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리포트] 드론의 맹활약
드론, 이런 만능 재주꾼을 봤나!
볍씨 뿌리고 스포츠 촬영에 레이싱·불꽃놀이까지…
군사용으로 개발돼 하늘 위의 혁신 ‘고공비행’음
식 배달에 드론 타고 출퇴근 상상이 곧 현실로
미래학자 “2030년 이전에 드론 혁명 일어 난다”
충남 아산에서 볍씨를 뿌리는 농업용 드론. 아산시청 제공 |
“이 손안에 있는 것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했던 말이다. 당시만 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인류가 만든 그 어떤 도구보다 빠르게 보급됐고 인류사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생활이 편리해진 것은 물론 사고방식, 가치 등이 바뀌었고 산업 간 영역이나 생산과 서비스의 경계도 무너져 내렸다. 이처럼 우리 일상을 한꺼번에 뒤흔들어 놓을 혁명적 도구는 당분간 발명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모내기하고 비료·농약도 뿌리고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전망을 비웃는 IT 신무기가 등장했다. 무인항공기를 뜻하는 드론이 그 주인공이다. 초창기 통화용으로 쓰였던 스마트폰이 손안의 만능해결사로 진화했듯이,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드론이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만능 재주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사짓는 드론이다. 지난 13일 충남 아산에서는 농업용 드론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특수 장비를 장착한 이 드론은 물을 가둬놓은 논 위를 돌며 볍씨를 뿌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종전 기계를 사용할 경우 3시간 이상 걸리던 1헥타르(ha) 면적 논의 파종이 이번 시연에서 불과 20여 분 만에 끝났다. 게다가 별도의 육묘나 모내기가 필요 없어 인력난을 해소하고 영농비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산시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농업용 드론을 본격적으로 보급할 방침이다.
드론 농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료·농약 등을 살포할 때도 드론이 유용하다. 고령화로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일본에서는 이미 전체 논의 40%에서 드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으로 촬영해 편집한 아마추어 축구 경기. 필자 제공 |
드론 레이싱에 스포츠 촬영도 척척
스포츠 분야에서도 드론이 펄펄 날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 모터스포츠 ‘F1’과 흡사하게 드론의 속도를 겨루는 레이싱 대회가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 김민찬 군이 프리스타일 부분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아예 드론 리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처럼 드론 레이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놀라운 속도감 때문이다. 시속 180km를 넘나드는 속도 덕분에 ‘하늘의 F1’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형 방송사만 가능했던 스포츠 촬영도 드론이 척척 해내고 있다. 드론으로 사회인 축구나 야구 경기를 찍어 편집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마장동 루니’ ‘연신내 베르바토프’ 등 아마추어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 장면. 필자 제공 |
기존 불꽃놀이 압도하는 드론 불꽃놀이
심지어는 불꽃놀이를 하는 드론도 있다. 최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사막 하늘에서 펼쳐진 드론 불꽃놀이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형형색색의 전구를 단 100대의 드론이 마치 리듬체조 선수들이 단체전 경기를 하듯이 군무를 선보인 것이다. 컴퓨터가 드론을 조작하기 때문에 사실상 실수가 없어 정확도 면에서 기존 불꽃놀이를 뛰어넘을 정도다. 일본 광고업체가 선보인 ‘스카이 매직’ 쇼도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일본 후지산을 배경으로 20대의 드론이 다양한 색의 1만6500개 LED 전구를 번쩍이며 펼치는 퍼포먼스는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2030년 이전 드론 혁명 일어날 듯
조만간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것을 찾는 것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미국 경제 매체 쿼츠가 드론이 가까운 장래에 약 150조 원 규모의 서비스와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을 정도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 이전에 ‘드론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드론이 아침잠을 깨우고 식사 메뉴를 추천해 배달해주며 드론을 타고 출퇴근하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SF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니 무척 기쁜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걱정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스마트폰 혁명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겨우 적응할 만하니까 드론 혁명이라니···. 급변하는 IT 속도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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