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27일) 참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녀는 어제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어 물의를 빚은 이완구 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고 이와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위경련과 인두염 진단을 받고 '절대 안정'이 필요한 몸임에도 국정을 챙기려면 몸이 하나로는 모자랄 지경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날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며 이 나라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한 명은 일을 만들고 다른 한 명은 이를 수습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은 하나인데 저 둘은 도저히 하나라고 보기 힘든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대통령은 지금 유체이탈 중증환자다.
유체이탈이란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기이한 현상을 일컫는다. 몸과 영혼이 분리되니 당연히 정상이 아니다. 문제는 유체이탈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당사자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데에 있다. 경지에 이른 신공 덕분으로 정작 본인은 마음의 평정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은 당장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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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유체를 분리시킨 이번 대국민 메시지만 해도 그렇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가 사퇴한 직접적 배경이 된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 전•현직 비서실장 3명이 연루되어 있고, 측근들이 관여되어 있는 대선불법정치자금 의혹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사과와 해명은 고사하고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문제삼고 있다.
이완구 총리에 대한 유감표명 역시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것이 어디 유감 표명만으로 끝날 사안인가.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한 '비리종합선물세트' 이완구 총리를 부득불 품어 안은 사람이 바로 대통령 자신이다. 역대 최악의 공직후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인물을 총리로 임명했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사과는 커녕 다른 사람을 내세워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하려 한다. 대단히 무책임하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유체이탈의 절정고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몸과 영혼이 분리되니 그녀는 책임으로부터 언제나 자유롭다. 보면 볼수록 그녀는 참으로 편리한 사고방식을 지녔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참 대통령 하기 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원래 대통령의 유체이탈을 창시한 사람은 MB였다. MB 이전의 역대 대통령들은 논란이 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은 측근비리나 인사파문, 국정 실패 등 정치적 논란이 벌어졌을 때 국민 앞에 나와 사과하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던 것이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남 일 말하듯 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대통령의 유체이탈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 의심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임기 내내 그는 빈번한 유체이탈로 사람들을 늘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은 MB보다 훨씬 더 진화한 것 같다. 빈도수는 물론이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MB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MB의 유체이탈이 아마추어의 냄새가 났다면 박 대통령의 그것은 프로의 향기가 풍긴다. MB의 유체이탈이 제3자로 빙의하기 직전 그 언저리에 머물렀다면 박 대통령의 그것은 완전체에 가깝다. 남의 입을 통해 밝힌 대통령의 이 날 메시지는 그녀가 완전히 제3자로 빙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들 일색이다.
"이번 문제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부패와 얼룩진 정치사를 바로 잡는데 최선을 다할 것"
"지금이 우리 정치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고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혔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대통령의 대국민 대독 메시지는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성완종 리스트'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의 부패를 완전히 청산하겠다"
아무리 복잡하고 난해한 정치공방이라 할 지라도 박 대통령을 거치면 이렇게 간단히 정리가 된다.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국정원 사건, 인사난맥, 윤창중의 성추문, 세월호 참사, 비선실세 논란 등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온 사회가 갑론을박을 벌였던 숱한 논란과 파문들이 박 대통령을 거치기만 하면 한 두 마디의 문장으로 정리가 가능해 진다. 물론 그 문장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나라의 대통령은 정치•사회적 논란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에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를 정조준했다. 자신의 정치행위에 대해 책임은 전혀 지지않고, 오직 그 책임을 남 탓으로만 돌리는 대통령이라니. 생각할 수록 섬뜩하고 끔찍하다.
긴 인생을 살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한 두번씩 유체가 이탈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극도로 몸이 피곤해서 정신이 혼미하다던가, 갑작스런 사고나 외부적 충격으로 인해 심신이 무력해진다거나 할 때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기이한 체험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체험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극히 이례적인 경험이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기이한 광경이자, 일생에 한 두번 겪을까 말까 한 극단의 체험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통령은 이를 자유자재로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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