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비책은 없다

[엘리트]

미국땅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저마다의 이민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미 대사관에서 수년을 기다린 끝에 미국에 입국해서 바로 영주권자가 된 분, 유학 비자 또는 주재원 비자를 받고 미국에 수년간 체류 후 영주권을 받게된 분, 미국 생활 10년이 넘었지만 이민 사기를 두어번 당하고 지금까지 신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분 등 각자의 케이스는 모두 다르다. 또한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로 다른 이민 정보를 가지고 있다.

저녁시간에 한인 타운 식당에 가면 열 팀중 한 팀은 이민 문제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일행 중 풀리지 않는 이민 문제로 낙담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을, 또는 자신의 친구의 경험을 소재로 일장 연설을 한다. 나름의 ‘영주권 취득 지름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항간에 떠돌고 있는 무수한 이민 정보 중에 틀린 정보가 많다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은 높을 뿐만 아니라 법을 지켜야 하는 신분이므로 이들로 부터 이민 신분 문제 해결을 위한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 대안없이 안된다고만 하는 변호사와는 달리, ‘모종의 비책’을 써서 영주권 문제를 쉽게 해결 할 수 있다는 말을 주변에서 듣게 되면 대부분의 이민 희망자들은 반쯤 이성을 잃게 된다.

자녀들은 대학 갈 나이가 되어가는데 정식 이민 수속은 기약이 없다. 이때 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브로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 처음 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고통과 후회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나쁜 이민 기록이다.

요즘 떠도는 이민 정보 중 주의해야 할 세가지이다.

첫째, 위장 결혼으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오래전 이민국 심사 시스템이 허술했을 때 누군가 위장 결혼으로 영주권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격해진 이민국 조사와 단속 때문에 이제 위장 결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1차 인터뷰에서 의혹을 발견하면 2차 인터뷰에서는 수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심사를 받게 된다. 사실상 부부만이 대답 가능한, 미리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질문들이 쏟아진다. 위장 결혼이 적발되면 추방 조치 뿐 아니라 형사 처벌도 받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이민국 직원을 낀 브로커를 통해 쉽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민국 직원과 결탁한 브로커를 통해 영주권을 받다가 적발돼 추방당한 대규모 사례가 과거에 여러번 있었다. 요즘은 이민국 자체의 감시·신고 시스템 강화로 전과 같은 공무원 부정은 불가능하다. 매수된 이민국 직원을 통해 영주권과 나아가 시민권을 받았다 하더라도 부정 사실이 밝혀질 경우 영주권·시민권 박탈과 추방 명령을 받게된다. 한국적 사고 방식으로 해당 기관 공무원을 통해 지름길을 찾으려 한다면 오산이다.

셋째, 교회를 통하면 쉽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민국 조사 결과 종교이민 신청 세개중 하나는 가짜로 판명났다. 따라서 현재 계류중인 모든 종교 이민 신청 케이스는 이민국 수사관의 교회 주소지 탐문 등의 철저한 조사를 받고 있다. 교회에서 실제 일하는 케이스가 아니라면 교회를 통해 이민 가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민에 지름길은 없다. 정도를 걷는 게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글/최진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