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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이름 : 박종인 전북 무주 출생 부경대학원 석사수료 제9회 산림문화작품공모전 대상 [애지]신인문학상 시집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 [연극무대] 이메일 : p7a7r7k@hanmail.net 부산시 사하구 감천2동 16-1000 화승빌라 505호 (49376)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외 4편 - 등단작 박종인
미술관이 하품할 때 나는 슬쩍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림이 열차처럼 한 량 열 량 늘어서 있습니다 증거물을 찾으려고 차창 안팎에 돋보기를 들이댑니다 나는 그림을 읽고 있습니다. 바퀴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마네의 요리<풀밭 위의 식사>가 도마 위에 오릅니다 오소소 닭살 돋은 닭다리를 집어 들자 두드러기가 일어납니다 내 안의 검문소가 철컥철컥 ‘여자는 느끼고 남자는 생각한다’라는 단서를 포착합니다 발가벗은 여인의 알리바이를 조사합니다 양복 입은 두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탕탕탕
열차를 뒤지다 명암을 요리한 화가들이 마술사로 변장하여 사기 치는 현장을 포박합니다 세상은 해학입니다 어둠과 음침함, 밝음과 깔끔함,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교묘하게 채색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킨 죄를 추가합니다
달리고 있는 열차 7호 칸에서 화가들의 죄목에 대해 조서를 꾸밉니다 고갱이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를 절묘한 색채로 요리했다 변론합니다 우리는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가는 중입니다 듣고 있던 싯다르타와 플라톤과 막스가 판결을 내립니다. “당신은 유죄입니다” 탕탕탕
미술관에 갇힌 화가들은 색채로 마술을 부린 죄로 심판을 받습니다. 수백 년이 지나도 죽지 않는 화가는 분명 마술의 대가, 치러야할 형량이 늘어납니다 보시죠. 면회 오는 저 꾾임없는 발길들을, 애인을 한 점 사서 즐겨 보시죠 열애의 맛이 기가 막힐 것입니다
난을 치며
벼 루 에 붓이 접근한다 붓 낚싯대 먹물의 중심을 흔든다 출렁이면서 미끼를 무는 강 낚싯대는 재빨리 고기 한 마리를 화선지로 끌어 올린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한 뼘, 강이 팔딱팔딱 낚인다 낚싯대는 강을 자꾸 낚아 올리고 뾰족뾰족한 입들 흥분을 일으키는 스킨십 엔도르핀이 솟는다 도파민의 척도가 쑥 올라간다
먹물 한 점 한 점 여백을 향해 줄기를 뻗는다 떨리는 손가락 사이로 싱싱한 세상이 태어난다 한 폭의 풍경을 벽에 건다
묵향이 그윽하다
자연오리지널 시나리오
나는 生의 절정을 아는 예언자, 미의 여왕 아프로디테가 가슴에 꽃잎을 달고 오는 걸음도 안다 자박자박 꽃들이 4월을 걸어 5월의 나뭇가지 위에 앉아 쉬었다 간다 떨어지는 꽃잎을 편안하게 눕히려 푸른 침대를 활짝 펼친다 시드는 꽃잎을 위해 나무는 무덤처럼 동그란 그늘을 만들기도 한다 뚝뚝 나무위에서 三千宮女들이 뛰어내린다
동물원 잔디밭 나무 그늘 속에 누워 아프로디테가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땅위에 풀밭을 펼쳐놓고, 하늘에는 눈부신 둥근 모자가 걸려있다 쌔근쌔근 고른 숨소리에 밀려 구름이 천천히 서산을 넘어간다 서산 아래 아프로디테의 머플러가 굽이굽이 흘러간다 아프로디테의 꿈밖으로 꽃잎들이 떨어진다
봄은 아프로디테가 꾸는 꿈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떨어지는 꽃들의 손을 잠시 잡았다 놓는다 읽던 꽃을 덮고, 햇빛도 덮고. 나무도 덮고, 마지막으로 봄을 덮고 잠든 그녀를 바라본다 보리수 잎을 건너 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들이 빠르게 책장 넘기는 소리에 아프로디테가 낮잠에서 깨어난다 백조들이 잔잔한 신화 속에 발을 담그고 헤엄친다 유유히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흘러간다 길게 목을 뺀
백조들이 물음표처럼 호수 위에 떠서 수면을 바라본다 물음표들이 이유 없이 쓸쓸해 보인다 호수위에 찍힌 저 물음표들의 정답은 오직 하늘만이 갖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문장에 붉은 노을을 친다 온점처럼 찍힌 해가 서산으로 진다 서산 너머로 뚝뚝 봄이 떨어진다
다국적군 지휘자
뉴스는 장마전선의 이동행로를 보고 했다 허공이 바람을 지휘하며 시비를 걸어왔다 나는 이불백기를 빨랫줄에 내걸며 조용히 의사를 표명했다 행여 칠월의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안팎을 들락거리며 화해를 요청했다 나의 노력에도 허공은 몇 개의 화살을 후두둑, 쏘아대기 시작했다 기를 쓰며 내다 걸었던 백기를 걷어버렸다 굵은 화살에 난타당한 집들은 일제히 곡소리를 떨어뜨리고,
나는 전열(戰列)을 정리했다 먼지떨이 걸레 쓰레기통까지 총 동원, 창문과 안경마저 흐려놓은 습기를 닦아내고 집으로 쳐들어온 빗소리를 담아 문밖에 내놓았다 허공은 재빨리 어둠으로 집 주위를 에워쌌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지 나는 맞수를 던졌다 먼저 거실의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나 불발! 서둘러 우산방패로 날아드는 화살을 막으며 구멍가게에서 형광등을 지원 받았다
불빛이 집을 장악하자 빗소리가 움찔, 물러섰고 TV가 볼륨을 올렸고 밥솥이 펄펄 끓었다 집이 드디어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에 갇힌 아이들 웃음이 뛰어나와 거실바닥에 뒹굴었다 딩동, 집이 문 열고, 퇴근하는 식구 부대 전열 재정비 흥분한 7월이 비를 뿌리며 쾅쾅 창을 두드려도 이제 아무도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빗물이 밥물처럼 잦아들고 있었다
아내가 결혼했다
