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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일본은 나라는 부자라도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일본 특유의 문제가 있다. 그것이 바로 주거 비용이다.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고 하는데 거품경제 붕괴 이후 주택값은 많이 떨어졌으므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국에 비해 약간 비쌀 지 몰라도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일본 주택 시장에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과는 달리 일본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본에서 주택은 감가상각하는 소비재에 불과하며 내구 연수가 15년-30년 정도에 불과하므로 모처럼 지은 주택을 헐고 다시 짓는 낭비가 반복되고 있다. 일본 유수의 thinktank인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2008년도 보고서 “왜 일본은 풍요로아질 수 없을까. 일본의 주택사정에서 고찰”에서 문제점이 잘 정리된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일본 주택의 평균 수명은 매우 짧다. 신축 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자산가치는 불과 15년정도에 건물 부분의 가치가 소멸하고 땅값만 남게 된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하여 자원 절약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고 하지만 주택에 관해서는 세계 최대의 낭비 국가인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거품경제 시절 땅값이 워낙 올라서 건물을 짓는데 큰돈을 쓸 수가 없어서 부실한 주택이 많아진 점을 들 수 있다. 예산이 4천만엔인데 땅값이 3천만엔이면1000만엔짜리 건물 밖에 지을 수 없지만 땅값이 1000만엔이면 3천만엔 들여서 훨씬 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1000만엔밖에 들이지 않은 집은 당연히 내구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오래 갈 수가 없다. 일본은 전세 제도가 없으므로 주택 비용은 월세를 살거나 주택을 구입하는 2가지 방법 밖에 없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더라고 벌어온 돈이 주거비용으로 사라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은 재산으로 인식되어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저금”과 “투자”의 측면도 있다.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일본처럼 15년만에 건물 가치가 0엔이 될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일본은 부동산 가치 하락이 융자금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므로 30년 융자로 주택을 구입하면 극단적으로 설명하면 15년만에 빌린 돈은 전부 탕진했는데 갚을 돈은 아직 절반이 남아 있다는 말이 된다. 부동산 매매 정보지를 보면 단골로 나오는 특집이 “주택 구매 vs 평생 월세 어느 쪽이 더 이익인가?”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평생 월세로 사는 것이 주택 구매보다 이득이 되는 경우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취향 탓인지는 몰라도 일본 주택 거래 시장의 중고 주택 거래 비율은 13%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66-89%의 주택 시장이 중고주택인 미국, 유럽등지와 비교해서 엄청난 차이이다. 인구가 증가하기는 커녕 감소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100만채 이상의 신축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주택을 구입하는 것 보다 평생 월세로 사는 것의 가장 큰 이점은 이사하는 것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중고 주택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으므로 집을 파는 것이 매우 힘들다. 게다가 모처럼 구입한 주택을 파는 것은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라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의 표준적인 주택이 확립되지 않은 것도 한가지 이유가 아닐 까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20년전에 지은 집이나 지금 지은 집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건축재나 방 구조, 외관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20년전에 지은 집은 불편해서 살기가 힘들거나 구닥다리가 되어 폼이 안난다거나 하는 경우가 적다는 말이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통 가옥이 아니라 서양식 (일본식 취향이 반영되긴 했지만)의 집에 산다. 그런데 전통 가옥이 아닌 이런 신식 가옥은 매년 주택 공급 업체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면서 방구조나 건축 자재, 외관 디자인 같은 것을 자주 바꾸며 내진성 같은 면에서 기존 주택과의 차별을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20년전에 지은 집은 20년전에 지은 티가 나고 촌스러워 보이게 되고 지진에 대해서도 보다 취약하다는 점 등이 가치 하락의 원인이 된다. 한국의 경우는 전통 가옥은 없어졌어도 전국민이 거의 표준적인 구조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이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막는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기집이 재산이므로 잘 가꾸고 관리를 하면 주택 가격 유지는 물론 상승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DIY산업이 발달했다. 