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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일 시인 *
* 작가 약력
* 경기 이천 출생(1962년)
* 국문학. 토목학 전공
*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SPARC)수료
* 문학세계 신인상 수상/ 등단
* 세계 문인협회 회원
* 세계 시낭송협회 회원
* 시와비평 [두레문학] 동인/운영위원
* 현재 (주)하이브리드건설화학 대표
* 주소; 경기 안양 동안구 관양동
* 전화; 010-4782-5254
* E-mail; www. yilee-62@hanmail.net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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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세계(8월호)
갈결하고도 깊이가 배어 있는 詩
이용일님의 <달팽이> <흔적> <고추잠자리> <어머니> <나의 길>등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시는 생명의 근원이며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감성과 공감으로 뜨거운 열정을 퍼부
어 정신적 의지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것이다.
언어 예술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명 작품들을 통하여 성숙하고 깨달음을
얻어 가면서 터득할 일이다.
그는 오랜 습작기를 통하여 노련하고 세련된 작품세계를 달구고 있다. 그의 글에는 간결
하면서도 깊이가 배어 있으며 독특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인격부터 쌓아라'라는 말이 있다. 그는 언어와 문학의 향기를 사랑할 줄
아는 진정한 글 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달팽이>에서는 달팽이를 통하여 세상 엿보기를 하고 있다, '사랑은 꿈도 꾸지 않았다'는
역설적인 표현과 그래도 앙팡지게, 질기게 살아왔다는 삶의 한 부분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흔적>은 갈증 나는 현실의 벽을 두드리는 화자의 강한 의지가 보여진다. '버린 것이 아니고/
보내는 게야'라고 안타까운 작별을 노래하고 있지만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흔적들을
통하여 자아를 투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작품 세계를 통하여 생의 맛과 멋을 표현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등단을 계기로 명
작품을 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당선을 축하한다.
* 심사위원/ 윤제철. 장윤우. 도창회. 이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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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이용일
그가 꼭, 살다 오라 하기에
최소한의 몸집으로 태어나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다만
느낌만으로 제 한 몸조차 부끄러워
속만 앓는 껍데기.
사랑은 꿈도 꾸지 않았다.
지우고픈 오뉴월 물빛을 감고
또 감았는지도 몰라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동공 속에서
어둠이 아픈 흔적마저 지우고파
폭풍 넘어 칼바람 이는 길을
눈물 적시며 해탈을 부르는 몸짓으로
느릿느릿 타는 걸음으로
그래도 살다 왔다.
조막손 펴 내밀어 미소 짓곤
껍질 벗는다
*문학세계(2005.8)
*시와비평(2004.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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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이용일
벌써 며칠째 마른입이다.
하얀 밤 태워버린 담배꽁초
연기는 샐녘 서리로 내리다가
구름 속에 뒹굴고 있다.
버린 것이 아니고
보내는 게야.
너와 함께 걷고 있을
나를 버리는 게야.
하늘 기리며 가슴 설레던 날들이
자동차 등받이에 앉은 머리카락
갈색 가지로 보낼 목마른 오늘
지워야 할 너의 맨살
손금으로 부비고 있다.
스치는 노을 잡아 날려 보내니
은행잎 떨어져
빈 거리 바람으로 보챈다.
*문학세계(2005.8)
*시와비평(200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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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이용일
생각만큼 벗어나
남으로, 해에게로
첫인사 야자수 어깨 집고
하얀 모래 놀던 쪽빛 물결
또록또록 눈을 뜬다.
비운 가슴에 가득 채워
머리맡에 내어 놓고
아로마향 꽃잎 띄워 헤픈 물장구
이름 모를 열대 새, 빗긴 햇살 물고 와
한 잎 떨어낸다.
작고 까만 그들
여린 삶 같은데
그 안에 놓는 발길 여전히 흩어지고
서러운 가슴 젓고 저어
눈 밟히던 어젤 헤고 있다.
돌아갈 길임을 알고 나선 길
돌탑 끝 금빛 라지브*
만트라*경소리 일렁이고
구멍 난 구름 접어 깃고 있다.
*주; 라지브-흰두교 어머니 신.
