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을 넘긴 뒤로는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젊은 날에는 건강이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하루의 안부가 곧 삶의 축복임을 깨닫는다.
나이는 세월이 몸에 새겨 놓은 흔적이지만, 그 흔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건강을 잃지 않으려 간단한 운동을 하고, 여러 단체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유적 답사도 다닌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지만, 오십·육십 대와는 분명 다르다. 집안일을 하거나 텃밭을 가꾸고 나면 작은 노동에도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다.
감기가 쉽게 찾아오고, 무리한 관절과 근육은 통증으로 세월의 깊이를 일깨운다. 그럴 때마다 무심코 "이제는 예전 같지 않구나."라는 말이 입가에 맴돈다. 병원을 찾는 일도 잦아졌다.
그러나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도 있다. 또래에 비해 얼굴에 깊은 주름이 적고 허리도 아직은 꼿꼿한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실제 나이보다 다섯 살, 많게는 열 살은 젊게 본다.
답사길에서 나보다 몇 살은 위로 여겼던 분이 오히려 나보다 아래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동안이라는 말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건강한 체질과 하늘이 허락한 작은 복이라 여기며 조용히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세월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친구들 대부분은 몸 한두 곳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병마를 견디며 하루를 버티고, 어떤 이는 삶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힘겨워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오래 사는 일이 축복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축복임을 절감한다.
나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늙음은 결코 같지 않다. 어떤 이는 세월 앞에서 마음까지 늙어 버리고, 어떤 이는 주름은 깊어져도 눈빛만은 맑고 따뜻하다.
삶의 품격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깨닫는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세월과 다투는 시간이 아니라 세월과 화해하는 시간이다. 젊음을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더 소중하다.
피어나는 꽃도 아름답지만, 말없이 지는 꽃잎 또한 한 생을 다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언젠가 내 인생의 해가 서산 너머로 천천히 기울 때, 나는 지나간 날들의 길고 짧음을 헤아리기보다 그 길 위에서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감사했고,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았는지를 돌아보고 싶다.
삶은 오래 사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살아낸 시간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세월은 누구도 붙잡아 두지 않는다. 오늘도 한 장의 달력이 조용히 찢겨 나가고, 또 하나의 계절이 우리 곁을 스쳐 간다. 그러나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품성으로 남는다. 선한 마음은 주름보다 오래 남고, 따뜻한 말 한마디는 기억 속에서 생명을 이어 간다.
이제 나는 나이를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늙음은 끝을 향해 가는 길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남은 날들이 비록 많지 않더라도 하루하루를 감사와 사랑으로 채워 간다면, 내 삶은 계절을 다한 한 그루 나무처럼 조용하고도 아름답게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미련보다 감사가 더 많은 사람으로 생을 마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가장 아름다운 노년일 것이다.
<이성수>
첫댓글
젊음만이 인생의 절정이 아님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 한마디 입니다.
한 구절을 꺼내어 펼쳐 보이는 일보다
글 머리부터 끝까지
마음에서 녹아 나오는 좋은 구절이지요.
철학 책의 어떤 어려운 구절 보다
쉽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 글을 따뜻한 시선으로 읽어 주시고 마음으로 공감해 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삶의 작은 여운과 진심을 담은 글로 함께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축복임을 절감한다.
이 글 감동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깊이 공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라는 마음이 전해졌다니 큰 기쁨입니다.
우리 모두 남은 날들을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며, 사람다운 향기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길 위에서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감사했고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았는지
마음에 와닿는 글 잘읽었습니다 ~
따뜻한 공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은 제 손에서 떠났지만, 선생님의 마음에서 다시 꽃을 피운 것 같습니다.
오늘도 사랑과 감사가 머무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오랜경험에서
쓰신 글 감명깊게 잘봤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부족한 글이지만 삶의 경험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것 같아 큰 기쁨이 됩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응원에 힘을 얻어 앞으로도 삶의 향기가 담긴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글을 읽으며
따사로운 볕..밝은 빛을 만납니다.
부덕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 전파하는 일이 내가 할 일이다~
이런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제가
오늘 글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여러차례 만나게되니
마음도 상쾌해 집니다..감사합니다.
제 글에서 '감사'라는 단어가 가을이오면님의 마음에도 작은 햇살이 되었다니, 글을 쓴 보람을 느낍니다.
저 또한 부족한 삶이지만, 감사는 나누면 더 커진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따뜻한 빛과 위로가 되는 글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감사가 가득한 행복한 날들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
사진으로 뵌 단석님은 연세대비
참 정정 하셔요. 꼿꼿 하시고요.
꾸준히 사회 활동도 하시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으셔서
그렇겠지요.
전 경로당 일을 맡으면서 젊어진
기분 입니다.
어르신들이 젊은이 젊은이 하시거든요 ㅎ
마지막 까지 사람답게 살다 가는것. 저 역시 간곡히 바란답니다.
공감가는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진이 조금 젊어 보였다면 그것은 배움과 사람들 속에서 얻는 기쁨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로당 일을 맡으시며 어르신들께 '젊은이'라는 소리를 들으신다니, 그 말 속에는 해솔정님의 밝은 에너지와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마지막까지 사람답게, 서로에게 작은 온기를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공감해 주시고 힘이 되는 말씀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웃음 가득한 날들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내인생은 내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아둥바둥 경쟁에서 이기려고 스트레스받고 그게 결국 큰병으로 이어집니다.안분지족처럼 중요한 교훈은 없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결국 인생은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돌아보며 살아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만족할 줄 아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지혜야말로 마음의 평안과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삶의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글을
두번세번 정독하게 되네요..
가슴을 콕 찌르도록 죄다 공감가는 글.
감히 어느부분 찝어내어 댓글달기도 어렵습니다..
닳토록 들여다 볼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수님..
이렇게 깊이 읽어주시고 마음으로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글이 희수님의 마음에 오래 머물러 준 것만으로도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네요.
닳도록 들여다봐 주신다는 말씀에 오히려 제가 더 뭉클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글로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단석님의 글을 대합니다.
바위처럼 묵직하고
연무처럼 푸근합니다.
세월의 중심에서 늘 지금을
잘 살고 싶습니다.
세월은 흘러도 마음만은 늘 지금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좋은 글과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대부분은 몸 한두 곳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병마를 견디며 하루를 버티고, 어떤 이는 삶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힘겨워 보인다.
저는 아직도 여기에서 머무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아픔과 짐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