일본도 DIY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나 생활 환경 개선일 뿐 자산 가치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니 투자 효과는 없다. 일본인이 월급 30만엔을 받고 한국인이 200만원을 받는다고 했을 때 융자를 얻어서 집을 샀다고 치자. 일본인이 매달 10만엔씩 융자를 갚고 한국인이 100만원을 갚는다고 했을 때 일본인이 매달 10만엔씩 상환하는 융자금은 나중에 주택 가격이 감가상각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결국 방세 내고 버리는 돈이 된다. 반대로 한국인이 100만원씩 상환하는 융자금은 나중에 주택 가격에 남는 “저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본인은 주택 대출금 상환과는 별도로 저축에 매달려야 하고 문화나 여가 생활에 쓸 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부모가 집을 장만하면 자식에게 물려 줄 수 도 있고 팔아서 다른 집을 살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30년 융자로 산 집값을 다 갚으면 땅값 말고는 가치가 없어지고 자식은 다시 신축 분양을 받거나 땅을 사서 집을 지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참고로 일본인은 단독주택 선호도가 높고 주문주택이 인기가 높다. 내가 아는 일본 사람도 4천만엔 은행 융자를 얻어서 치바현에 60평 토지를 구입하여 집을 지었다. 4천만엔을 35년동안 갚아야 하는데 일본 금리가 낮다고 해도 변동금리로 계약한 사람은 상환금이 크게 불어날 가능성도 있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직장 유지하고 자식 2명 대학까지 보내려면 소비를 극도로 줄이고 뼈빠지게 일할 수 밖에 없다. 일본 정부로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으므로 주택 공급 업체들과 “100년 이상 유지되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추진하는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내 경우는 이런 일본의 주택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25년전에 지은 단독주택 (땅값만 남은 물건)을 헐값에 샀다. 자산 가치 하락을 최소한으로 막고 임대 주택 월세 부담을 피하려면 이것이 최상의 선택이 아닐 까 한다. 나중에 좀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면 지금 집은 월세로 줄 수도 있으니까. 근데 25년된 우리 집을 앞으로 몇년 더 쓸 수 있을까? 한국에 가 있는동안 태풍이 와서 지붕 기와가 벗겨져서 도로에 떨어졌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다. 다행히 장인어른 형님 되시는 문이 목수일을 하셔서 고쳐 주셨는데 앞으로 이 집을 어떻게 활용할지, 처분할지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우리집은 토지가 15평밖에 없고 용적률이 100%이므로 1층, 2층 합쳐서 15평밖에 쓸 수 없다. 일본의 주택 리모델링 관련 인기 프로그램 Before & After를 보면 유능한 건축가들이 이런 제한 속에서도 용적률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다락방이나 반지하실, 바닥 수납장 및 접이식 탁자 등 별의 별 아이디어를 동원해서 멋지게 집을 개조하여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말 그런 프로그램에 리모델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엌의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에 사람 지나가는 곳 폭이 50cm밖에 안된다거나 현관에 신발 놓을 공간이 없어서 계단의 절반이 물건으로 가득찼다거나 사람 살 환경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극단적인 케이스들이 나온다. 우리 집도 세탁기가 실외에 놓인 점과 빨래를 말릴 때 2층 베란다 까지 가는 것이 번거롭고 2층에 있을 때 화장실 가기가 귀찮은 점, 수납 공간이 적은 문제점이 있으니1000만엔 정도 들여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하면 훨씬 더 좋은 생활 공간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지만 아이들이 최소한 중학생 이상 될 때 까지는 그냥 지금 모습대로 살려고 한다..퍼온글 |
첫댓글 제목이 가난한 이유보다 현명한 이유로 바꿔야 할 것이다.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인구대비 부존자원이 없는 척박한 환경이다.그러나 일본은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있고,우리는 기술과 자본이 없다.그러나 일본은 자연환경이 우리보다 더욱 험악하다.지진,해일,태풍이 매회 다가온다. 이런 기후에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유지,보수하는 비용이 더욱지출 될 것이다.집주인으로서는 손해이다.그러나 우리는 소득의 대부분과 또 은행에 돈을 빌려서 주택을 갖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사실 주택비용은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없는 사장되는 돈이다.서울의 아파트값이 5억~10억대의 주거비용들이 경제에 투자한다면 오늘날 우리는 집이 없는 대신에
식료품부족과 부존자원이 없는 지역에서 영원이 영속할 수있는 기술과 자본을 가졌을 것이다.예를들면,과거 일본이 고베지진으로 도시전체가 몰락한 일이있다.그러나 불과 몇년 안돼어 현재는 신도시가 되었다.이것은 개인이 집을 소유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다.왜냐하면 천재지변은 개인적인 일이다.나라가 돈이 있어 빠른 시간에 다시 재건을 한것이다.(만약,우리나라였다면 재건에 들어가는 비용을 해외차관으로 높은 이자로빌려왔겠죠)일본이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최선의 경제방법 일 것이다.반면 우리는 5~10억대의 종업원(가족수)4인이중소기업 하나를 운영할 수있는 돈을 엉덩이로 깔고 앉자 생산성 없이 살아가고 있다.-KHD경제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