만트라-찬송가
* 시와비평(200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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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시장 / 이용일
찬 새벽 가로질러 걸음 모여든
양재대로변 인력 시장
멈춰서는 봉고차로 다급하게 달려든다.
나이가 많다고
딴은, 체격이 작다고
뒷바퀴 뿌리치는 찌든 흙먼지
눈감은 설움 짓밟고 지나간다.
일 없는 날, 누군가 향한 원망도
걸쭉한 욕지거리도 섞고
분노마저 들이키는 바다로 나서면
날이 선 겨울파도 꼭대기에
샛바람 졸고 있다.
이번 달은 겨우 닷새뿐
거적때기 쪽방에 병든 마누라 떨고 있는데
날마다 나갈 수 있다는 게 거창한 행복
일당 팔 만원으로
두 사람이 나눠 일하겠다고 나선다.
한 사람 일거리로 짧아진 하루
저마다 한 손에 받아든 반절 일당으로
마주한 막 걸리잔 버겁게 출렁이는 삶
거친 주름 펴고 백열구가 미소 짓는다.
*두레문학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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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샘골 실개천/이용일
바람 한 점 없는 여름 날
벌거벗은 아이들
참방참방 냇물 위 발수제비 뜨고
송사리 떼 화들짝 줄행랑치는 곳
여울 구비 웃음소리
조약돌 틈새 끼어 어설픈 춤사위
멀리 곰방대 문 헛기침 아랑곳하지 않고
그물 가득 담아내는 참샘골 물빛
열여섯 꽃망울 어둠 속에 감춰
흙냄새 젖은 땀, 입담 끼얹어 씻어내는
반딧불 닮은 동심 눈망울
논두렁 숨어 반짝반짝 숨죽이다가
뒷덜미 헛기침에 별이 뛰고
조각달도 흔들린다.
범인 찾던 호롱불도 결국
미소 짓다 일찍 진다.
돌이킬 수 없는 반백(半白)
마른 옷깃 살며시 들추면
실개천 물빛 바람, 별처럼 스며든다.
*데구사코리아 사보 2006.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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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무지개/이용일
여린 초록빛으로 살고 싶어
어머니 품에 눈(雪)이야기 나누며
새싹은 봄볕 살라 처진 가슴에 베고
실눈, 자장가 삼아 잠들었지.
젖빛 아지랑이 밤새 드나들었지.
엉덩이 살 오르고 여드름 돋아날 즈음
참샘가 늙은 향나무 끝엔
붉은 무지개 피어났지.
꽁짓돈 허리춤 차고 새벽달 밟아 닿은 곳
배곯은 니체는 늘 터널 끝에 서 있었지.
밤하늘 이고 가는 지천명(知天命)
보랏빛 물안개는 어디에서
무지개로 피어날까?
노고단, 청잣빛 밤하늘엔
은하수 헤치고 나와 은빛 무지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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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이용일
젖빛 한지(韓紙)
꽉 찬 네모
묵향(墨香) 뿌려 굴러간다.
아니면 높이 치솟은
세모로 설 듯한데
붓대로 다녀보아도
늘 푸른 하늘 밖이다.
네모도 아닌 것이
이빨 빠진 동그라미인 듯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끗발 선 낭떠러지기 앞
차라리 중용(中庸)에 들어
구름 바람 따른다.
*문학세계(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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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이용일
제 몸 때려 새벽 긷는 종소리
가마솥에 철렁 걸리고 나면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매콤한 꿈결 파고들었다.
겉보리 노른자 하얀 쌀밥은
아버지 등짐 몫
보리밥 휘저어 제비 입에 떠 넣고 나면
눌은 밥 물 말고
짠지 하나 놓인
부뚜막이 전부인 당신.
제 몸 태워 어둠 걷는 촛불
가마니틀 바디질에 가물거리는 밤
동짓달 닭 모가지 꼭 쥐고 있었다.
기운 양말 타박하는 철없는 아이
책보자기 달래며 등 떼밀고 나면
홑청 잇 둘둘 말은 발싸개, 낡은 고무신
무서리 들판 이고 볏단 걷으시던
한 해가 전부인데.
