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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자 수 1위 포탈사이트 ´네이버´ 에 게재된 오마이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오마이뉴스를 비방하는 내용이다. ⓒ데일리안 |
친여성향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가 때 아닌 봉변을 당하고 있다. 이 매체가 11일 보도한 ‘축제의 계절은 다시 왔지만 효순·미선이는...’이라는 제목의 기사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난 10일 저녁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열린 ‘효순·미선양 사망사고 4주기 추모대회 및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촛불대행진’ 현장을 취재한 것으로, 여중생 추모집회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대학생과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FTA를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비중 있게 실었다.
이 기사는 1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첫 화면에 게재됐고 네티즌들의 클릭이 쇄도하면서 오후 2시 현재까지 올라온 댓글이 750여개에 달하고 있다. 두 여중생의 죽음을 기리는 댓글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상식적인 기대’를 뒤엎고 막상 드러난 내용은 ‘오마이뉴스 이 사건 그만 좀 우려먹어라’.
네티즌들이 많이 읽은 ‘베스트’ 1, 2, 3위로 꼽힌 댓글의 제목만 봐도 ‘서해교전 사망자는 기억 안 나냐?’, ‘오마이뉴스 보지 말자! 운동중 추천해주세요’, ‘개마이뉴스(오마이뉴스에 대한 비방성 호칭)에게 정말 묻고 싶은 것’ 등이며 이밖에도 대부분의 댓글이 오마이뉴스를 비난하는 내용이 줄을 잇고 있다.
그저 추모집회와 반미집회를 취재·보도한 기사에 왜 매체를 걸고넘어지는 의견이 봇물을 이룰까.
네티즌들 의견을 종합하면 오마이뉴스는 지난 4년 동안 여중생 사망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줄기차게 보도한 반면, 서해교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또, 이 사건이 우리사회의 반미여론을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 같은 기류를 타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메가톤급 파장을 미친 사실을 상기시키며, 오마이뉴스가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것 자체를 ‘특정한 의도’로 해석하고 심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디 ‘knhhyun012’는 “내 기억으로는 (오마이뉴스가)효순·미선양을 이용해 반미기사는 수없이 썼어도 서해교전 때 북한군에 의해 전사하신 분들에 대한 추모기사는 한 줄도 본적이 없다”면서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친북·반미 기사를 쓰는데 이용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swl4’는 “끝까지 망자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으려는 태도에 신물 난다. 지금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95%는 너희들(오마이뉴스)의 기사에 염증을 느낀다는 내용”이라면서 “오마이뉴스 보지 말자 운동 중, 추천해주세요”라고 말했다.
‘jaehyubious’는 “효순·미선이 정말 어이없는 사고로 숨진 건 맞지만 왜 자꾸 무슨 국경일인 듯이 몰고 가는 것이냐”며 “이젠 짜증나려고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ghqkrtns’는 “시야 좁은 장갑차에 애들 죽은 교통사고를 살인사건이라고 난리를 부리더니 4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한국군 장갑차에 깔려도 그 난리를 피울 것이냐. 이젠 그만 좀 해라”라고 성토했다.
‘edgarpoe’는 “어제도 5살짜리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죽었다고 하던데 그럼 이 어린애를 위해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왜 안하는 것이냐. 죽음에도 이용할 죽음이 있고 이용 안 할 죽임이 있는 것이냐”면서 “효순·미선이가 너희들이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쌈짓돈이냐. 그 부모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그만들 좀 해라”라고 요구했다.
‘grace615’는 “아예 상처에 소금을 뿌리지요”라며 “정작 가족들은 원하지도 않는데 아이들의 죽음을 과도하게 이념적 잣대로 몰아가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네요”라고 기사의 순수성을 의심했다.
‘pknup’은 “이들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그만 놓아주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라며 “그냥 미국이 싫다, 미군이 싫다, 이러면 될 것을 왜 어린영혼을 이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더 이상 반미시위에서 효순·미선이가 이용되는 것은 보기 싫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02년 대선을 전후에 일어난 대규모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는 ‘오마이뉴스’에 소속된 한 기자가 스스로 선동, 보도해 ‘자작극’논란을 빚은 바 있다.
오마이뉴스의 보도 전문
축제의 계절은 다시 왔지만 효순·미선이는... [현장] 광화문 4주기 추모집회에서 만난 사람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나고 4년이 지난 2006년, 월드컵은 독일에서 다시 시작됐고 사람들은 빨간 티셔츠를 다시 꺼내 입었다.
그러나 4년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신효순·심미선양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다시 모여 촛불을 밝혔다.
효순·미선양 사망사고 4주기 추모대회 및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촛불대행진이 거센 빗줄기를 뚫고 10일 저녁 광화문 동아일보 앞에서 열렸다. 300여명의 사람들은 한 손에 우산,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든 채 함성을 외쳤다.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하라!" "한반도 전쟁준비 기지확장 반대한다!"
효순·미선양의 영정 앞에 국화를 놓고 묵념을 하는 동안 거세게 내리던 비는 그치고 날은 개어 갔지만 사람들의 마음의 먹구름은 거치지 않았다.
헌화를 하고 자리로 돌아가던 이아무개(21·숭실대 2학년)씨는 "월드컵에는 열광하면서 이런 집회에는 사람들이 안 모이는 것이 속상하다"면서 "8주기 때는 또 2010년 월드컵이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비번이라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택시 운전기사 허세욱(55)씨는 "억울하게 죽은 우리나라의 딸들을 보러 왔다"며 울먹였다. 그는 "미국이 하자는 대로 다 해주면서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 먹고 있다"며 "미국에게 할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억울하게 죽은 우리 딸들 보러왔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효순·미선양 추모대회가 끝나고 2부 순서로 마련된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촛불대행진이 이어졌다. 앞선 추모대회와는 달리 발언자들은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는 "미군은 평택을 동북아시아를 향한 전쟁기지로 사용하려는 속셈인데 정부는 군대까지 풀어 도와주고 있다"면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가 동북아시아 분쟁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노무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미FTA 협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말숙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이윤을 미국에게 다 팔아넘기려 한다"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인천에서 서울로 오는 지하철 요금이 껑충 뛰어오르는 등 공공요금이 치솟아 살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는 이충한(24·성균관대 2학년)씨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기술이 유출돼 우리 기업만 힘들 것"이라고 말한 뒤, 평택미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평택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 전쟁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가자들은 평택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고 미군의 침략전쟁 준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철조망을 절단하고 대형 성조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제3차 범국민대회를 오는 18일 평택 대추리에서 열 계획이다.
한편 경찰이 행사가 끝날 무렵부터 청와대와 미국 대사관 방면인 행사장 뒷편을 봉쇄해 행사를 마치고 이곳을 지나가려는 참가자들과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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