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법이 우리를 봐준다잖아요.”
피할 수도 벌할 수도 없는 그들,
촉법소년을 바라보는 섬뜩한 상상력
네오픽션 ON시리즈 29권으로 범죄 앤솔러지 『촉법소년』이 출간되었다. 이제는 놀랍다 못해 익숙해진 ‘촉법소년 범죄’를 소재로 두고 다섯 명의 작가가 모였다. 『비스킷』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김선미 작가와 뛰어난 반전과 미스터리 서사로 각광받은 『홍학의 자리』의 정해연 작가, 현재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참여관으로 재직 중인 홍성호 작가와 교직에서 청소년들을 마주하던 윤자영, 소향 작가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르게 바라보았을 촉법소년의 면면이 바로 이 한 권에 실려 있다.
그 시선을 따라 자연스레 각 단편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인물 역시 달라졌다. 사건의 피해자가 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도 있고 피해자의 부모나 교사 등 주위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가해자의 목소리를 빌려 독자에게 선연한 공포를 선사하기도 한다.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인물 시점을 활용해 촉법소년과 소년범죄의 실상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관전 포인트다. 이처럼 촉법소년의 범죄를 다룬 섬찟한 상상력에 감응하며, 촉법소년에 대해 작가들이 던지는 질문을 고민해보는 것 또한 이 작품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목차
김선미, 「레퍼토리」
정해연, 「징벌」
홍성호, 「네메시스의 역주(逆走)」
소향, 「OK목장의 혈투」
윤자영,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저자 소개
글: 소향
과학과 역사, 예술이 어우러지는 글을 쓰고자 한다.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고 같은 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에 선정되어 첫 장편소설 『화원귀 문구』를 출간했다. 『이달의 장르소설 4』,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등 여러 앤솔러지와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품집 『항체의 딜레마』, 제4회 국립생태원 생태동화 공모전 수상작품집에 작품을 수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 지원과 발간 지원을 수혜했다.
글: 김선미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제3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 제1회 서치-라이트 공모전 최우수상, 제1회 위즈덤하우스 어린이청소년 판타지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살인자에게』, 청소년 소설 『비스킷』이 있다.
글: 윤자영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인천해송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했다. 2015년 단편 「습작소설」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고, 2019년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상했다. 단편 「피 그리고 복수」가 제2회 엔블록 미스터리 걸작선에 당선되어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방송되었다. 2019년 『수상한 졸업여행』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과학도서’에 선정되었으며, 2021년 『교통사고 전문 삼비탐정』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그밖에 『조선 과학 탐정 홍대용』 『수상한 유튜버 과학 탐정』 『레전드 과학 탐험대』 『골동품 가게와 마법 주사위 1~4』 『우리 반 파스퇴르』 『학교가 끝나면, 미스터리 사건부』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과학소설을 다수 출간했다.
글: 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누굴 죽였을까》 등을 출간했고, 앤솔러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다.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23년 《유괴의 날》이 ENA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2012년 『백일청춘』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예스24 e-연재 공모전에서 대상을, 『내가 죽였다』로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지금 죽으러 갑니다』 『홍학의 자리』 『더블』 『못 먹는 남자』 『유괴의 날』 등 다수가 있다.
20대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는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장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이다. 특히나 『홍학의 자리』에서는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경험과 특장점이 집약되어 있다. 곧바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설정과 가독성은 물론, 매 챕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글: 홍성호
2011년 단편소설 「위험한 호기심」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한국추리소설 걸작선』에 실린 단편소설 「B사감 하늘을 날다」가 2013년 KBS [라디오독서실]에서 방송되었으며, 2014년 단편소설 「각인」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였으며, 2016년 셜록 홈즈 패스티시 앤솔로지 『셜록 홈즈의 증명』에 참여하였다. 올해 7월 신작 단편소설 「거울상 이성질체」가 KBS [라디오문학관]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장편소설 『악의의 질량』을 출간하였고, 『괴이한 미스터리 : 초자연 편』에 「죽음의 전령」을, 『여름의 시간』에 「언제나 당신 곁에」를 수록했다. 현재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경매 업무를 하면서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앳된 얼굴 뒤에 숨은 악마
당신도 그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촉법소년은 어떤 모습인가. 또래를 대상으로 가해지는 집단 폭행이나 따돌림처럼 주로 학교 안에서 이뤄지던 촉법소년 범죄는 이제 학교 밖 거리로, 혹은 나의 옆집으로 옮겨오며 점점 성인 범죄에 못지않은 계획성과 잔혹성을 띠며 변모했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명제를 얻게 된다. 더 이상 그들을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들의 범죄로부터 우리 역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
물론 모든 범죄가 그렇듯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두려움을 느끼기 어렵다. 설령 범죄 사건에 연루되더라도 나의 신변을 보호해줄 법이 존재한다는 것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 범죄와 달리 법은 그들을 벌하지 않는다. 우리가 입을 피해에 법이 안전장치가 되어주기보다는 우리에게 해를 입힌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그게 촉법소년 범죄가 주는 가장 큰 공포다.