보신각 종소리 한 해 여는 밤
마흔 세 해 태우고 간 샛별은
자식 가슴 뚫고 들어와
흐르다 굳어지는 촛농처럼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다.
*문학세계(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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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짜 유기(方字 鍮器)/ 이용일
정화수(井華水) 맴도는 바람
징(鉦) 울림 타고 보름달 닿을 즈음
살풀이춤 자락 끝 무수한 선(線)
풀무질로 출렁인다.
즈믄 해, 인고(忍苦)의 두드림
상투 잘리던 손 시린 날
헤파이스토스*는 제철소로 떠났다.
시집살이 지푸라기 엮어
멍든 가슴 기왓장 가루 내어
닦아내던 어머니 곁
돌아앉은 두드림은 멈추지 않았다.
해오름 유난하던 날
쇳물 내어 빚어내는 태양
영롱한 불빛
멈출 줄 모른다.
* 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 대장간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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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 이용일
나를 위해 살지 말라기에
햇살 비추는 맑은 물 찾아
거센 물결 거슬렀습니다.
돌담 쌓아 보금자리 만들어
무지갯빛 온몸에 휘감고
고운 새색시 맞이하던 밤
난생처음 행복이라는 꿈도 꿔보았습니다.
바람이 몹시 숨차던 날
흙탕물 몸부림 피해
겨우 남은 별빛 붙잡고
가장자리로 가장자리로
탈진한 몸 추스르며
원망도 해 보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헐떡이는 하루 뿐
아련히 어머니 음성이 들립니다.
‘ 내 귀한 자식… ’
물안개 속삭이던 날
하늘 향해 높이 솟구쳐 보았습니다.
등 굽은 하얀 낮달이
살찐 미소로 다가 서고 있었습니다.
* 두레문학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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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 이용일
수억 만년 물안개 품에 내려 앉아
각질 벗는 삼 년여 산고 잊은 채
새벽이슬 젖은 날개 말린다
두고 온 하늘빛 찾아
산동네 헤매다가 내려와
농익은 오뉴월 치마폭 갉아 먹고
잠시 누운 고추밭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포만한 밤 뒤척이다
은하수 찾던 날개 퍼덕인다
여기는 산의 정수리
눈부처*로 모여드는 세상사
어지러이 돌아가는 여린가슴
울지 못하고 힘껏 내뱉으니
분수처럼 입김 흩어지는 햇살
온 산이 붉게 탄다
천수만 흰 속살들의 반짝임
관음보살 날개인 듯하여
거친 숨 겨운 세상 내려놓고
고란초 꽃잎 따 담은 노을
휘젓는 군무로 걸음 달랜다
제 몸빛 따라 나간 길목
고란사 사위는 풍경소리 일깨울 때
후광 닮은 새벽달
잘 다녀오라 유언한다
* 눈부처; 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 동인(瞳人). 동자부처.
* 문학세계(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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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촌/이용일
버스 정거장 옆 찢어진 축구공
날개 뽑힌 단풍나무 기대어
된바람 안고 섰다
짓밟힌 삶의 터전, 투쟁! 투쟁!
붉은 함성 깃발 몰고 흩어진 자리
사글세방, 늙은 몸이 *법(法)이라 하네
검은 양복 장승 선 화환 뒤편
청약통장 난무하는 모델하우스
꼿발 선 여린 가슴 애처롭다
어쩌면 운명인지도 몰라
매연 채인 한숨 싣고
산촌(山村)행 버스
출렁출렁 멀어진다
*주; 법(法)은 불교에서 육신을 의미하며 마음(五感에 의해 수시로 변함)을
담는 구속체로 정의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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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이용일
지독한 죄라도 지은 게야
땅굴 속 어둠 헤쳐 허기진 배 추스르다
거친 낙엽 몇 잎 깔아
고된 하루 허리 펴는 검은 소경
어쩌면 하늘나라 천사장(天使長)
내 쫓긴 아담 이브 피빛 눈물 스민 자리
날개 접고 좇아와 몇 날을 통곡하다
목청은 찢어지고 눈마저 짓 무르고
스스로 십자가 메어 찾아 든 어둠
하늘 열리는 날
곰삭은 설움 우려
검은 벨벳 차려 입고
천국 파티 나서는 화려한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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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 너머 하늘 / 이용일
저 산너머 하늘가 어머니의 집
팔십 평생 뒤치다꺼리 정신마저 놓으시고
장작개비 같은 작은 몸
한 옴큼 남은 기억 짚으며
외할머니 품속 젖내음 찾아 짐을 꾸린다.
