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RM, ‘깜짝 파트너십’ 발표로
파운드리 시장 발칵…“삼성전자·TSMC 비상”
[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 2023. 4. 12. 23:35
인텔, ARM 협력으로 20205년 1.8나노 모바일 칩 생산
퀄컴, 애플 등 삼성·TSMC 주고객사 이탈 가능성도
’확’ 달라진 인텔…”ARM이 적극적 러브콜 보내”
인텔 파운드리 생산라인. /인텔 제공
인텔과 Arm이 12일(현지 시각) 기습적으로 전략적 협업을 선언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PC,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부문에서 독보적인 설계, 제조기술을 갖춘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점유율이 90%가 넘는 Arm의 설계 디자인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수년내 세계 최대 칩 구매자들인 애플, 퀄컴 등이 TSMC나 삼성전자 대신 인텔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텔 파운드리, 스마트폰용 모바일칩 시작으로 영역 넓힌다
이날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와 Arm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이 인텔으 18A(1.8나노) 공정에서 저전력 시스템온칩(SoC)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세대 계약을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우선 스마트폰용 SoC를 시작으로 추후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우주항공 분야로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모든 것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컴퓨팅 성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팹리스 회사들은 최첨단 모바일 기술을 설계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었다”며 “인텔과 Arm의 협업은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방형 공정을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RM은 세계 최대의 모바일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이다. Arm이 애플, 퀄컴, 삼성전자 등에 설계 디자인을 판매하고 나면 이후 각 기업들은 자사에게 맞는 방식으로 Arm의 명령어세트를 최적화한 이후 파운드리 기업에 생산을 의뢰한다. 이 과정을 통해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AP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삼성, TSMC 선단공정 정체…인텔이 돌파구 뚫을까
최근 수년간 애플, 퀄컴과 같은 세계 최대의 AP 기업들은 ARM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TSMC 등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겨왔지만 최근 들어 칩의 성능 향상 폭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5나노에서 3나노에 진입하기 위해 쏟아붓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성능 향상 폭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점점 한계 상황에 도달하고 있다.
이 시기에 ARM이 인텔에 적극적인 구애를 나섰다는 것은 인텔의 미세공정 기술력이 10년에 가까운 ‘암흑기’를 거친 이후 겔싱어 CEO 체제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앞서 인텔은 오는 2024년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 ‘하이(High) NA’까지 도입해 인텔 20A(2나노 수준), 인텔 18A(1.8나노 수준) 등 초미세 공정을 상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에 새겨진 인텔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인텔과 ARM의 협력 수준이 매우 밀접하고 구체적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ARM에서 인텔의 향후 기술 로드맵에 대해 큰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한때 14나노의 벽에서 멈춰 경쟁사들에 기술 리더십을 내줬던 인텔의 부진은 과거일뿐이고, 지금 인텔은 겔싱어 CEO 체제에서 다시 기술 주도권을 이끌고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이번 인텔, ARM의 전략적 협업 선언은 기존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들인 TSMC, 삼성전자 등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선단 공정을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의 기술 수준보다 앞서갈 가능성이 있는 인텔의 신기술이 생산제품을 통해 증명될 경우 퀄컴, 애플 등 주요 고객사들이 인텔을 새로운 제조기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우선 이번에 인텔과 ARM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두 회사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이 애플, 퀄컴 등 대형 고객사가 포진하고 있는 모바일용 SoC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경쟁해야할 대상이 대만 TSMC 하나에서 인텔까지 두 개 회사가 됐다는 것이며 최근 인텔의 기술 로드맵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달리 ‘과거 우리가 무서워했던 인텔’이 돌아왔다는 인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