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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기똥풀과 현호색, 그리고 쇠뜨기
텃밭에 잡초들이 부지기수로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
요즈음 내리는 굵은 빗줄기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잡초들의 성장속도가 다른 때보다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지금은 애기똥풀이 한참 내 텃밭이 자기의 놀이터인양 노란색을 점점이 칠해 가고, 위에 밭 한쪽 구석빼기에선 현호색이 희한한 꽃모양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농막 앞 밭이랑에는 쇠뜨기가 왕창 그 세력을 늘리고 있다.
셋 다 농사하는 이들이 잡초로 분류하는 풀이지만 꽃을 보면 야생화들 중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예쁨과 멋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나물이나 차의 재료로의 쓰임새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여러 가지 방면의 병 치료에 쓰임새가 있는 약초로서의 효능도 가지고 있다.
잡초가 텃밭농사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잡초의 모양과 특성에 따라서 어느 농작물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농작물에는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텃밭의 잡초를 관찰해보면 여러 가지로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다.
어느 풀은 작고 연약하지만 그 뿌리가 내 무릎을 넘는 깊이로 땅 속 깊게 박혀있기도 하고, 어느 녀석은 거칠고 크지만 줄기 한번 잡고 쓱 당기면 술술 뽑히기도 하며, 또 어떤 놈들은 가볍게 잡아당기면 끊어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면사보다 더 쎈 강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잡초들이 텃밭의 흙에서 작물들이 섭취할 영양분을 모조리 빼앗기 때문에 잡초는 모조리 없애야한다는 생각도 다시금 생각해봐야한다.
잡초와 농작물의 뿌리가 흙속의 양분을 빨아들이는 깊이가 서로 다를 때에는 서로 살려고 결투를 하는 경우에 해당되지를 않아 별로 문제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잡초가 농작물보다 크게 자라서 작물이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광합성작용에 해로움이 클 것이고, 잡초가 농작물을 휘감아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농사를 크게 망칠 것이다.
잡초가 텃밭의 수분을 모조리 빨아들여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는 아야기도 맞는 말이 아니다.
고추밭 이랑을 덮은 잡초들이 오히려 지표를 덮음으로써 흙의 메마름이 방지되고, 여러 가지 벌레들의 서식을 도와줌으로 흙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하는 등 좋은 결과를 관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 텃밭에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잡초들과 함께 자라는 고추는 일체의 약을 뿌리지 않아도 병충해를 입는 경우가 드물고, 비가 내려도 흙 표면이 물러지고 흙이 빗물에 씻겨 유실되는 현상을 잡초뿌리들이 막아주어서인지 지주대를 박아서 끈으로 묶어주질 않아도 쉽게 쓰러지질 않는다.
아마 거름이 부족하여 작물들의 크기가 작아서 이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현상들을 보고 이해만 하여도 텃밭의 잡초는 해로움과 이로움이 함께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잡초의 특성과 농작물의 특성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부를 한다면 잡초를 텃밭에서 농사하는 데에 활용하여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큰 규모로 농사를 영위하거나, 시간이 모자라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괴로움이 될 수 있어서 각자의 형편에 맞는 관행농법을 찾아 좀 더 쉽게 농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잡초를 예쁘게 볼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농사의 방법을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하고,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가능한 경우라면 잡초와의 공존을 텃밭농사에 활용하는 지혜를 터득하면서 농사를 하면 더 큰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2018.5.21.)
2. 김매기
그간 비가 좀 많이 내려서인지 텃밭에 잡초가 많이 자랐다.
땅콩은 잡초에 묻혀 얼핏 보기에는 이랑에 쇠뜨기와 쑥만 보이고 무엇이 있고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땅콩이 다치지 않게 땅콩포기에 붙어있는 잡초를 살살 뽑아낸 후 선낫으로 주변의 잡초 밑을 잘라낸다.
그리고 주변의 흙을 약간 긁어모아 북을 주면 잡초밭이 땅콩 밭으로 된다.
감자 잎의 몰골이 말이 아니게 상했다.
살펴보니 27점 무당벌레가 신나게 감자 잎을 갉아먹으니 감자가 제대로 자랄 리 없다.
요놈 27점 무당벌레의 행동이 웃긴다.
잡으려고 하니 잎에서 또그르르 땅으로 떨어지거나 움직이지 않고 죽은 척을 한다.
페트병을 잘라 27점 무당벌레가 떨어지는 부분 아래에 받치고 건들면 채집완료다!
감자 한그루에 서너 마리씩 붙어서 사는 놈들을 이틀간에 걸쳐서 없애니 감자잎에 윤기가 바로 돈다.
삼일 째 되는 날 그놈들 종적이 없이 사라졌다.
내친김에 잡초 손보고 북주기하니 감자밭이 예뻐졌다.
고추밭도 예외가 아니다.
고추밭에는 쇠뜨기와 바랭이들이 많이 붙어있다.
고추뿌리가 활착되고 벌써 꽃이 달리니 이제부턴 한참 자라기 시작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선낫으로 흙을 긁어대며 잡초의 기세를 왕창 꺾어버린 후 긁어모아 쇠뜨기피복을 하니 작게 자란 고추가 오히려 튼실하게 보인다.