잠시라던 시집살이 맷돌 갈아 삭이던 밤
무심한 남정네는 놀음으로 새는 줄 몰랐다지
매운 새벽 우물가 출렁출렁 물길 걸어
일 년 이 년 보낸 세월
그 날은 벌써 저승길에 맞닿았다.
번듯한 아파트 고운 잠자리
몸에 맞지 않는다며
구석진 꿈결 따라 머나먼 길 떠나신 날
돌아오지 못한 동심은 어느 곳을 헤매시나
꼬깃꼬깃 접은 지폐 변기 물에 띄우시고
'훠이 훠이’ 노 젓듯 망향가 부르시네.
반백 넘어 찾은 어머니의 집
새벽 밟고 왔다 급히 돌아서 바람 걷던
봄눈 같던 어머니는
외할머니 되어 산 너머 하늘 아래 앉아 있다.
* 충의백일장 시제. (2005.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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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도우미/이용일
구산동 비탈길 양지바른 곳
서부장애인복지회관
이른 아침, 마른입에 몇 숟가락 떠 넣고
종종걸음 된바람 몰고 하얀 꽃잎들 날아든다.
산(山)사랑회, 지팡이2000, 복지선생님, 동네 아주머니들
파란하늘 서로 달라도
조각구름 모아모아 양떼구름 만들고
실한 배추, 알토랑 무우
가르고 자르고 절이고
출렁출렁 서해바다
노란 속살들의 탈춤.
아린 아들 홀로 섬이 너무도 대견스러워
돼지보쌈 오곡밥 준비에 잠도 잊으신 어머니
시린손끝 마주잡고
하하호호 조잘조잘
웃음 섞고 입담 섞고 땀방울도 섞고
빨간장미 채질하는 겨울 한 낯 아우성
고운 단장 분 바르고
파주로 서울역으로 거여동으로
시린 문틈 밖
한아름의 가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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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이용일
새벽은
맞선 앞둔 숫처녀 가슴 타고 왔다
번듯한 옷 한 벌 없어
이리저리 맞대 보고
새색시 고은 자태 흉내도 내보고
노잣돈 설핏 꾸려 싸릿문 나선 길
무서리 시린 들판
엎어지고 채이고
난데 없는 잿빛 안개 태운 졸음 쏟아내고
꺼이꺼이 주저앉아 젖은 발길 되돌리면
멀리 웃고 섰을
님 얼굴 아련하다
정한수(淨寒水) 잠겼던 달
다져 놓은 이랑 따라
햇살 따고 샘물 떠내 허기진 배 추수리니
멀리 개 짖는 소리
어둠 몰고 달려 든다
비낀 노을
어느 밤 다시 태워
신새벽 영롱한 홰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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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 이용일
먹구름 입에 문 노을이
하모니카 불며 한계령 넘고 나면
설악산 긴 그림자
영랑호로 뛰어든다.
눈 감은 수면 위
찰랑거리는 가로등 불빛
물 섶 따라 빈 낚싯대 드리우면
범바위* 갈기 세워
한 입 물고 돌아눕는다.
실로 얼마만인가?!
한껏 들이킨 별빛에 취해
동그라미 두 개에 맥박 싣고
아이 웃음 주우며 바다로 나선 길
영랑호는
바다였음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범바위; 영랑호 물 섶에 있는 바위 이름. 2005. 9.
*두레문학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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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구사 창립20주년 기념 축시
자랑스런 Degussa인/ 이용일
하늘 빛 땅울림 5대양6대주 넘어
여기, 금수강산에 출렁인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어머니 약손 되자던
너와나 맞잡은 굳은 신념
된바람 살 에는 철탑 끝에서
돌가루에 눈 못 뜨는 지하 터널에서
모랫바람 파고 드는 열사의 사막에서
너와나 흘린 땀눈물 처음이 되고
너와나 남긴 발자국 역사가 되었다
스무 해 고이 가꿔 온 별꽃 피는 날
영롱한 아침 햇살 가슴에 나누며
다시 달려 나아 갈 내일을 합창 할지니
한하늘이 열리고 있다
아~ 찬란히 빛날 데구사여!