국가가 인정한 피보호자로서의 가해자에게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그들에게 부여된 서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육만 명의 촉법소년
그들을 조명하는 다섯 편의 소년범죄 이야기
살고 싶다면, 이 침묵을 깨지 말기를
-김선미, 「레퍼토리」
김선미 작가의 「레퍼토리」에는 ‘침묵’에 집착하는 소년 범죄자의 시선을 그린다.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상대는 주인공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여성 피해자뿐이다. 이 여성은 주인공에게 꽤 협조적이다. 덕분에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펼치던 주인공은 침묵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자신이 침묵에 집착하게 된 계기를 털어놓는다. 그릇된 가치관이 만든 확신이 교화되지 않고 레퍼토리처럼 반복되면 어떤 참극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당신이 누구든 조용히 해주기를 부탁한다. 이 침묵을 깨고 내 발길을 멈춰 세운다면 다음 타깃은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납치 후 펼쳐진 절망적인 상황
그리고 떨칠 수 없는 기시감
-정해연, 「징벌」
정해연 작가의 「징벌」은 이제 막 배우의 꿈을 이룬 진솔의 이야기다. 원하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기분 좋은 날, 진솔은 납치된다. 영문도 모르고 갖은 고문과 협박에 시달리다가 뜻밖의 인물을 마주치며 상황은 전환된다. 언뜻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준비된 반전의 맛은 작가 특유의 레시피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도 충격적인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덤.
“신고할 생각 마. 어차피 우리 촉법소년이거든? 금방 학교로 돌아온다고. 무슨 뜻인지 알지?”
정신과 상담보다 필요한 건
나를 지켜줄 핏불테리어
-홍성호, 「네메시스의 역주(逆走)」
홍성호 작가의 「네메시스의 역주(逆走)」는 제목 그대로 복수의 화신이 등장한다. 초반부터 법이 아닌 자신의 규율대로 처벌을 집행하는 변호사가 등장한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복수를 하며 왜 그 복수가 시작된 건지는 작품을 끝까지 읽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초반에 등장한 사건을 기준으로 시간을 거슬러 사건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이 기묘한 역주(逆走)의 끝에 마주하게 될 결말, 아니 시작을 목도하면 과연 그 복수가 정당한 복수였는지 알게 될 것이다.
“원래 촉법소년이 무적이기는 한데 증거까지 없으니 완전히 최강 무적이 된 거지. 나를 누가, 어떻게 처벌하겠어. 안 그래?”
뭐든지 OK인 동네,
좌천된 선생과 문제아
-소향, 「OK목장의 혈투」
소향 작가의 「OK목장의 혈투」는 젊은 교사 성진의 이야기다. 불미스러운 일로 시골에 좌천된 성진은 성인 못지않은 덩치의 문제아 이솔에게 온 신경을 빼앗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솔의 문제 행동보다 이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거슬리기 시작하고, 심지어 이솔을 괴롭히는 무리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년과 범죄자의 기로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이솔에게 닿아야 할 이야기.
“애들끼리 어울리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내가 걔한테 베푼 게 얼만데. 당신이 알기나 해?”
아들의 수상한 죽음을 마주한
아버지의 추적기
-윤자영,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윤자영 작가의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어느 날 윤종석은 자신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매일 배달하며 오가던 길에서, 아들이 죽은 것이다. 울분을 참고 가해자들을 만난 윤종석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경찰 또한 협조적이지 않자 결국 자신이 직접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하는데, 그를 돕겠다는 누군가가 나타난다. 그리고 과거에 묻어둔 비밀이 하나둘 수면 위에 오른다.
“민호야, 너 운전 안 했어. 너 머리 다쳐서 기억이 혼란스러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