(2018.5.28.)
3. 텃밭의 잡초들
텃밭은 잡초 밭인데, 한 가지 잡초가 텃밭을 지배하는 일이 없다.
해마다 잡초들이 번갈아 나타나며 주된 세력으로 번성하고 다음해에는 다른 잡초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쑥, 달맞이꽃, 명아주, 도깨비풀, 환삼덩굴, 개망초, 쇠뜨기, 바랭이 등이 텃밭의 큰 공간을 서로 해마다 교대로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어느 한 잡초의 씨앗이 다음해에 발아가 잘 되어 다른 잡초들이 침범하는 것을 막으며 큰 텃밭의 공간에서 왕 노릇하며 장기집권하는 것을 보지를 못하였다.
잡초들이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가진 것이라고까지 볼 수 없으니 아마도 씨앗발아요건이 제각각이어서 해를 거르기도 하고, 기후조건에 따라서 발아시점이 달라지기도 하거나, 토질의 변화로 번식에 영향을 받는 등의 원인으로 잡초들의 흥망성쇠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한다.
한동안 극성스레 번성을 해가던 환삼덩굴은 올해 이상하게도 눈에 띄지를 않아 일부러 찾아야 볼 수 있으며, 그 자리를 개망초가 채우고 있고, 한편에서는 달맞이꽃이 내년을 기약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농막주변에는 쇠비름과 까마중이 슬슬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내년에는 아마도 더욱 번지지 않을까한다.
까마중은 작년부터 나타난 놈인데, 어릴 적에 까만 까마중 알맹이를 먹던 기억이 떠올라 몇 포기를 보살폈었는데 그 녀석이 번식을 많이 하였고, 쇠비름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쇠뜨기와 함께 농막주변 텃밭을 제집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까마중
잡초들도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 있는 듯하다.
외떡잎작물의 주변에는 외떡잎 잡초들이 주로 자라나며, 쌍떡잎작물들 주변에는 희한하게도 쌍떡잎잡초들이 모여 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3일 전에 작은 부추밭에서 올해 처음으로 부추를 수확하였는데 잡초들을 일일이 많이 뽑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부추줄기에 붙어서 자라는 방동사니는 부추를 수확하면서 겨우 찾아내어 뽑아낼 수 있었다.
잠깐 스치는 눈길로 부추 속에서 방동사니가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이질 않으니 눈에 띄게 크게 자라거나 못 생간 꽃을 피우지 않는 한 방동사니를 쉽게 잡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래전에 토마토모종을 내겠다고 상토를 만들어 토마토 씨를 파종하였는데 토마토와 같이 발아된 잡초를 토마토와 구별을 하지 못하여 잡초를 솎아낸다고 한 것이 토마토를 솎아내었던 우스운 일도 있었다.
잡초들이 비슷한 작물들 틈에 숨어서 살면 씨앗까지 쉽게 맺을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자기들과 닮은 작물들이 발아되고 자랄 때에 같이 편승하여 발아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고 한갓 잡스런 풀이라고는 하지만 딴에는 생존전략을 가지고 밭에서 활동을 하는 지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한줌의 흙 속에는 수천수만의 잡초씨앗이 들어있을 테인데 토양의 성질을 파악하고, 날씨를 알며, 절기의 흐름을 눈치 채며, 이웃이 누군가까지를 구별하면서, 그리고 밭의 질서에 따라 차례를 지켜가며 발아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분수에 맞게 고개를 쳐들어 씨앗을 맺을 때까지 나대지 않고 기다릴 줄 안다.
그런 잡초들의 일생을 관찰하면 참으로 경탄을 금할 수 없다.
* 부추 속의 방동사니
잡초들은 텃밭에서 공짜로 양분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 작물들을 마구잡이로 괴롭히며 죽이지를 않는다.
잡초 나름대로 텃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가면서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확인해가면서 텃밭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땅 속 깊은 곳의 무기질양분을 깊은 뿌리를 통하여 끌어 올려 결과적으로 텃밭의 표토에 공급해주기도 하고, 단단한 흙에 잔뿌리로 파고들어 흙을 부수면서 부드럽게 떼알구조로 만들어 작물들의 뿌리가 쉽게 활착하면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하며, 메마른 표토를 덮어 수분의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흙 속에 여러 가지 미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고, 잡초들 스스로 죽은 후에는 몸을 삭힘으로써 잡초들이 살던 땅을 기름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잡초들의 긍정적인 역할을 찾아본다면 잡초가 텃밭에 있어서 농사를 망치는 부정적인 요소보다 이로움이 많기에 잡초를 해롭다고 무조건 없애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잡초를 잘 이용하고 대접을 하는 것이 텃밭농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잡초라고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확정하며 텃밭에서 몽땅 몰아내면 텃밭의 흙이 딱딱해지면서 농사에 유익한 미생물이나 벌레들까지 사라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텃밭이 황폐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까지나 판매하는 유기질비료와 화학비료를 텃밭에 뿌려가며 기계로 경운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잡초가 없는 텃밭, 잡초가 자랄 수 없는 텃밭은 죽은 텃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 농사를 하려면 텃밭의 흙을 언제나 화학비료, 유기질비료, 살충제, 살균제 등이 범벅되게만들어야하며 경운기로 경운을 한 후 비닐멀칭을 해야만 작물들이 살 수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친환경적인 자연농법을 지향하는 엉터리농사꾼과 같은 이들이라마 잡초를 가까이하고, 좋은 점을 활용함으로써 더욱 보람찬 농사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리라.