아~ 영원히 이어 갈 데구사인 이여!
*데구사 사보(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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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락/ 이용일
내 *뜨락에는 잠자는 바다가 있소
첫눈 내리는 날
자벌레 걸음으로 다가 서는 어둠
함박눈 서서 숨죽여 울고 나면
뻐꾸기 눈 감은 백열등이
근근히 버텨 오다가
하얀 파도를 보듬어 쓰다듬고 있소
내 뜨락은 해뜨는 들녘
아직 멈추지 못한 주사위가 졸고 있소
자작나무 둥치 옆 얼지 못한 옹달샘
차가운 한숨 가지런히 내려 놓으면
굴곡진 숲 비켜가는 바람
밤새 문풍지 잡고 신음하더니
물빛 고드름 서너 개 낳았소
가진 것, 가지려는 모든 것들이
내 뜨락 안에서
꽃이 되어 웃고
바람이 되어 울고
눈(雪)이 되어 삭이고 나면
어린 날 서슬 퍼렇게 울부짖던 바다는
물빛 고드름 되어
한 날 한 날을 지워 가고 있소
아직 맞이할 많은 날들보다
아름답게 기억할 여린 날들이 더 좋소
*뜨락; 뜰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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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 / 이용일
살 오른 반달이 고개 넘어 이고 온 나뭇짐엔
갈퀴자국 선명한 노란 솔잎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
늦은 저녁밥 재촉하는 아이 눈물
아궁이 속 솔가지 끝에서 마르고 나면
부엌 가득 누룽지 긁는 소리
헛배 부른 밥상
그나마 모자라게 차려지고 있었다
마루 건너 사랑채 거친 가마솥엔
생 솔가지 타는 매콤한 눈물
이슥토록 펄펄 끓고 있었다
수건 두른 할머니 머리 위로
쇠여물 구수한 냄새 백발처럼 내리면
큰 눈망울 껌벅이는 누렁 소 울음 소리
긴 달빛 타고 논두렁 넘고 있었다
까맣게 그을린 장판 아랫목 이불 속엔
아버지의 늦은 귀가 기다리는 밥공기
언 발끝에서 부대끼고
윗목 질화로 안 뚝배기 된장국은
인두질에 지친 엄니 기다림 만큼 졸고 있었다.
참샘골 낡은 기와집 굴뚝 끝에는
오늘도 달빛 타는 냄새 맥놀이로 잠을 넘는다.
2006.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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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이 시집 가는 날/ 이용일
새봄이 시집 가는 날
벚꽃 닮은 화사한 웨딩드레스
함박웃음 가린 눈빛
가슴에 한아름 목련꽃 부케 안고
따스한 봄볕 밟으며 예식장 들어 선다
진달래 개나리 살구꽃 복사꽃 싸리꽃 배꽃
신부 친구들의 아릿한 미소에 홀린
선 머슴들
들로 산으로
연둣빛 연서戀書 뿌려대고
짓궂은 마파람은 모래먼지 흔들어 놓는다
뽀얀 달빛 밤새 피는 밤
엿보는 새벽에 꿀밤을 놓으니
이를 어쩌나
새벽이 울고 마네
2006.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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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無花果) /이용일
병실 창문을 연다.
잎 겨드랑이 가려운 바람, 무색으로
무화과 작은 꽃술에 스며들면
링거액 긋는 소리
긴 하루를 몰고 온다.
욕심이 과한 탓일 게다.
벌거벗은 달빛
에덴의 서편으로 건너 간 후
림프관 따라 모여든 하얀 어둠
독버섯을 피워내고 말았다.
구름, 바람 담아 키운 별빛.
향기 없는 작은 손짓
보리수 그늘을 펼쳐 내민다.
강물처럼
그저 말없이 살라 한다.
