 세 권을 1차분으로 먼저 펴내며 후속 기획을 준비해 이어서 출간할 예정이다.
국내 단행본에서는 처음 시도된 중학생들의 전문가 인터뷰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중학생들이 각 분야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진정 궁금한 점을 묻고, 전문가들은 어쩌면 우문인 듯 보이지만 평소 접하지 못한 까다로운 질문들에 대해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을 마주하면서 쉬운 언어로 설명하려 애썼다. 인터뷰 현장에서 전문가 인터뷰이와 청소년 인터뷰어와의 이러한 생생한 교감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진행한 학생들은 어떻게 뽑았을까? 창비에서는 지난 여름방학 때 직업탐색을 위한 중학생 드림캠프를 열고 인터뷰를 희망하는 중학생을 선발했다. 인터뷰어로 뽑힌 학생들은 만나보고 싶은 사회의 저명 직업인을 직접 찾아가 3시간여 동안 집중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에는 전문가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지부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 해당 직업에 대해 학생들이 호기심을 느끼는 부분을 진솔하게 담았다. 질문은 소박하지만 매우 현실적이며, 학생들 앞에 앉은 해당 직업의 종사자들은 하나하나 쉽게 답변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책을 읽는 학생들이 “아, 그런 점이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대목이 적지 않다. 이 시리즈를 읽을 청소년들은 질문을 던지는 학생과 함께 전문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들으며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뽑아 체크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현장의 멘토로서 전문가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2부는 전문가들이 인터뷰에서 못다 한 중요한 이야기를 글을 통해 자상하게 설명하는 꼭지다. 학생들과의 대화 속에서는 미처 담지 못했던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한 설명, 직업인으로서 세상을 보는 관점, 해당 직업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학생들이 엉터리 정보를 믿고 걸어가면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바르고 상세한 정보를 들려주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 부분이다. 정의와 공정함에 대한 소신이나 환자의 손을 잡아주는 훌륭한 의사에 대한 산문에 이르기까지 평소 알기 어려웠던 전문가들의 속내 및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 있는 고민들이 세대를 넘어 독자들에게 풍성한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체험을 통해 직업을 더 알아보는 ‘중학생 탐구 활동’
또한 책의 뒷부분에는 학생들이 해당 직업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탐구활동을 수록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기사를 써 보거나 현장을 기록하고 관련 분야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책에 소개된 활동은 다양한 직업 체험의 작은 일부일 뿐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캠프나 봉사 활동을 찾아 실천해 보면 좋겠다. 뒤에 붙은 부록에는 해당 분야와 관련된 영화나 책 등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모아 엮었다.
『궁금해요! 기자가 사는 세상』 (기자 이상호, 학생 전혜윤 임세진 지음)
- 이상호 기자가 들려주는 기자가 사는 세상
1부 ‘이상호 기자를 인터뷰하다’에는 호기심 많은 십대 소녀들의 거침없는 질문에 탐사․고발 전문기자로 일해 온 이상호 기자가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답변한 내용이 담겼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주무세요?” “월급을 받아요, 수당을 받아요?” “기자가 되기에 유리한 전공이 있나요?” 같은 생활밀착형 질문에서부터 “신문사와 방송사마다 보도 내용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뭐예요?” “기자님의 보도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 적은 없으세요?”처럼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제법 심각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언론과 기자의 기능․역할에 대한 내용을 두루 짚어 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사 쓰는 과정을 통해 방송기자와 신문기자의 차이를 설명하고,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는 기자의 하루와 생생한 취재 현장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막연하게 갖고 있던 기자 생활에 대한 추측과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온갖 협박과 위험 속에서도 보도를 감행, 특종을 터뜨린 일, 기자의 고발 기사로 해고된 불쌍한 주차 대행 아저씨 때문에 눈물 흘렸던 일 등 기자의 경험이 진솔하게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기자 생활의 보람과 어려움이 더욱 실감 있게 다가온다.
이상호 기자는 어떤 전공이 기자되기에 유리한가보다는 청소년 시절에 많은 책을 읽고 긴 안목으로 사회와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2부 ‘기자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는 인터뷰 때 못다 한 이야기를 좀 더 차분하고 충실하게 담았다. 한 시각에 치우치기보다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균형 있게 세상을 받아들여 나만의 세상 보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있을까?」,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박종철 학생 고문 사망 보도 등 동서양 기자들의 치열한 보도 의지와 정신을 소개하는 「세상을 바꾼 특종 이야기」에서는 세상을 보는 눈과 세상을 바꾸는 힘에 대한 기자의 진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뒤이어 「좌충우돌 새내기 기자 되기」와 「진정한 칭찬의 날까지 카메라출동!」, 변화하는 언론 환경을 재기발랄하게 전망하는 「로보캅 기자가 온다」에서는 기자라는 직업 세계에 더욱 밀착해, 처음 기자 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 때부터 직업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담겨 있어 청소년 독자들이 좀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미래를 꿈꿀 때 많은 도움을 얻을 것이다.
- 아이들이 체험해 본 기자로 사는 세상
1부에서 인터뷰어로 참여했던 전혜윤․임세진 학생이 기자로 나섰다! 한달 여의 기간 동안 직접 기자가 되어 기사 주제를 정하고, 취재 계획을 짜고, 취재하여 기사를 쓰는 전 과정이 ‘기자 체험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학생이 설문지를 돌리고 취재원을 찾아 인터뷰를 하는 등 취재 과정에서 만난 돌발 상황을 극복하여 하나의 기사로 만들어 내는 모습에서 기자로서의 끈기를 배워가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자되기를 꿈꾸는 독자들이라면 전혜윤․임세진 학생의 취재 일기와 기사에 대한 이상호 기자의 코멘트를 눈여겨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