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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 25일 월요일 맑음
대만에 가서 뭘 하지?, 대만에 볼 것이 무엇이 있지? 여행을 준비하면서 질문을 던져 봐도 뚜렷이 ‘이것이다.’ 라고 대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의미를 부여하며 볼 것들과 먹을 것 들을 메모해두었다. 새벽 3시 30분 기상, 김밥 2줄을 샀다. 차를 몰고 집에서 출발해서 공항에 5시 30분에 도착했다. 사온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출국은 아침 7시 30분이다. 2시간 조금 넘게 걸려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손목시계는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시차가 1시간 있으니 여기는 지금 오전 8시 30분이다. 아직도 아침이라니, 참 가까운 거리다. 아침에 출발해서 업무를 보고 오후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라 생각된다. 타이베이에는 타오위안 공항과 송산 공항 두 개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타오위안은 인천, 송산은 김포공항과 비슷한 느낌이다. 송산공항의 장점은 타이베이 시내에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이용객이 적어 출입국 심사가 좀 빠르단다. 아내는 배탈이 났다고 급하게 화장실을 간다. 갑자기 서두르고 긴장했나보다. 입국절차를 끝내고 나왔다. 찾을 짐은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유심(USIM)칩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해서 유심 칩을 살 필요가 없었다. 버스를 타기위해 5번 게이트로 나왔다. 우리나라와 시스템이 비슷한 공항버스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타이베이 시내로 이동하는 방법은 택시와 버스 두 가지 밖에 없다. 그 유명한 1819번 국광(國光)버스를 타기위해 티켓을 구매했다. 왕복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편도 125$, 왕복 230$이다. 줄을 서서 기다리니 금방 버스가 도착한다. 공항에서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중앙역의 동문 쪽에서 모두 내린다. 우리도 따라 내려 서둘러 역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인데도 무척 덥다. 역 안으로 들어서니 시원한데 엄청 규모가 크고 복잡하고 사람들도 많다. 중앙 홀에 들어서니 높고 시원하다. 먼저 숙소를 찾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서문 역 부근이다. 지하철(MRT)로 1정거장이다. 시간도 많고 거리도 가까워 보여 걸어가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동서남북을 정해서 북문 방향으로 나와 걸어서 북문을 보고 서문정(시먼딩)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 덩치 큰 역을 나와 방향을 잡고 햇빛을 피해가며 걸었다. 너무 뜨거운 탓에 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도 북문이 나오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해서 마침 걸어오는 아저씨가 있어 지도를 들고 목적지를 보여주며 물어보니 우리는 서쪽으로 가야하는데 반대로 동쪽으로 가고 있었다. 가까이에 중산 역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미리 준비해 간 교통카드(아내는 대만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두 번을 다녀와도 따라다녀서 잘 모른다.)를 꺼내 충전을 했다. 이제는 두 정거장을 가야했다. 덕분에 시원한 지하철도 타게 되어 반가웠다. 복잡한 서울 지하철을 이용할 줄 안다면 여기 타이베이의 지하철은 정말 쉽다. 서문 역에서 도착, 6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숙소 이름이 보인다. Tomorrow Hotel(明日大飯店)이다. 2성급이다. 도착시간이 12시 30분이다. 체크인을 했지만 오후 3시에 들어갈 수 있단다. 배낭을 맡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개구리 알이 듬뿍 들어있는 버블 티 사진이다. CoCo라는 간판을 붙인 작고 깔끔해 보이는 가게다. 버블 티 한 잔을 주문했다.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간다. 