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더욱 위대해지고 싶다는 국민들에 의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MAGA라는 슬로건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후보의 외침에 미국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호응을 한 결과입니다. 나는 태어나 살면서 미국을 한번도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잡고 동사무소앞에서 밀가루배급을 받았고 뒷동산에서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그것으로 간식을 하면서 미군인들이 놓고간 초코렛이나 껌의 맛을 잊지 못했습니다. 1960년대 그 조그마한 트랜시스터를 귀에 대고 빗물이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으면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밥 딜런과 조엔 바이즈 그리고 비틀즈의 노래로 영어단어를 익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히피족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한 번 가면 머리에 꽃을 꽂고 금문교를 지나가 봐야지 하는 꿈을 꾼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이 한국에 비해 대단히 월등한 나라이고 그야말로 위대한 나라라고 간주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미국이 언제 위대하지 않은 적이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고 지구상 그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내건 공약들은 하나같이 대단했습니다.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서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고 그럴 경우 발생할 비용증가는 기업의 법인세와 개인의 소득세를 줄여줌으로써 해결하겠다...그러면서 발생하는 재정적자는 관세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통해 채워넣겠다는 것입니다. 말인즉 틀린 것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말들입니다.하지만 그 퍼즐을 다 채워넣으면 뭔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완성됩니다. 얼굴 각 부분에서 최고의 아름다운 부분을 모아 합성했더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는 요상한 모습이 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미국 제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력난입니다. 그야말로 필수인력이 태부족하다는 말입니다. 건설업과 에너지 부문,의료 보조, 서비스업 등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른바 블루칼라들에 대한 약간의 편견은 미국에도 존재합니다. 한국보다 조금 덜 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 고급 교육을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일자리를 찾겠다는 것이 미국 취업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이나 건설업 등에는 사람이 부족하지만 고급 인력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취업희망자들이 그런 자리가 성에 찰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취업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한국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고학력자들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선업의 도움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노동집약적인 분야인 조선업에서 일할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현실속에 미국은 놓여 있는 것입니다.
그런 빈 자리를 찾아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불법 이민자들입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그리고 상대적으로 성실하게 현장에서 일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 책임자에게 잘 못 보이면 그 현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물론 국외로 추방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죽기를 각오하고 일합니다. 생산성이 미국인들보다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임금도 덜 줘도 되니 현장 책임자들에게 불법 이민자들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그런 내부사정에 귀를 닫고 있습니다. 무조건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하고 다시는 미국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분노로 가득차 있습니다. 마치 불법 이민자들때문에 미국의 마약과 동성애 그리고 제조업에서 후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이런 상황속에 문득 로마제국의 마지막 시기가 생각납니다. 팍스 로마나를 구사하던 로마제국은 막판에 들자 여러가지 요상한 현상들이 발생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항입니다. 로마 지배계층의 사치와 하층 계급에 부과된 무거운 세금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군인들의 횡포입니다. 로마의 번영은 활발한 정복 전쟁을 통해 얻은 노예의 노동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국의 힘이 쇠퇴하기 시작하자 정복전쟁을 일으킬 힘도 떨어지고 그러면서 점차 노예의 부족현상을 빚게 됩니다. 힘든 것은 모두 노예에게 맡긴 그 풍조가 나라의 연약함을 유발합니다. 로마인들은 허들렛일과 이른바 3D일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을 노예가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라의 힘이 떨어지니 정복 전쟁도 하지 못하고 그러니 노예의 수는 갈수록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나라의 존립이 위협을 받습니다. 버리는 자만 있고 치우는 자가 사라지면 그 지역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금의 미국의 상황과 비슷해 보이지 않습니까. 미국의 민주당 후보가 불법 이민자들이 예뻐서 그렇게 강력하게 단속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현재 미국의 현실이 그들이 없을 경우 삐꺼덕대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용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요.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는 미국 백인들의 일자리를 불법 이민자들이 빼앗았다는 이야기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이 희망하는 자리는 그래도 합법적인 이민절차를 거친 타국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 불법 이민자들의 탓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 이민자들은 미국 백인 노동자들이 하기 싫어하고 꺼리는 그런 분야에서 일한다는 말입니다. 그말은 즉 아무리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도 미국 백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특정 공장을 짓고 싶어도 실제로 현장에 투입할 일용직이 없어 힘들다는 이야기도 여기 저기서 들립니다.
과거 로마제국보다 더 막강하다는 미 합중국. 명실공히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패권국가이며 기축통화로 타국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그 막강한 미국이 정말로 더욱 위대하고 강성하기 위해서는 불법 이민자들을 무조건 추방만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비어있는 그런 험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법을 눈감아 주라는 것이 아니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하는 것이 더욱 능률적이라는 것입니다. 국경에 높다랗게 장벽을 치고 그 감시를 위해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대신 체계적인 일용근로자들의 효율적인 수급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막강한 로마제국도 일할 인력이 부족해 결국 국력이 쇠하고 패망을 길을 걸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 그리고 링컨, 흑인해방운동의 아버지 마르틴루터 킹 목사 그리고 미국을 정말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피땀을 흘린 수많은 미국인들을 위해서라도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보기 싫다고 마구 추방하면서 생기는 미국내 빈자리는 점차 더 사회문제가 되고 그것이 위대한 미국을 서서히 붕괴시키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로마제국의 패망사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2024년 11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