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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 김현서
모래시계 / 김현서 딱 10분 지렁이의 긴 운구 행렬이 이어진다 메마른 영혼이 서성거리는 이 도시를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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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 김현서 딱 10분 지렁이의 긴 운구 행렬이 이어진다 메마른 영혼이 서성거리는 이 도시를 떠나기 위해 이팝나무 가로수 길을 달린다 목이 떨어진 채, 나는 새 제한 속도를 무시한 채 눈을 감고 딱 10분 닳고 단 이생의 흉터를 모아 핏기 없는 또 다른 생을 향해 딱 10분 나는 구석 자리에 안치될 218번째 반가운 인사 나는 부서지고 부서져서 조금만 건드려도 홀연히 사라질 볍씨 한 알 두려움과 공포가 무르익는 계절 유리에 비쳤던 새파란 하늘을 지나 셔터를 올리려 안간힘을 쓰는 상점을 지나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당신을 지나 딱 10분 한 무리의 화염이 방사되면 초조하게 떨어지는 죽음의 뼛가루 딱 10분 먼지처럼 무거운 출가를 꿈꾸는 나와 목덜미가 참 따뜻한 당신과의 인연을 떨쳐내기 위해 딱 10분 먹을 수 없는 소리를 먹기 위해 가질 수 없는 구름의 윤곽을 갖기 위해 일어난 일과 일어날 일 사이에서, 나는 새 깨지 않을 잠을 청하기 위해 불편한 침구를 정리하며 딱 10분 투명한 유골함 속에 담겨 웃음을 보였지만 딱 10분 비틀거리는 사막과 사막 사이 좁은 길을 빠져나온 생의 이 기형적인 눈빛 딱 10분 10분 안에 모든 일은 끝이 난다 10분 안에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문장웹진 2022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