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79,「안개꽃」외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눈송이가
쏟아진다
하하하 웃음꽃도
다발다발
묶어놓은
수다쟁이 계집아이야
까르르
입을 모으면
이야기가 쏟아진다
-신명자의 「안개꽃」
하늘에서 눈송이가 쏟아지고, 하하하 웃음꽃도 쏟아지고, 무더기로 모여 수다도 떨고, 까르르 이야기도 쏟아진다.
비유들이 안개꽃 이미지와 딱 어울린다. 눈송이, 웃음꽃, 수다, 이야기 등은 안개꽃의 은유들이다. 언어에도 가성비라는 게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다. 가격은 비유요 성능은 감동이다. 가성비가 좋아야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 비유가 사물과 너무 비슷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적당한 이질성이 있어야 끌어잡아 당기는 힘이 생긴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라는 게 있다하지 않은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한다.
탁월한 가성비 이것이 시이다.
낙숫물 한 방울도 살붙이로 끌어안고
처마 끝에 뿌리 내려 버티는 저 안간힘
햇살이 어루만지자
마침내
터진
눈
물
- 이광의 「고드름」
낙숫물 한 방울도 살붙이로 끌어안고 처마끝에서 안간 힘으로 뿌리를 내려 버티고 있다. 햇살이 어루만지자 마침내 눈물이 터진다.
고드름을 살붙이로 비유했다. 초가 처마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햇살이 어루만지자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햇살이 무엇이길래 이런 기적이 일어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주고 있다. 시인은 사물에 대한 최대값 이미지, 최대공약수를 찾아야한다. 그래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시가 감동을 줄 수 없다면 시의 의무를 포기한 것이다.
이미지 하나가 가난한 이들에게는 위안이요 아픈 이들에게는 간호사이다. 사람을 살리고 인생을 살리기도 한다. 시조가 천여년을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우리 민족의 성정을 많이 닮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주간한국문학신문, 2023.4.5.
첫댓글 어떻게 고드름을 신체에 비유하고
따뜻한 햇살을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사랑받아 감동의 눈물 떨어뜨리다 하심에 감동…
각자 본연으로부터 당연히 해야할때 때 를 알고 최선 다하는 모습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족함이 있을시 위로가 되어주고 받고 그래서 최선 다하고 …..
요즈음에 종종 義로움 보다는 利로움으로 가까워지기 쉬운 아~~~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요.
집으로 가는중에 지하철서 요.
정말 재미있게 놀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해줍니다.
좋은 시조를 찾아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보물들이 어디엔가 숨겨져 있어 그것을 찾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