입안에 걸린 개구리 알 같은 것을 씹어본다. 재미있다. 처음 접해보는 음료수다. 버블티(bubble tea) 또는 타피오카 밀크티(tapioca milk tea) 혹은 애칭 보바(boba)는 타이완 특산 차 음료이다. 타피오카(Tapioca)는 카사바의 알뿌리에서 채취한 녹말이다. 밀, 감자 등에서 채취한 녹말과 비교하여, 질도 비슷한데다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여러 식용, 공업용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버블티, 바이오 디젤, 희석식 소주, 과자의 재료가 된다고 한다. 버블 티는 주로 차갑게 해서 마신다. 이것이 캐나다를 거쳐 미국 서해안을 통해 유행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버블 티는 중화인민공화국(홍콩, 마카오 포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대한민국, 타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유명하며 최근 들어서는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나는 처음 마셔본다. 세계의 여러 국가들에서는 버블티는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중화민국에서는 이를 진주우유차(珍珠奶茶, 전주나이차)라고 부르고, 대한민국에서는 보바 드링크, 보바 티, 버블티라고 부른다. 북아메리카에서는 bubble tea, black pearl ice tea 등의 이름으로 판매된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QQ드링크 등의 낱말을 사용한다. 버블(bubble)이라는 낱말은 실제 타피오카가 아닌 특정한 종류의 버블티를 만드는 과정인 "거품 내기"를 가리킨다고 한다. 내일 가려고 예약한 화련 행 기차표와 탑승하는 곳을 미리 알아보기로 했다. 중앙역(대북차점)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중앙역과 숙소의 위치를 알았으니 이제 걸어서 가도 될 것 같다. 날씨가 엄청 덥지만 그늘을 골라 살살 걸어간다. 먼저 숙소 주변을 살펴 보기로 했다. 지하철 역이 있어서 엄청 복잡하다. 숙소 바로 옆이 서문정 입구다. 거리에는 U2라는 영화관도 보인다. 거리 광장에는 동상이 있다. 옛날 어른의 모습과 현대인 그리고 젊은 커플이 셀카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릴 것 같아 불안해 보인다. 북문 방향으로 걸어간다. 대북시 만화구 북성 국민 소학이라는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5층 건물이다. 오른쪽에 북문(베이먼 北門)이 보인다. 타이베이의 옛날 성곽의 흔적이란다. 승은문(청언먼 承恩門)이라고도 불리는 북문은 청나라 시대인 1882년에 건설된 타이베이 고성의 5개 성문 중에 하나로 그 당시 고성 안으로 상인들이 들어서고 거리가 형성되었었다. 그러나 일본 통치시절 성벽이 철거되어 도성을 지키던 5개의 성문 중 4개의 성문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성문은 궁전식 누각으로 개축되었으며 북문만이 원형 그대로 풍격을 보존하고 있는 가장 진귀한 유적 중 하나이다. 문은 2층 높이로 벽을 감싸는 밀폐형식으로 되어서 요새를 방불케 하고 2층 앞뒤로 네모나고 둥근 창 구멍만 남아 있어 주변 감시나 방위에 편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에서 도성을 지켜보던 북문은 이제 타이베이의 고가도로 아래에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변해가는 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앙역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니 중앙 우체국 건물이 나타난다. 4층인데 제법 오래되 보이는 건물이다. 중앙역 옆에는 2개의 버스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다. 국광객운 간판이 보이는 서부터미널 A, B 터미널이다. 이 버스터미널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버스들이 있고 공항, 타이베이 근교를 가는 버스들을 모두 탈 수 있다. 편리하게 되어 있다. 거리는 무척 뜨겁다. 얼른 지하도를 이용하여 중앙역으로 들어갔다. 중앙 홀의 바닥은 커다란 체스판을 연상케 하는 사각형 흑백 대리석으로 바닥이 장식되어 있다. 사람들도 다양하다. 일단 시원하니 앉아있는 사람들과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이들, 가족 전체가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 등 다양하다. 