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여행)
날이 점점 더워져 그런지
등산로에 등반객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네요
아니면
가까운 곳을 싫어하는
한국인들의 습성
집에서 멀리
더 멀리 떠나고 싶은
나그네의 본성 때문일까요?
旅行(여행)을 좋아하는
한국인
우리집 앞산은
오늘 저렇게 푸르른데
밤마다 이슬로 목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라다ㅡ 보기를
소망하고
나무숲에 덮힌
소릿길 사이를 걸으며
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산비둘기 처럼
서로 마주보기를 고대하며
나뭇잎에 붙어 살아가는
애벌레처럼
사랑하기를 기원하며
창폿물로 머리를 감고
기다렸는데
산에 오르는 등반객이 없다니
우두커니 서 있는
산 봉우리가
어쩐지 나는
미안하기 만 하답니다
旅行이 그렇게도 좋은지
눈앞에
저처럼 곱고 아름답고 좋은
산이 있는데
어디로 여행을 떠났단 말입니까?
8차선 대로엔
관광차 그러니까 여행사들의
비카번쩍 버스가
아침나절 휘졌고 다녔지요
旅 字의 의미는
군사 旅 자도 되고
나그네 旅 자도 되지요
어원은
고대 중국 춘추전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하루도 전쟁이 없는 날이 없던
그 시절
징집된 군사들은
제대라는 것이 없었지요
나그네 처럼 이곳저곳 떠돌며
군사작전에 투입되어
목숨을 건 싸움으로
인생을 마쳤지요
전쟁 중 부상을 당하지 않으면
계속 복무를 하고
세월이 흐르고 나면
집에 두고 온
아들이 징집되어
같은 부대에 배속되고
다시
세월이 흐르고 나면
자식에 자식이
징집되어
같이 근무하게 되는
삼대에 걸친
삼부자가
군사가 되어
죽음에
여행길은 시작되었지요
어쩌다
祖父(조부)가
제대하게 되는
행운을 맞았다고
좋아라 할 일은 아니었지요
병들고 노쇠하여
병사로써 쓸모가 없어
고향으로
보내지는 것이었지요
우리는 아무 뜻도 모르고
여행을 동경하며
좋아라하지요
야! 너?
유럽여행 가냐?
몇박 몇일?
9박 10일
야!
너 좋것다.
부럽다
旅行의 원형은
이제 전설이 되어
꿈속처럼 좋은
나드리로 남게 되었지요
해가 중천에 떠 있네요
짙푸른 초록
산 전체가
옅은 검은색으로 변해가네요
햇빛에 따라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해가는
자연에 모습을 그린
인상파 화가들이
떠 오르네요
여행의
슬픈 옛 이야기가
이제는 동화속의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우리들을 매혹시키는
현란한 뜻으로 변했지요
연두색 감잎처럼
내 마음도 연두색 되어
꿀벌과 나비와
제비들이 사라진
오월의 비극에
기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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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여행)
새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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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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