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팔경
김현욱
임곡 청룡회관에서 내려다보는
저물녘의 빠져 죽고 싶은 영일만이 일경이라면
호미곶 큰 손 너머로 이글거리는
정월 이튿날의 적막한 일출은 이경입니다
대보면 구만리 청보리밭 위에서
숨바꼭질하는 푸른 바람의 아이들이 삼경이라면
자정 무렵 송도해수욕장 실비상회에 앉아
바라보는 제철소 야경이 사경입니다
개풍약국 지나 어시장까지
거대한 체험 뮤지컬 <죽도시장>이 오경이라면
흥해興海, 청하淸河, 송라松蘿
그 곱디고운 이름 따라 얽히고설킨
옛이야기가 육경입니다
녹음 뒤끓는 한여름의 보경사와
늦가을, 한 마리 단풍물고기로 환생하는
오어사가 칠경이라면
언젠가
당신이 와서 명명할
미지의 포항 어딘가
오롯이 기다리고 있을
생물의 풍경,
그곳이 바로
팔경입니다
-김현욱, <<보이저 씨>>, 애지, 2013.
2014년 보리수필 9집 때 공동 소재 수필의 공동 소재를
<포항 팔경>으로 하면 어떨까요?
첫댓글 제 생각에는 <포항 제일경>이 좋겠어요. 그것이 모이면 우리 동인 수만큼의 경이 되겠지요. 나아가서는 포항소재 작품도 되겠네요.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3.12.09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