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많은 도시입니다.
수십년전에 군에 입대하여 진해에서 훈련을 받았고 근무를 했기 때문입니다.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는 당시는 참 앙증맞은 도시였습니다.
일본풍의 건물들도 종종 눈에 보이고 도로는 넓고 사통팔달이었는데 자동차의 통행량이 적어
아이들이 나와 배드민턴도 치고 공놀이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고....
그런데 이제는 장복산 아래로 자동차 전용도로는 물론이고 해안가에도 도로가 만들어져서 시민들의 편의를 돕더군요.
물론 그간도 종종 진해를 방문해 보곤 했었지만 장복산은 오르질 못했었습니다.
그랬다가 이번에 마음을 먹고 장복산을 종주하고 벚꽃도 만나보았습니다.
산행중 특히 시루봉으로 불리는 천자봉에서는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입대하여 훈련받던 시절 행군해 올랐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천자봉으로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한 곳입니다. 시루봉이란 호칭은 이번에 처음 알았으니까요.
이전에는 천자봉 주변에 데크도 없었고 상당히 힘들게 올랐었는데.....
훈련받던 시절이 몽실몽실 떠 오르며 흐려진 추억이 떠오르는 산행이었습니다.
장복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장복터널이었습니다.
지금은 마진터널로 이름이 바뀌었군요.
장복터널도 두군데가 있는데 이곳은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이제는 차량통행은 거의 없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차량은 이곳에서 조금 아래 새로 뚫린 터널을 이용하지요.
이곳에 헌병초소가 있어 진해와 마산을 오가는 차랭을 검문하곤 했었는데...
과거에는 진해에서 마산과 창원을 연결하는 유일한 터널이었지요.
산행을 시작하여 1시간쯤 경과한 후 장복산 정상에 도달합니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진해의 야경이 저를 감동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제 젊은 시절 추억이 많이 남겨진 도시라....
군사훈련을 받고 근무를 하고 아내도 처음 만났던 곳이 진해라는 도시였기에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도시입니다.
그곳에 점점 어둠이 물러나고 아침이 시작되려 합니다.
제가 추억을 만들던 시절과는 도시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된 것이 느껴집니다.
제가 근무했던 건물도 눈에 들어 옵니다.
참 감동스런 순간이었습니다.
장복산 능선에는 이제 진달래가 수줍은 듯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만개는 아마 1주일 정도는 더 지나야 할 것으로 판단이 되었습니다.
장복산 산행은 그리 험하지 않아 걷기가 좋았습니다.
다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도심이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덕주봉을 지나 온 후 담은 사진입니다.
덕주봉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지반이 약해져 정상부가 무너져내릴 기미가 있어 출입자들에게는 봉우리 앞의 데크에서 만나도록 조치를 해 놓았더군요.
안민고개입니다.
이곳까지 구보를 종종 했었는데 그당시는 투박한 비포장길이었지요.
차량통행도 거의 없는 잊혀진 도로였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포장이 되어 멋진 곳이 되었습니다.
안민고개 정상에서 창원 방향으로 내려 가는 길입니다.
지나온 장복산과 덕주봉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새로운 날을 시작한 진해도 점차 분주해집니다.
이런 굴도 만납니다.
쉬어가라고 누군가가 써 놓았네요.
맨 마지막으로 오를 시루봉입니다.
제게는 천자봉이란 호칭이 익숙한 곳인데 우뚝 솟은 바위 아래에 '해병혼'이란 커다란 글씨가 제작되어 있습니다.
그 규모가 널마나 큰지 진해 시내에서 모두 보입니다.
그래서 진해에 처음 오는 이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곳이지요.
오늘 산행은 시루봉에 올랐다가 그 아래 바람재에서 하산을 합니다.
그런데 하산후 가는 길이 사실은 더욱 힘이 듭니다.
그 사실은 뒤에...
산 능선에 이렇게 물이 가득한 굴이 있습니다.
물론 전날 비가 내린 영향도 있겠지만 규모로 보아서는 평소에도 일정한 양의 물은 보유하고 있을법 했습니다.
깊어 보였는데....
웅산에 도착합니다.
진해와 창원이 한눈에 모두 들어 옵니다.
기온도 적당해서 땀을 식히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산행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시루봉이라 불리는 천자봉이 가까워집니다.
개인적으로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 심장박동이 빨라집니다.
이때가 오전 10시30분경이었습니다.
천자봉 아래는 해병혼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진해 시내에서 보면 어느 곳에서나 다 보이지요.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저도 훈련받던 시절 이곳까지 행군을 하고 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담았었는데...
그 당시와 많이 변했습니다.
산행로도 많이 정비가 되고 데크도 놓여져 있고....
바람재를 거쳐 하산합니다.
하산길은 평안합니다.
바람재까지는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오르신 분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함께 전날 밤에 한 버스로 서울을 떠나 진해의 장복산을 산행하신 분들인데 모두 초면들이라 낯이 설어 서로 멀리들 떨어져 휴식을 취하시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무언의 격려를 나누며 산행을 한 동료들입니다.
바람재에서 하산하여 드림로드를 걸어 집결지로 향하는 길이 힘이 들더군요.
장복산을 걸은 12키로는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거의 평지길이었던 집결지까지의 10키로가 넘는 드림로드는
다소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걷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중간쯤에 도심으로 하산을 해서 걷는 것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심속에 만개한 벚꽃도 만날 수 있었을테니까요.
드림로드는 상당히 긴 구간으로 지루하게 걸어야 하지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지루하게 드림로드를 걸은 후 안민고개에 도착한 다음부터는 벚꽃 터널을 만납니다.
차량도 통제가 되고 오가는 사람도 없어 벚꽃 감상에는 참 좋았습니다.
안민터널 주변은 벚꽃이 아직 30% 정도만 피었었는데 고도가 낮아 질수록 만개한 모습을 만납니다.
팝콘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안전 산행을 축복하듯 건물에 그려진 아기 천사가 환영을 해 줍니다.
산행이 마무리 됩니다.
약23키로를 9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산행중 등로 주변에서 만난 야생화들입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안전 산행을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