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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의 풍경 landscape In The Mist
감독: Theo Angelopoulos (1990,그리스)
음악: Eleni Karaindrou
"- 아버지 저희들은 딩구는 낙엽같습니다" -
나이를 먹는다는 걸 또 다르게 표현하는 법 중 한가지는
문화적 충족을 즉시 즉시 해결 못한다는 건 아닐런지...
쉬운 예로 PIFF 등등의 이름있는 영화제들의 소식을 들을 때
평소 접하기 쉽잖은 명화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나랑은 관계 저편의 일이라고 접어둘 때 등등등...
젊어 한 때 그리도 많이 봐냈던 연극들 영화들을...
영화음악으로도 꾀 유명한 것으로 오래전 부터 보고싶었던
'안개속의 풍경'
몇번의 노력으로도 무산돼 버리고 변두리 동네에서
그냥 흘러가는 부탁으로 남편이나
아들이 비디오 빌려갈 때 라던지 빌렸던 테잎 돌려주려 갈 때 라던지
"저 혹시 '안개속의 풍경' 이라는 비디오 있나 함 물어봐 줄래요 ?"
허지만 번번히 그런건 없다는 대답이었다.
슈-퍼를 오가며 간혹 만나는 대여점에서
그저 생각날 때 한번씩 더 물어봤지만
"그 비디오가 재밋는건가봐요? 몇몇 사람이 더 찾던데..."
모르긴 해도 그 몇몇사람은 나의 귀찮은 숙제를 건성으로
물어봐 준 남편 아니면 아들일것이다 란 생각을 금치 못했다.
참 간절하면 얻어진다던가... 잘 보지도 않는 테레비에서 그 영화를
어느 일요일 EBS명화 코너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거의 사투에 가까운 노력끝에- 웬만한 건 그냥 잊어버리는 관계로
거의 90프로...
나의 눈길이 제일 많이가는 냉장고 씽크대 부근에 포스트로 커다랗게
시간을 적어서 거의 골치가 아플 정도로 신경을 쓰면서 식구들께도
그 시간은 내시간이라고 협박 비스무리하게 해대면서 노력한 결과로
한 장면도 놓치치 않고 다 봐냈던 것이다.
비디오로도 감명 깊었는데 제대로 된 개봉관에서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지만 내내 미루던 숙제 한가지를 해낸
기분이었고 역시 그 감독에 그 음악이구나 ...
둘은 명 콤비로 유명하다 했는데 섬세한 여류 영화음악가답게
풍경설정과 음악이 참으로 절묘했다
암울한 그리스를 두 거장은 아주 침울하게 개봉관에서 봤더라면
틀림없이 최근에 봤던 감동적인 영화 다섯손가락안에 든 영화라고
우기겠지만 어줍잖게 거실에서 비스듬히 누워서 T.V로 본 영화라서
이런글을 쓸 자격이나 있을지 몰라 하며
안개속 풍경의 어린 남매가 찾아가는 아버지는 영화 도입부
초다 더미(?)에서부터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다 라는것을
강하게 암시 하는 통에 처절하도록 서글픈 비극으로 몰아간 영화였다.
겨울바다 한가운데서 검지 손가락이 잘려나간 손이 서서히 떠오르다가
-호미곷 바다속에 떠있던 커다란 '상생의 손' 은 왜 또 생각났을까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구원받지 못한 그리스의 암울함을
암시하는 장면이라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던지
구원받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
영화 보기 전 부터 맘에와 닿던 한소절의 대사
- 모 방송 프로에서 갈아앉은 음성으로 음악과 같이 소개될 때 부터였나?
"아버지 저희들은 딩구는 낙엽같습니다"
정작 영화 볼 때는 너무나 한순간에 흘러가는 대사로 처리되어
정확하게는 기억을 못하였지만 그 뜻은 저 한 소절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화면 전체를 시종일관 희뿌연 안개처럼 그려내면서 그래도 끝장면은
나무한그루를 향하여 나아가는 '풍경'으로 처리한 감독의 속내를
나름대로 추리하면서 또 한편의 연극이 떠올랐다
한국일보 13층 소극장에서 본 <고도를 기다리며>
임영웅연출은 변함이 없는데 캐스팅은 여러번 바뀌었던 그 연극,
사무엘 베켓트 였나?
내가 볼 때는 손 숙 남편 김성옥과 동성애 사건으로 자살했다는
소문이 떠돌던 함현진 이었는데...꾀나 충격적이었지 그당시엔...
함현진(?) 아는사람 있을까 몰라...
막이 오르면서 기다리던 '고도'는 올것인지 아니올것인지로
고민케 하다가 종래에는 도대체 고도는 실존이나 하는지...
의문인 체로 막을 내리던 그 연극,
'디디'인지 '고고' -두주인공이름을 略 해서 불렀던 걸로 기억됨 -
인지 무대에 심어논 나무에 목매달려다 바지가 푸석 흘러내리는 장면은
참으로 비극적인 '풍경'이었지만 관객들은 웃고말았던,
너무나 처절하도록 허무한,그 연극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판도라 상자의 희망 한자락을 남겨주고픈 사무엘 베켓트나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배려같은 나무한그루가 생각나는 그 영화...
P.S: 나무심는 날이라는 날에 땅 한 평 없는 아파트에 갇혀서...
이제는 늙어버린 참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