200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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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 이용일
자명종 홰치는 소리
관악산 기슭, 공기 맑은 곳
15층 고층아파트가 흔들린다
날 밝았다
먹이 달라
알 낳았다
저 마다 질러대는 도시음(都市音)이
길바닥에서 새치기한다
때깔 좋은 놈
덩치 큰 놈
제 구실 못하는 놈
낳아 놓은 알에 따라 옮겨지는 닭장
언제부터인지 모를 짝짓기 놀음에
뱃심 좋은 놈만 의기양양하다
두어 달 겨우살이
꿰어진 몸뚱어리 숯불 위에서 타고 나면
잿빛 해어진 세월
장송곡 부르며 달려 든다
200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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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기 / 이용일
별을 본다.
밤하늘 저 끝에는 수백억 광년 은하수
그 강물 위에 수백억 개의 태양이 뜬다는데
파란 눈망울 울타리 안에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겨우 백 년 정해 놓고 홀로서기 한다.
그 중에 하나
그 중에 하나
수백억 종자(種子) 뿌려져
생명 만들기
그 중에 하나
귀한 자식, 귀한 손자로
스무 여 해를 품안에서만 자랐다.
그토록 귀한 생명
나름의 의미(意味) 찾아
부싯돌 불빛도 아껴가며
오늘을 살아 왔는데
오늘을 살아 가는데
책 속을 밤새 걸어 보았다.
참샘(眞水)은 향기가 없다.
소주잔 안에
은하를 담아 보았다.
돈다.
흙에 사는
소도둑놈 하나가 돈다.
2006.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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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 이용일
내 어릴 적.
째깡이네 집 앞 골목길에서는
무시로 부지깽이가 춤을 추었지.
돈 달라고 떼 쓰는 잰 걸음 좇아
달래다 지친 젖은 손, 헛 매질 바쁘고
동구 밖 돌아 서는 쓰린 가슴엔
종일토록 소쩍새 울고 있었지.
장대 끝, 쌀 잠자리 젖은 날개 마를 즈음.
봉자네 집 앞 신작로에서는
희한한 왕복달리기 벌어졌었지.
육성회비 내 놓으라고 악을 쓰는 잰 걸음 좇아
거친 입, 늙은 걸음 아침을 흔들고
지아비 잃은 설움 토해낸 봉당에는
동전 몇 잎 찡그려 나부라졌었지.
울다 지친 어린 손
꼬-옥 안아주던 할머니 치마 속엔
꼬깃꼬깃 묵은 돈 눈물 훔치고
언덕 위 우뚝 선 초등학교는
늦은 걸음 종소리로 마중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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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무덤 / 이용일
80여 년 버거운 삶
비문에 새기시고
앞서 간 임 발길 따라
한 잎, 봉오리 덮으신 아버지
"에헤라~ 저승길 멀다더니 문밖이 저승일세”
상여소리 피빛으로 울다
노을 좇아 떠난 자리
일제징용, 6.25동란…
거친 주름 묻었다
반쯤 산 것일까?!
두 잎 봉오리 밑에
빈 내 무덤자리
달빛 닮은 가을 바람
휘휘 맴돌다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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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 이용일
천길 낭떠러지기로 떨어져
온 몸이 녹아 내리 듯 무서웠다고 하면
미소 짓는 그 얼굴
키 크는 거라고
망태 할아버지에 쫓겨
밤새, 온 동네를 맴돌았다 하면
쓰다듬는 그 얼굴
어른 되는 거라고. 고생길 들어 선 거라고
너무 예쁜 그 소녀
어설픈 짝사랑
새벽은 몽정(夢精)하고
쑥스러운 햇살은 종일토록 간질임
이제와 반백(半白)의 그 소녀
목메어 되 물으면
세월은
미소 짓던 그 얼굴처럼
빈 가슴만 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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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 이용일
가을엔
가슴에 커다란 호수 하나.
달빛 내리는 밤이면
수면 위
별들의 발자국 소리.
찰랑 이던
그녀의 메밀꽃 눈망울처럼
이슥토록 내리고
가을엔
가슴에 파란하늘 하나.
