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전반전을 지배하며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고, 후반전에는 괜찮은 수비력도 보여줬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폴 스콜스를 다시 선발로 내세웠고, 라이언 긱스에게 왼쪽을 맡겼다. 웨인 루니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질피 시구르드손 대신 클린트 뎀프시를 택했고, 스티븐 코커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면서 얀 베르통헌을 왼쪽 수비 자리에 배치했다. 골문은 여전히 브래드 프리델이 지키고 있었다.
전후반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전반전에 멋지게 전진했던 토트넘은 후반전이 되자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뒤로 물러났다.
포메이션
두 팀 모두 대체로 예상된 선발 라인업이었다. 뎀프시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뒤섞은 역할을 맡았다. 그의 에너지는 토트넘의 초반 압박에 도움을 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패스 리듬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저메인 데포, 뎀프시, 그리고 무사 뎀벨레는 경기장 중앙에서 함께 열심히 뛰었고, 산드로는 좀 더 내려와서 골문 앞에 있는 카가와 신지 곁에 머물렀다.
맨유는 (이전 경기에서도 소화를 했지만)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는 베르통헌을 나니가 돌파할 수 있도록 그가 있는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동점을 깬 주인공을 오히려 베르통헌이었다. 그는 드리블로 직접 맨유 수비의 중심을 파고 들었다. 그의 모습은 토트넘이 전반 내내 보여준 골대까지 직접 드리블을 통해 맨유를 깜짝 놀라게 하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
데포의 움직임
토트넘의 두 번째 득점도 다르지 않았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가레스 베일이 리오 퍼디난드를 제친 뒤 득점에 성공했다. 처음 두 골 모두, 공을 갖지는 않았지만 데포의 움직임이 큰 공을 세웠다. 첫 골 장면에서 그는 퍼디난드를 오른쪽으로 유도하면서 중앙에 구멍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골 장면에서는 조니 에반스를 퍼디난드 뒤로 끌고 오면서 베일의 슈팅 경로를 더 손쉽게 만들어줬다.
공을 가진 상황에서 토트넘이 보여준 단순명쾌한 플레이는 아주 놀라웠다. 마치 한 달 전에 뎀벨레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보여준 그것과 닮아 있었고, 패서인 루카 모드리치를 드리블러인 뎀벨레로 바꾼 것은 공격 진영에서 토트넘의 플레이 방식을 뒤바꿨다. 토트넘의 돌파에 공을 뺏는 능력에 대한 맨유의 약점은 더욱 눈에 띄었다.
정지된 맨유
전반전의 맨유는 아주 부진했다. 공격수들에게 확실하게 공을 줄 수가 없었다. 토트넘이 마이클 캐릭과 폴 스콜스의 패스를 효과적인 압박을 통해 제한한 것도 있었지만, 맨유의 움직임이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왼쪽에 있던 긱스는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고, 나니는 로빈 반 페르시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카가와는 아직까지 편치가 않아 보였고, 반 페르시는 이따금씩 왼쪽으로 나와서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크로스를 올렸다.
맨유는 아직 카가와가 좋아하는 방식의 패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카가와는 분명 발 앞에 직접 오는 짧은 패스보다 상대의 뒤를 넘어가는 예리한 패스를 원하고 있다. 잘 맞았던 패스가 딱 한 번 있었다. (베일의 골이 나오기 직전에) 캐릭이 토트넘 수비 2명을 넘어가는 공을 보냈고, 카가와는 영리한 돌파로 상대를 제꼈다. 맨유에 한동안(최소한 퍼거슨의 시대에는) 카가와와 같은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맨유의 변화
전반이 끝나고 퍼거슨 감독은 즉시 긱스를 교체하고, 카가와를 왼쪽으로 보낸 뒤 웨인 루니를 내보냈다. 즉시 맨유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카가와가 안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나니는 좀 더 중앙으로 향했고, 루니는 더 가까이에서 반 페르시를 지원했다. 그리고 두 측면 선수들이 후반 10분 만에 2골을 넣었다. 전반전에 긱스와 나니가 골대와 너무 멀리서 플레이했을 때는 생각도 못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웠던 3분 동안 토트넘 역시 득점에 성공했다. 역시나 데포가 왼쪽에서 훌륭하게 퍼디난드를 끌어내며 공간을 만들어낸 덕분이었다.
물러나는 토트넘
3-2가 되자 토트넘의 경기가 바뀌었다. 초반 압박에 지쳐했던 토트넘은 뒤로 물러났고, 맨유에게 중원 돌파를 허용했다.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조금씩 전술을 바꾸며 스콜스와 캐릭을 압박하려 했다. 하지만 대체로 한 명을 막으면 다른 한 명이 공을 잡고 공격 지역으로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뎀프시를 시구르드손으로 교체했다. 그리고는 이상하게도 뎀벨레를 스콜스에게 붙였다. 다리가 쌩쌩한 시구르드손이 압박하는 역할을 하고 뎀벨레를 아래로 내리는 게 더 나았을 지도 몰랐다. 물론 빌라스 보아스 감독의 실험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뎀벨레가 톰 허들스톤으로 교체되자 3명의 미드필더 모두 후방으로 내려왔다.
맨유의 압박
토트넘은 공을 지킬 수가 없었다. 움직임 측면에서 데포의 활약은 엄청났지만, 그는 분명 공을 지켜내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후반전에 맨유는 토트넘의 10배가 넘는 패스를 성공시켰다. 아래에서 보듯이.
퍼거슨 감독은 카가와를 대니 웰벡으로 교체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다른 옵션인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웅크리고 있는 토트넘을 상대로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었다. 결국 에르난데스는 인저리 타임이 되어서야 투입됐고, 그 전에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저메인 데포를 마이클 도슨으로 교체하면서 5-5-0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때문에 퍼거슨 감독은 퍼디난드 대신 새로운 공격수를 투입할 수 있었다. 몇 차례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후반전 맨유는 많은 압박 속에서도 많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토트넘의 포백 라인은 좁게 형성된 채로 페널티 박스로 들어오는 공 대부분을 걷어냈다.
결론
토트넘은 압박과 다이렉트 플레이를 보여줬고, 후반에 물러나기 전까지는 캐릭과 스콜스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반대로 맨유는 부진한 움직임, 공을 뺏는 선수의 부족, 카가와의 고전을 이번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핵심은 상대를 끌어내는 데포의 환상적인 움직임과 결합된 토트넘의 드리블 플레이였다. 데포가 공간을 만들면, 베르통헌, 베일, 레넌, 뎀벨레, 뎀프시가 침투했다. 마치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원톱이 항상 크고 강할 필요는 없다.
첫댓글 좋은글 잘봤습니다_!
토트넘팬분들 아데발 좀 선발하라고 성화였는데 데포 잘 하는 듯.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