포장된 두 사람 그 곁에 양가 어른이 앉아 있다 안내 맡은 머리말 식순에 따라 사회 보던 목차 큰 제목 주례사도 흠칫, 군데군데 띄어쓰기한 틈새로 의자들 뒤돌아본다 서늘해진 각주와 난외주 행간을 어눌한 성혼선언문이 채운다 고딕체도 앉아 멋쩍게 목례 보내오고 오랜만에 본 글자들도 판에 박힌 표정으로 삽화처럼, 쉼표 마침표 줄임표는 물음표로 여백을 남긴다
축의금이 궁금증을 피로연으로 끌고 간다 신혼여행지는 목차에 빠져 입으로 전해지고 몇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을까 먼저 첫날밤을 보낸 은유는 두 번째의 첫밤을 짜릿하게 치를 수 있을까
부록 같은 아이들, 신혼생활의 몰입은 잠깐, 긴장과 불안을 뚫는 클라이맥스에선 분노의 카타르시스를, 책의 표지가 눈짓하는 마지막 장의 빈 페이지는 느낌표를 복수의 칼날로 끌어안는다 오래된 과거가 새로운 生의 행간을 따라 미래를 추적 한다
꽃들이 피고 지는 도발적인 봄날이다
---애지 2010년 가을호 에서
애지신인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박종인 씨의 시에 대하여
산문시란 일정한 형식에 얽매임이 없이 자유롭게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지만, 그러나 좋은 산문시일수록 더욱더 세련되고 정교한 언어와 속도감 있는 리듬이 있지 않으면 안 되고, 마치 소설에서처럼, 기승전결과도 같은 이야기의 구성이 요청된다. 드러냄으로써 숨기고 숨김으로써 드러내는 아이러니 기법이 그 특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산문시일수록 상징적이고 은유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외 9편을 응모해온 박종인 씨가 가장 세련되고 정교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언어와 안정감 있는 내재율로 유머러스한 이야기와 그 삶의 의미를 길어내고 있다는 것이 크나큰 장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백 년이 지나도 죽지 않는 화가는 분명 마술의 대가, 치러야 할 형량이 늘어납니다”의 [미술관에서 애인을 삽니다], “나는 생의 절정을 아는 예언자, 미의 여왕 아프로티테가 가슴에 꽃잎을 달고 오는 걸음도 안다”라는 [자연오리지널 시나리오], 가정주부로서 장마전선과의 一戰도 불사하고 있는 [다국적군 지휘자], “꽃들이 피고 지는 도발적인 봄날”,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극적인 사건을 노래한 시가 바로 그것을 증명해 준다. 이밖에도 붓으로 난을 치는 과정을 낚시의 과정으로 치환시켜 끝끝내는 “묵향이 그윽한” 한 폭의 동양화를 생산해 내는 [난을 치며]도 박종인 씨가 오랫동안 언어의 사제로서 그 능력과 기량을 연마해 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시인의 언어는 침묵의 언어이며, 이 침묵의 언어로써 남들이 열 권의 책으로도 말하지 못하는 것을 단 몇 줄의 시구 속에 표현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제일급의 시인은 잠언과 경구를 자유 자재로 쓸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잠언과 경구는 시인의 지식의 깊이에 정비례하고, 이 잠언과 경구만이 더욱더 새롭고 신선한 세계로 우리 인간들을 인도해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종인 씨의 앞날에 진심으로 詩神의 은총이 깃들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일동
당선소감 -유토피아로 이민
환상의 유토피아에 대해 읽고 있었습니다. 별천지를 바라만 보는데 별천지가 그곳 언어를 배우라고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가슴이 부풀었지요.
하지만, 열정과 자신감만으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언어 습득이 쉽지가 않았죠. 시작이 포기가 되었다가 다시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갈등을 달래니 조금 귀가 뚫리고 언어가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들을 수 있다고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알고 싶은 것들은 또다시 멀리 있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고비를 하나씩 넘고 있는데 충고는 아프기만 했지요. 격려는 치료약이 되었고요. 그렇지만 달고 쓴 것들은 모두 힘을 갖게 했습니다. 언어 실력 평가에서 예상외의 점수가 나왔어요. 기쁨을 주었지만 조심스러웠죠. 조금 편안해졌을 즈음 [애지]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젠 자연과 우주와 나 자신과 사람들과 어울리도록 언어를 부릴 수 있게끔 기술을 연마하고 차곡차곡 다지겠습니다.
미숙한 시를 통과시켜 주신 심사위원님, 문학적 역량을 가장 오랫동안 심어주신 최영철선생님! 젊은시인들 시산맥 영남시동인들과 그 외에 시의 언어를 알아 가는데 길잡이가 되어주신 많은 분께 감사합니다.
시상식 때 인사말
저는 시의 세계를 유토피아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이상향,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한 유형무형이의 나라
그렇지만 시의 언어가 있고 시인들이 존재하고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별천지
그 별천지의 시민권을 부여해 주신 애지의 관계자 여러분께 마음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기왕에 저의 옹아리가 귀엽다고 손 내밀어 시의 나라로 끌어올리셨으니 제가 자유자재로 시의 언어를 구사하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밀어주고 당겨주고 이끌어 주실 것을 부탁 올립니다.
저 역시 정확한 발음과 울림 있는 언어를 구사하고자 노력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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