옹달샘 가 시린 단풍잎
빨갛게 울고 나면
빈 들녘
흰구름 잡아 펼친 도화지에
그녀의 뒷모습도 그려 보고
비 젖은
가을 산사(山寺)에
노을 담은 나뭇잎 하나
책갈피 속 마른 가슴에
이별가 지어 안기니
어디 선가 달려 온 바람
풍경(風磬) 흔들며 보챈다.
2006. 8. 10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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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이용일
'우리 아들, 우리 장손, 어-떠 어떻게~ '
고혈압으로 핏줄이 터져
죽음을 맞으면서도
빈 손짓
잡아주지도 못한 어린 가슴에
한으로 남으신 어머니.
시월 단풍은
피거품처럼 깔깔거리며
등성이 타고 올라
화사한 치마폭 펼쳐놓고
녹슨 철탑
서너 그루로 솟아있다.
거친 숨 깔닥고개에 내려놓으니
싸늘한 너의 체온
허연 입김으로
묶은 세월 이야기 할 때
시청 앞으로
신림동으로
신촌역으로
지랄탄의 몸부림은
힘줄을 끊고
핏줄을 잘라
허연 속살을 드러냈지.
마른 속 울음 길게 울어
수 많은 이야기 드나드는
어머니 눈빛 머무는 곳.
여기가 너의 정수리.
오늘을 돌아앉아
북녘하늘만 바라본다.
오늘도
너를 베고 잠을 잔 후
아침을 일으킨다.
2006. 8. 10. 퇴고. -처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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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이용일
전생(前生)과 이별하고 하늘에 올라
또 다른 인연을 꿈꾼다.
이번만큼은
눈물도. 아픔도. 가슴 시린 이별도 없는
단란한 삶 꿈꾸며
밤 사이
버선발로 보슬보슬 내려 앉았다.
나뭇잎 위를
우산 꽃 위를
유리창 위를
또록또록 눈망울로 애원을 해 봐도
잡아주는 이 하나 없는
긴 잿빛 서러움.
차라리 소리라도 지를 걸.
풀잎에 달아 놓은 못다한 이야기
귀먹은 흙탕물이 휘젓고 지나 가면
울지 못한 빗방울
굵어진 빗소리 안고 손 흔든다.
200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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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이용일
“메누리 앞세우고
딸년 둘 있는 것, 그마저 디져 버리고……”
죽지 못해 산다며
검버섯 주름을 치켜 뜬다.
주태백이 아들놈이
던져 놓은 예닐곱 살 조막손 움켜쥐고
밭두렁 길 절며 멀어지는
꼬부라진 걸음이 더디다.
여린 봄날
어머니 무덤가에 핀 할미꽃 한 송이
돌아앉아 고개 숙인
속 울음이 검붉다.
모진 시집살이 지워 줄 겨를 없이
첫눈 따라 떠나 간 여식(女息)
눈 감고도 못 잊어
말없이 찾아와 돌아앉아 피었나?
책장 속 먼지 쌓인 앨범을 편다.
회갑기념 사진 속 환한 얼굴들
그 안에
나를 닮은 모습들이 웃고 있다.
한 평생
남김없이 주고 떠난
속 빈 달팽이들이 흑백 웃음 짓고 있다.
꿈 속에라도 오시려나
얼른 잠자리를 편다.
200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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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풀 / 이용일
씨발놈들이!
내 웬만하면 안 그랄라캤는데
내를 자꾸 씹능겨.
지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믄서.
왜 내를 자꾸 근드리능겨?
날은 뜨겁지. 숨은 맥히지…
그라고 뭐라카더라? 딴 사람은 그나마 이런 자리도 엄따나?
내 원 참, 기가 맥혀서
내 열여섯 묵어부터 갱상도 절라도 충청도 안 돌아대닌데 없구만.
저런 놈들은 첨 인기라.
그래 확 뒤집어 뻐렸지 뭐.
살살 빼는 꼬락써니하곤
그럴 껄 왜 그랬노?
하여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놈들 한텐
주먹다짐이 젤인겨.
그래도 살살 달래길래
못이기는 척하곤 수구렸지 뭐.
늙은 마누라쟁이 있재. 빈둥대는 자석새끼 있재.
그건만 아니어두…
에이, 다 그런거지 뭐. 이 바닥이
새벽같이 나와 돈 몇 푼 벌겠다고
이 때약볕에 쭈구려 앉아 있어 봐.