벽에 있는 커다란 시계는 오후 1시 39분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화련 행 기차예약 스케줄을 프린트 물을 꺼냈다. 창구에 보여주니 기차표를 발급해 준다. 점심이 가까워 오는지 배가 고프다. 역내에 있는 도시락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저렴하고 풍성한 도시락이다. 두 개 사서 한가한 의자에 걸터앉아 식사를 했다. 줄 지어있는 의자에 사람들이 여러 모양으로 앉아 모두 도시락을 먹고 있다. 재미있고 맛있는 점심이다. 재미있는 먹거리 가게도 있다. 계란 껍데기에 집어넣은 계란 푸딩이다. 부드러운 치즈케이크 전문점 웨이스슈슈더디엔이라는 작은 매장도 보인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케이크를 산다. 미사숙숙적점(微思叔叔的店 Uncle Tetsu’s Cheese Cake). 일본에서 치즈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워와 오픈한 삼촌 치즈케이크는 유럽 천연 치즈와 일본의 생크림, 그리고 우유를 섞어서 오븐에 구워 만드는데 오븐에서 막 구워 나온 케이크는 치즈의 맛이 너무 느끼하지 않고 약간의 수분이 남아있어서 한 입 먹는 순간, 입에서 순식간에 녹을 정도로 매우 부드럽다. 딱 일본에서 먹던 맛이다. 대만인지 일본이지 헷갈린다. 타이베이 교통의 중심지인 대북차점(臺北車岾 타이베이처잔)은 1891년에 완공되었다. 시내 지하철과 일반 버스, 타이완기차, 고속철, 공항버스, 그리고 타이완 전역으로 가는 버스터미널의 종점이자 환승역으로 타이베이 교통의 허브인 곳이다. 특히 MRT 단수이 선과 반난(板南)선의 환승구간이라 여행 중에 자주 지나치는 곳이다. 기차역 남쪽으로는 타이베이 총통부와 228공원, 타이완 박물관이 있다. 역 주변에는 대형 쇼핑몰이 있고 중산 역까지 지하상가가 길게 발달되어 있다. 다양한 호텔들이 몰려있어 짐이 많고 지방까지 둘러볼 게획이면 이 기차역 부근에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좋다. 기차역 남쪽으로는 타이베이 학생들의 학구열을 느낄 수 있는 학원가, 중고 책방 거리, 카메라 거리, 그리고 북문까지 이어지는 지하상가 등 특색 있는 거리들이 조성되어 있어서 마치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이제 역을 나와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다시 걸어가는데 주변에 있는 볼거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걷다가 너무 더우면 커다란 상점으로 들어가 물건을 구경한다. 옷 매장에 들어가니 엄청 시원하다. 24시간 에어컨을 돌려야 하는 날씨인데 어디서 이 많은 적력이 공급될까? 궁금해진다. 남쪽 방향으로 걸어가니 국립 타이완 박물관이 멀리 정면에 보인다. 걷고 있는 거리는 은행들이 모여 있는 거리다. 상해 상업 은행에 들어가서 환전을 했다. 너무 시원해서 기다리는 것도 좋았다. 맞은편에는 대만은행 과 농업금고가 있다. 은행마다 수수료를 빼고, 또는 넣고 계산하기에 거의 같다.
타이완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국립타이완 박물관(國立臺灣博物館 궈리타이완보우관)에 섰다. 1908년에 설립된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다. 처음 이곳은 일본 식민지 시절 남북 철도 라인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해방 이후 1949년 ‘타이완지역박물관’으로 변경되었다가 1998년 내무부에 의해 ‘국가사적’으로 지정되고 이듬해 1999년 지금의 국립타이완박물관으로 변경되었다. 외관은 그리스의 웅장한 신전을 연상케 하며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으로 되어 있으며 타이완 원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부터 타이완의 지질, 동물학, 생물학 등과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철도 라인의 개통을 기념해 설립된 만큼 서쪽에는 증기기관차도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포함한 이 지역이 타이완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228 평화공원(二二八和平公園 얼얼빠허핑공위엔)다. 1907년 건설 당시만 해도 타이베이 공원이라 불렸으나 1947년 일어난 228 사건 후 지금의 ‘228평화공원’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공원내부에는 228 사건을 기념하는 228기념비, 228기념관이 함께 하고 있다. 항상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공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끔 해주고 있다. 