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도 여름방학 어느 이른 아침,
용산역에 대학생, 중학생(나), 초등학생, 세 학생이 경부선 완행열차에 승차했다.
1차 목적지는 김천이다. 차창밖 펼쳐지는 나란히 나란히 쌀나무들이 신기하다.
이앙기도 흔치 않던 시절, 어떻게 가지런히도 줄세웠을까~
매주 월요일 아침 학교 운동장 조회시간이면, 똑바로 줄서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지청구를 들어야 했던가~
방학이 끝나면 또다시 줄서기가 시작되겠지~
김천에서 내려 2냥짜리 작은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한참을 대합실에서 대기후 다시 승차하고 향한 곳은 상주라는 곳이다.
아담한 상주역사를 나와 다시 버스를 타니 이내 비포장도로를 달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함창읍의 어느 농촌지역 이었다.
끈적한 풀냄새와 함께 마중나와 주신 두 분의 수녀님. 김아마타 수녀님, 우리들의 이모님이다.
또 한 분의 예쁜 수녀님 본명은 기억에서 지워졌다.
우리 일행 다섯이 논두렁길을 지나 적잖이 걸어 도착한 성베네딕도 함창수녀원.
“징글벨~ 징글벨~”
X-mas이브때, 하늘에서 꽃사슴 썰매타고 오는 산타는 없었다.
다만, 까만 밤을 뚫고, 까만 두루마기 여자귀신은 어김없이 찾아왔었다.
그것도 1년에 딱 한 번만, X-mas이브에~
까만 여자귀신은
큰언니와 큰형부였을 울엄마,아빠에게 절도있게 예를 다하는 모습에서, 엄정한 군기가~
조카였을 유아/소년 나에게는 흐트러진 밤차람새를 호되게 꾸짖는 것이 그녀의 사랑표현이다.
공포스러는 까만 여자귀신은 다행히도 누런 민상자를 항상 주고 갔는 데,
그 안에는 성탄절 상징물(산타모자, 사슴, 양말, 썰매등)을 형상화한 밀크쿠키가 한가득~
까만 여자귀신들이 단체로 모여서 만든 거라고 했다.
촉촉한 밀크향 쿠키의 오묘한 그 맛은 잊을 수 없다.
그렇게 까만 여자귀신이 이브에 머무른 시간은 늘 10분 남짓.
외가의 형제가 4녀1남이었고,
울엄니가 장녀이고 까만 여자귀신은 막내였으니
까만 여자귀신의 이브의 나머지 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까만 여자귀신의 정체에 대해 우리 이종사촌들에게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다.
어른들의 사생활에 대하여는 함구하거나, 그들만의 언어로 소곤소곤 소통하던 외갓집 분위기가 그러했기에~
Y대 생물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어느 날 수녀의 길을 선포했다고 한다. 왜?.
“주님의 부름을 받고~”
그녀가 말한 이유라고 했다..
“뎅~뎅~뎅~”
새벽종에 덩달아 일어나, 새벽밥을 먹는다.
어제는 수녀님들과 논으로 나가 송사리, 미꾸라지도 잡고,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피할 겨를도 없이 논 한가운데서 흠뻑 젖어 버렸다,
수녀님들도 우리도 영락없는 물에 빠진 생쥐~
곧 바로 갠 하늘에서 쌍무지개도 처음 보았다.
낯선이에게 짖어대는 거위와 토종닭 먹이도 주고~
오늘은 수녀원에서 관리하는 바로 옆 ‘상지여자 종합 중고등학교’를 구경했다.
(지금는 검색해보니 ‘상지여자상업고등학교’ 로 변천한 듯 하다)
방학이어서 텅빈 학교를 견학한 셈인 데,
웬만한 서울의 학교보다 시설, 기자재들이 매우 훌륭해서 깜짝 놀랐는 데,
단지, 최근에 개원했다는 이유보다는 수녀원의 세심한 사랑과 관리력을 느낀 것 같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귀경을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까만 여자귀신에 대한 공포도 지우고,
그녀들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던, 또 재밋게 노느라고 철없던 2박3일.
“여보세요. 대구 성베네딕토 수녀원 본원인가요?”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그 곳 성베네딕토 수녀원장을 지내셨던, 김아마타님을 찾는 데요~”
“잠시만요~ …………그 분하고 어떻게 되시나요? “
“저희 이모님이세요. 계신 곳을 알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계신 곳도 알려드릴 수 없고, 만나실 수도 없으세요”
“왜요?”
“연로하신 분들이 계신 곳으로 들어가셨고,
그곳의 규칙도 그렇고, 본인도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는 것으로 되어있어요”
10여년 전부터 가끔씩 생각나면 전화를 걸지만, 대답은 똑같다.
단지, 생사에 대한 확인만 해줄 뿐~
올해로 연세가 85세쯤 일 듯 한데,
그렇게 그녀는
존재하면서 부재하고
누가 까만 여자귀신 아니랄까봐~
첫댓글 즐거운 추석되세요
코코로님,
오늘 일랑은
꼭
맛있는 드시기, 약속하셔요.
저도 그럴려구요.
친구분과 차라도 함게 하심 더 좋을 거 같아요
메리 추석~.
이모님께서 검정 색 수녀복을 입으셨군요.
글을 읽다 보니
20대 직장 선배님 생각납니다.
여리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분이셨는데
어느 날 시직서를 내고
수녀원으로 들어가신다고 했어요.
지금도 선배 모습이 선합니다.
윤슬아님 안녕하세요.
첨 인사드립니다.
소띠신가 봅니다.
더욱 친근감이~ㅎ
바둑 천재기사 이슬아 국가대표가 생각나네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였답니다.
윤슬아님의 선배
수녀님이 고운 사연 잘 들었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모임에도 오시고요.
왜 까만 처녀귀신인지 알겠어요...ㅎㅎ
앗~
그러고 보니
온통 까만 미보동생이네요. ㅎㅎ
존재하면서 부재하기 없긔~ ㅎ
이모님이
마음은 백의의 천사이셨을거 같은데
얄궂은 조카에게 뭘 잘못 보이셨길래 ~ㅎㅎ
혹시 용돈을 안주셨나~??? ㅎ
졸지에 으시시한 ~~~덜덜덜~어우 무시라
까만 처녀귀신~생각만혀도 무서워~ㅋㅋ
궁굼한게 하나 있어요.
성희님이 젋으셨을 때,
20대 여성분들을 모아 놓고,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굼해요
알려주세요 ㅎ
@제프2 뭐이가 그리도 궁금 하시나요 ㅎ
공짜로는 안갈촤드릴건데 ㅋ
저하늘에 별을따다 주신다면 모를까 ㅋㅋ
양념으로 쬐끔만 살짝~말한다면
원단에 아름다운 수 를 놓는것~
이정도면 됐쮸~ㅎㅎ
더이상은 개인정보 차원 어쩌구 저쩌구~혀서
안되여욤 ㅎㅎㅎ
@새여울
아~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름다운 수를 놓고있는, 아름다운 풍경~
ㅎ
감사합니다.
코코로님 굿모닝
맛있는 거는 드셨는지~
저는
어제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게 놀았습니다.
오늘도 해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