사능 게 뭔지? 그냥 확 디져 버리면 그만이재 하는 생각도 들더만
그래도 자석새끼 뭐라도 될까 싶어
그냥저냥 버티능거지 뭐.
내는 인자 틀렸다.
배웅 거 없재. 울 아부지 냉겨논 거 없재.
우짤겨? 그냥 하루하루 넹기능거지.
내두 어릴쩍엔 귀한 자석으루 컸재.
증손이지.외아덜이지.
울 엄니. 내를 무루팡 한 번 맘대루 못 안쳐봤당께?!
울 할무니 등살이 월매나 심했던지 손찌검 한 번 못댔대닝께.
울 할아부지는 날만 새면 손자새끼 자랑인겨.
잘 났대느니. 똘방똘방하대느니.
우리 증손! 우리 증손! 하믄서
약주 한 잔 해시는 날이면 동네 할배들이 혀를 내둘렀대닝께.
그 때가 참 좋았덩겨.
그 때가 내 생애 최고 였덩겨.
이자 그럴 날이 엄겠지 뭐.
좋은 날이 있을라구?
우덜같이 밑바닥 인생들은 그려려니 하믄서 사능겨.
저 댐쟁이 맨쿠름.
내두 한 때는 잘 나갈 때두 있었구만.
이름대면 알껴.
00중공업이라구. 배 맹그는데 말여.
거거서 내 잭업반장까정 했다닝께.
잘 나갔었재. 하믄-
과장이란 놈도 내 앞에선 꼼짝도 못했대닝께.
내 앞에서 뭐라고 씨부리면
내 그날 아작 내뻐렸응께.
내 밑에 한 삼십 명 있었는디
온갖 잡놈들이 다 모이다 본께
내 이 주먹빨로 꽉잡아 뻐렸지 뭐.
수 틀리면, “오늘 땡까자” 카믄 어느 놈 하나 거역하는 놈이 없었대닝께?!
그래, 거그 공장장도 내 앞에선 꼼짝도 못했대닝께?!
증말이여!
앰에픈가 뭔가 하는 배람에 쩼겨 나와
목구녕에 풀칠해다 본께 저 놈시끼들이 날 웁씬 여기능겨.
간주라곤 쥐꼬리맨큼 주면서
내 보고 뭐래나? 싸가지가 없대나?
디러운놈들!
지들은 월급쟁이 아닌 감?
올라가 보면 뭘 할껴?
밥 세끼 먹는 건 매한가질테고.
지들은 안 늙남?
사람이 그러면 못쓰능겨.
정몽현인가 뭔가.
그 양반도 자살했다카더만.
우덜가턴 풀이파리 인생이
워쩌면 더 배쏙 편한겨.
지들이 뭘 알어?
우덜? 아침 여덟시 까정여.
집이 멀어 새벽밥 먹구 나와야 뒤야.
간주? 얼마 안뎌.
하루 만오천 원.
탁주 한 사발 들이키면 그만여~
근디 젊은 양반? 지금 뭐 하능겨?
우덜 신문에 나능겨?
2006.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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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바다/이용일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쓰다듬고 있다.
사윈 육신을 널어 송곳처럼 쏟아지는 비를 맞는다.
아무 느낌이 없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공자의 묵은 무덤 앞에 서서
욕망의 마른 강물에 그물을 던져 보았다.
아무 것도 없다.
피안의 책장 위에 해골 한 개를 올려 놓았다.
아니 니이체,싸르트르,석가,공자,예수,마호메트를 떼로 엮어 바다
바다의 둑을 막았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미래는 거짓이다' 환상일 뿐이다.
내 육신의 껍질을 하나도 남김없이 발라내었다. 뼈대만 남았다.
별이 굉음하며 그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육신은 먼지조차 없이 사라졌다.
내 영혼은 어디 있을까?
나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존재한다.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는 것을
비워보자. 텅 비워보자.
아니 영혼마저 죽어야 할 것 같다.
영혼은 죽는 것일까?
나를 놓고 싶다.
첫댓글 선생님, 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찾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늘 창작에 열중이신 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건안 하시길......
발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건승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