공원 안에는 노천 음악당을 비롯해 연못과 정자가 있으며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이 있다. 항상 태극권을 연습하는 사람들로부터 오후에는 산책 나온 시민들, 땅거미가 지면 데이트 코스로 찾는 연인들까지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좋은 쉼터가 되어준다. 이름 모를 도사님의 동상도 있고 일본 신사의 냄새가 나는 돌문도 있다. 기념 종탑도 보인다. 공원을 빠져나오니 타이베이 행정의 중심인 총통부(總統府 종통푸)가 나온다. 총통부는 일제시기의 총독부 건물로 1919년 완공되었으며 당시 타이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이었다. 붉은 벽돌과 흰 벽돌의 조화가 특이한 르네상스 양식의 5층 건물로 중앙에는 높이 60m 탑이 솟아있다. 현재 타이완 최고 국가기관으로 총통의 집무실이 3층에 있으며 이곳에서 일을 보고 있어 평소 경계가 삼엄하다. 제복 경찰뿐만 아니라 사복 경찰도 눈에 띈다. 때문에 오전에만 관람이 가능하며 외국인일 경우 여권을 제출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개인 소지품이나 카메라 등의 물건을 입구에 맡기고 보안 점검을 받은 후 입장한단다. 외부 역시 멀리서는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하나 가까이서 촬영할 경우 제지를 당할 수 있다고 주의하라고 했지만 별로 통제는 없었다. 매년 10월 10일 쌍십절에 총통부 앞 광장에서 경축 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지는데 기념행사와 불꽃놀이를 보려는 시민들이 가득하단다. 옛날 우리나라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 있던 중앙청 정부청사가 생각난다. 우리는 이미 철거했는데, 여기는 이를 이용하고 있구나. 광장 주변에는 관공서 건물이 있다. 숙소로 향했다. 호텔에 들어가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호텔 가격은 저렴한데 창문이 없다. 워낙 더워 창문이 별 의미가 없다. 시설은 깨끗하고 시원하다. 에어컨이 없으면 어찌 살꼬? 거리를 걸어오는데 속옷까지 다 젖었다. 샤워를 하니 살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심심해서 주변에 있는 용산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를 나섰다. 도로에 선다. 벨이 울리며 음악이 흘어 나온다. 쓰레기차다. 박스 등 재활용품을 들고 나오는 시민들이 많다. 서문홍루 광장에 섰다.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열리는 장소인 서문홍루(西門紅樓 시먼 홍러우)라고 가이드 북에 올라와 있는데 문이 굳게 닫혀있다. 1908년에 완공되어 이미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타이베이 최초의 극장이다. 건물외관은 붉은색 벽돌로 건축되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기며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8괘 형상’으로 지었기 때문에 ‘팔각극장’이라고도 부른다. 처음 완공했을 당시 1층만 있었지만 1945년 건물을 2층으로 확충하면서 타이완 오페라, 경극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점점 쇠락하였고 1997년에는 결국 문을 닫게 되고 그 해 타이베이 시정부가 공식 역사유적으로 지정하면서 2층은 전통 극장식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1층은 카페와 기념품 매장으로 변모했다. 주말이면 이곳 앞에 벼룩시장이나 유명배우의 팬 사인회 같은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길 걷다가 대북시향토교육중심(타이베이시앙투지아오위종신), 완화 지역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교육과 문화의 이념을 융합해 향토교육을 진행하는 장소로 발전시켜온 곳이다. 내부에는 크고 작은 전시실이 있다. 백여 년 전 청조시대의 거리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박피료’와 관련해 여러 가지 주제와 박피료의 역사를 보기 쉽게 전시하고 있다. 또한 학교 교육과 커뮤니티 문화를 결합시켜 각종 교육활동도 진행하고 있어 평일에는 주변학교의 학생들이 이곳으로 견학을 오기도 한다. 더 걸어가니 박피료로가(剝皮寮老街 보피랴오라오제) 가 나온다. 영화 ‘맹갑’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박피(보피)는 과거 이곳에서 목재의 껍질을 벗겨서 얻게 된 이름이다. 