(2018.9.4.)
4. 잡초의 지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잡초에게 지혜가 있다고 하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런데도 텃밭의 잡초들을 관찰하다보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 보이니 잡초가 지혜롭다고 인정하며 웃을 수밖에!
* 가운데 아래 녀석들은 들깨가 아니다
잡초들은 때를 안다!
잡초들이 아무 때나 기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날씨와 절기를 구별하며 씨앗에서 깨어나 씩을 틔울 때를 알고, 꽃을 피워 열매(씨)를 만들 때를 아니 무식한 엉터리농사꾼보다 지혜롭지 아니한가!
해가 뜨면 대문을 열어 벌 나비가 출입하기 쉽게 하고, 해가 지면 문단속을 하여 씨방을 보호하며 후손을 만들기에 힘쓰니 결혼하지 않고 버티며 본분을 망각하는 싱글족들보다도 더 현명하지 않을까?
잡초들은 장소를 알고 자리를 잡는다.
잡초들이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아 자리를 깔고 살지를 않는다.
잡초들 제각각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뿌리를 내리며 살지 무턱대고 아무데나 정하여 발아시키며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음지와 양지, 마른 땅과 진 땅, 부드러운 흙과 단단한 흙, 배수가 잘되는 띵과 잘 안 되는 땅, 거름이 많은 땅과 척박한 땅, 바람이 잘 통하는 땅과 막혀있는 땅 등을 구분하며 장래의 주거지를 정하여 자리를 잡으니 일평생 떠돌이로 정착을 못하며 사는 떠돌이족보다도 더 지혜롭지 아니한가?
잡초들은 양보할 줄 안다.
한 가지 잡초가 텃밭에서 장기집권하며 살지를 않는다.
장기집권을 하면 텃밭주인이 예초기를 수시동원하며 토벌에 힘을 쓰니 살기가 괴롭고, 뿌리박고 영양분을 빨다보면 좋아하는 것들이 동이나니 뒷일이 걱정이라 한두 해 난리치고 번성하다가 슬그머니 뛰 따라오는 다른 잡초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슬며시 잠적을 한다.
좋은 자리를 마냥 차지하여 곪아 썩지 않게 하며 부패를 방지하느라 다른 잡초들에게도 좋은 자리를 물려줄 줄을 아니 얼마나 민주적이고 정의롭고 슬기로운 것인가?
텃밭의 잡초가 쑥, 개망초, 도깨비풀, 명아주, 한삼덩굴, 바랭이, 쇠비름, 쇠뜨기 등이 명멸해가며 자리를 바꾸는 걸 보면 잡초의 양보는 지혜에서 나옴을 알 수 있다.
잡초들은 텃밭주인에게 은혜를 갚을 줄 안다.
잡초들은 텃밭의 맛난 영양분을 마구 먹지만 않을 뿐만 아니라 땅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귀한 영양분을 빨아내어 표토로 올려주어 텃밭주인이 작물을 재배하는 데에 도움을 주니 은혜 갚는 데에는 강남제비보다도 몇 수가 높다.
쇠뜨기가 한 팔보다 더 깊게 힘써가며 뿌리를 박아 각종 무기질을 끌어올려 생명을 다할 때에 표토에 섞어주며 텃밭을 비옥하게 만들어가니 텃밭주인에 대한 보은의 길이 너무나도 갸륵하다 할 것이다.
척박한 흙 위에 뿌리박아 자라는 바랭이, 명아주, 쑥, 강아지풀, 한삼덩굴, 마디풀, 여뀌, 질경이, 씀바귀, 쑥부쟁이, 개망초 등이 텃밭을 내어준 주인에게 보은하며 밭을 부드럽게 갈면서 몸까지 바쳐가며 흙속에서 삭아가는 보은을 하니 얼마나 기특하고 신통한 일인가!
잡초는 애교를 부릴 줄 안다.
잡초도 예쁜 꽃을 피우며 텃밭주인에게 아름다운 자태나 멋스런 모양을 보여준다.
낫, 호미, 예초기로부터의 학대를 이겨내고 자칫 삭막하기 쉬운 텃밭의 풍경에 아름다움과 낭만을 토하며 부리는 애교는 참으로 가상한 일이 아니고 무엇일까?
잡초의 애교로 무심하기 쉬운 텃밭은 꽃밭으로 변하며 멋대가리 없는 텃밭주인이 정원주인으로 급이 올라가면서 온화하고 멋진 미소를 품는 신사로 변하게 되니 잡초의 애교는 참으로 기특하다 할 것이다!
(2019.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