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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사 속에서 '속국'의 의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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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라기
2021. 1. 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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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첨예화되고 있는 미중 대결 속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17년 4월, 트럼프가 시진핑과의 회견 후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고 발언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주도할 경우, 전근대 중화질서가 부활하고, 한국은 다시 그 '속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전근대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속국= 조공국'과 근대 국제법적 의미의 '속국= dependent state'를 혼동한 것이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전근대 동아시아 조공 책봉제도는 큰 나라와 작은 나라 간의 국제적 상호승인을 위한
의례적 성격이 강했으며, '속국(조공국)'은 책봉국의 간섭 없이 내정과 외교 등 제반 국사를 자주적으로 처리하였다. '속국'인식 또는 의미의 변질은 19세기 이후 서양 국제법의 전파와 중국의 조선 속국화 정책 추진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조공책봉 제도와 한중 관계
조공책봉 제도는 본래 중국 고대 西周(BC 110- BC 771)의 종법적 봉건제도에서 周王
(주왕)의 혈연관계에 있는 제후들이 정기적으로 그를 朝覲(아침 '조', 뵐 '근')하고 공물을 바치는 의례를 통해 군신간의 의리를 드러내며 결속을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의식이었다.
서주에서는 왕실의 일족을 제후로 책봉하여 지방을 다스리는 이른바 봉건제를 채택했다. 이에 일족 내의 宗法(종법) 예절이 국가 단위의 의식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제후들은 예에 따라 그 종가인 왕실의 제사를 위해 공물을 바쳐야 했는데, 이것이 조공제도의 효시가
되었다.
'朝'는 제후가 정기적으로 周왕실을 알현하는 행위, '貢(공)'은 제후가 입조할 때 공물을
헌납하는 행위를 의미하였다. 흔히 서주의 국가구조를 城邑(성읍)연맹체라고 표현하는데,
조공은 성읍연맹체가 기본적으로 제사공동체적 성격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의례이다.
조공책봉제도는 춘추전국시대(BC 770- BC 221)부터 제후국 간 일종의 외교수단으로
변질되고, 진한시대(Bc 221- AD 220)에 이르러 중국 외부의 이민족에까지 확대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주 왕실의 권위가 쇠퇴하고 제후국 간 권모술수와 권력정치가 횡행하면서 조공의 의미가 변질되었다. 조공은 왕실에 대한 제후국의 의무라는 관념은 점차
희박해지고 주변 강대국의 환심을 사거나 會盟(회맹)을 맺은 국가 간에 우호관계를
확인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통일왕조(진시황)인 秦이 등장하면서 조공책봉제도는 잠시 사라졌다가,
그 뒤를 이은 漢이 주의 봉건제와 진의 군현제를 결합한 군국제를 시행하면서
다시 제후왕에 대한 책복의례와 조공의 의무가 일부 부활했다
조공책봉제도가 중국 외부의 이민족에까지 확대 적용된 계기는 흉노의 침략에 있었다.
기원전 200년 漢 고조가 흉노와의 전쟁에 나섰다가 오히려 포위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듬해 漢은 매년 예물과 종실의 여인을 바칠 것, 흉노와 형제관계를 맺을 것,
만리장성을 경계로 삼을 것, 변경에 關市(빗장 '관', 시)를 열어 교역할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굴욕적인 조약을 체결한다.
그 후 흉노가 분열하여 세력이 약해지자, 기원전 53년 호한야선우가 내조한 것을 계기로
그를 흉노의 우두머리로 책봉한다. 이는 이민족 군주에 대한 최초의 책봉사례로서 이후
한나라는 이 의례를 통해 변경의 안정을 도모하였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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