완화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청나라 때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상업 활동이 굉장히 활발했던 지역이다. 그리고 이곳은 현재 타이베이에서 청나라 거리가 유일하게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거리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거리 양쪽으로 60~7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게와 간판들과 벽화(낙서)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 탓에 출사지로도 인기가 많다. 그밖에도 각종 영화,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타이완에서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 ‘맹갑’도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해 영화의 촬영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무척 늘었다고 한다.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가득 담긴 골목 시장이 나온다. 더위에 찾는 수박이 속살을 드러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상의를 탈의한 영감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소박해 보이는 골목시장이 정겹다. 타이완의 가장 오래된 사원 용산사(龍山寺 룽산쓰)에 도착했다. 민간신앙이 발달된 타이베이에는 아주 작은 규모에서부터 거대한 사원까지 수많은 사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용산사는 가장 오래되고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사원이다. 1740년에 건립된 이래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그동안 몇 차례 보수를 겪고 난 후 현재는 국가 2급 고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국식 고전건축인 3진 4합식의 궁전식 건축으로 벽면에는 생동적인 도상이 그려져 있고, 석조 역시 매우 정밀하며 기둥과 처마의 경계부분에는 못을 쓰지 않는 전통양식으로 되어 있다. 지붕의 사방에는 봉황, 용, 기린 등 길상을 상징하는 조형이 있으며 채색 유리와 기와로 장식되어 있어 멋진 건축양식 자체만으로도 둘러볼 가치가 있다. 3진이란, 건축의 입구부터 3줄로 되어 있는 것을 말하며, 4합이란 동서남북 4방의 합이 되는 각 변이 맞닿아 있다는 의미로, 건물 내부를 돌아보면 전체적으로 입구(口), 사각형으로 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화려한 건축에 따라 화려하게 몰려든 시민들에 코에 거슬리는 향냄새도 화려해 보인다. 점을 치는 여러 가지 목각 재료가 통에 가득 담겨 있다. 한 바퀴 돌아 서둘러 나왔다. 더위와 향 연기가 답답하게 한다. 길 건너편에 있는 전철역사도 사원 풍 건물이다. 85℃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건물이 보인다. 커피집이다. 85도 소금커피로도 유명한 85도씨 카페에는 커피도 유명하지만 함께 팔고 있는 빵도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단다. 85도씨 카페는 2004년도에 오픈한 이후로 현재 타이완 내에 체인만 300개가 훌쩍 넘고, 미국, 호주까지도 진출해 있는 타이완에서는 ‘타이완의 스타벅스’라 불리는 매우 인기 있는 커피전문점이란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다니 한 번 쯤 들러볼만 하지만 늦은 오후라 구경만 하고 지나쳤다. 그 다음 만난 곳이 까르푸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대형 슈퍼다. 들어가서 과일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싸다. 그래도 망고, 파파야, 빵, 요구르트를 사가지고 나왔다. 다른 제품들도 편의점 보다도 비싸다. 까르프의 중국식 표기는 家樂福(가락복)이다. 좋은 의미로 잘 표기한 것 같다. 중화로 큰 길로 나오니 영화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이라고 간판은 붙어있지만 안에는 흑백 영화 포스터와 잡다한 기록물들이 보일 뿐이다. 옆에 있는 광장은 서본원사광장(西本願寺廣場)이라고 초록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서문정에 도착했다. 날이 저물어가고 뜨거운 태양도 넘어가 길 가에는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샤브샤브(훠궈 火鍋)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중국에서 먹어본 훠궈다. 샤브샤브의 원형인 중국의 국물 요리. 3세기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의 솥 요리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13세기 몽골 칭기스칸이 야전에서 투구를 벗어 물을 끓여서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를 익혀 먹은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충칭식 훠궈는 태극 모양으로 칸이 나뉘어져 있으며, 한쪽엔 매콤한 홍탕, 한쪽엔 담백한 백탕을 끓이고 고기, 해물, 채소, 버섯 등을 익혀 먹는다. 타이베이에서 인기 최고라는 훠궈 뷔페 집을 찾기로 했다. 보물찾기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지도를 보며 찾아갔다. 가이드북에 올려 진 사진을 보고 좋아했다. 천외천정치화과(天外天精緻火鍋), 간판은 천외천이라고 붉은 간판에 검은 글씨로 씌여 있다. 우리나라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한 타이베이의 인기 있는 훠궈 집이란다. 2층이다. 서문정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뷔페식이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필수 맛집이란다. 이곳에서 선택할 수 있는 탕의 종류는 기본 마라탕부터 김치탕, 커리탕과 레몬탕 등 무려 9가지가 있다. 두 가지를 같이 맛보고 싶으면 위엔양탕을 주문한다. 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가 부위별로 있으며 리필하고 싶을 땐 종업원에게 말하면 된다. 그밖에도 채소와 다양한 해산물, 그리고 음료 또한 맘껏 마실 수 있다. 후식으로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과 케이크, 열대과일까지 준비되어 있다. 2시간의 제한 시간이 있으나 생각보다 넉넉하다. 욕심을 부려 먹으면 또 부담될 것 같다. 별로 배고프지 않아 들어가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대신 망고빙수를 먹기로 했다. 서문정의 대표 망고빙수 전문점을 찾았다. 삼형제(三兄弟 싼시옹메이) 빙수집이다. 서문정 번화가에 위치한 빙수 전문점으로 신선한 과일뿐 아니라 빙수위에 얹어서 나오는 얼음이 연유와 섞인 얼음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는 망고 빙수를 하나 시켰다. 한국 사람이 많다. 한 개도 커 보인다. 일반 빙수보다 더 달콤하면서 너무 느끼하지 않고 빙수의 시원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부드럽고 쉽게 넘어간다. 종업원들이 간단한 한국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서문정의 필수 코스로, 가게 내에서 한글로 된 낙서도 보인다. 매장이 좁다. 이곳에선 다양한 빙수를 맛 볼 수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망고빙수다. 고소한 연유와 함께 큼직하지 않은 망고와 망고 아이스크림이 얹어서 나오는데 맛뿐 아니라 양도 푸짐해서 1개를 주문하여 아내와 둘이서 충분히 먹었다. 다른 과일 빙수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배가 물러서 다음으로 미뤘다. 빙수를 먹고 나오니 구수한 음식 냄새가 코를 스친다. 빙수 집 건너편에 있는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데 정말 맛있어 보인다. 커다란 후라이팬 위에 신선한 굴을 몇 개 얹어서 계란 후라이와 함께 소스를 얹어준다. 굴 오믈렛이라고 할까? 뜨거운 날씨에 불 앞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요리하시는 뚱뚱한 아저씨는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배부르다는 아내를 끌고 들어가 주문했다. 두부 모양의 입에서 살살 녹는 밀떡도 한 접시 주문했다. 입에서 들어갈 때는 맛이 좋았는데, 잡다한 음식 자꾸 배로 들어가니 속이 좀 답답하다. 날도 더운데 무식하게 먹은 것 같다. 간판은 365... 뭐라고 씌어 있는데 중국어를 모르니 기록하기 어렵다. 이제 숙소로 발길을 돌린다. 숙소에서 망고와 파파야를 먹는다. 시원한 숙소가 맘에 든다. 이렇게 대만에서의 첫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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