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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6일 화요일 맑음 늙었는지, 맘이 설레어서인지 새벽3시경에 눈이 떠지더니 잠이 안 온다. 할 수 없이 침대에서 뒹굴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운동을 해 본다. 새벽 5시에 출발 준비를 한다. 큰 배낭에 아내의 배낭을 넣어 하나로 만들어 체크아웃을 하며 호텔에 맡겼다. 걸어서 중앙역으로 간다. 새벽이라 서늘할 줄 알았는데, 열대야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습도도 높고 덥다. 그래도 햇빛이 없어서 걸을 만 했다. 228공원이 있는 길로 걸어간다. 총통부 앞에는 사복 경찰들이 보인다. 밤새 근무하는 것 같다. 아침 달리기를 하는 시민들도 보인다. 기차역 4번 출구에서 화련행 기차를 기다린다. 어제 먹던 망고와 빵 요구르트로 아침 식사를 한다. 우리 기차는 아침 7시 8분 출발이다. 기차를 타려고 내려가니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정확히 기차는 들어왔다. 우리 좌석 번호는 9번과 11번이다. 번호 순서대로 좌석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홀수 줄과 짝수 줄로 나누어져있다. 기차는 느리지만 쾌적해 보인다. 동쪽으로 간다. 높은 산을 빠져나가더니 드디어 태평양을 보면서 달린다. 큰 마을도 지나간다. 길이 험해서 버스가 없는 줄 알았는데 달리는 버스가 보인다. 10시 02분 시게가 보인다.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거의 2시간 걸린 셈이다. 출구를 모르니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곳으로 휩쓸려 나간다. 표를 내고 역사를 빠져나왔다. 작은 역사다. 사람들이 많다. 택시를 대절해 타이루거를 돌아보려고 맘을 먹었다. 역 밖으로 나오니 마침 한국인 2명이 택시 기사와 가경을 흥정하고 있는 듯 했다. 가까이 가보니 맞다. 우리도 동행할 것을 제안하고 가격을 흥정했다. 두당 550대만 달러로 정했다. 역 광장은 공사로 울타리가 쳐 있어 답답해 보인다. 역은 뒤에 엄청 높은 산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사는 우리를 데리고 역 내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물도 사야한다고 알려준다. 드디어 출발이다. 우리는 역 앞에 있는 노란색 택시를 탔다. 기사아저씨의 이름은 監國昌(감국창)인데 나이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체구가 훤칠한 사람이다. 아내도 다른 택시를 운전하는 맞벌이 택시기사란다. 주로 한국 관광객만 태우는 자칭 한국인 전담 가이드란다. 한국어도 조금 할 줄 안다. 함께 동행 하는 커플은 젊은 연인이다. 총각은 미국 켈리포니아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왔고, 중국에서도 8년 정도 공부를 했단다. 철원에서 군복무도 했단다. 덩치 큰 총각은 중국어와 영어가 능통해 우리가 편리하게 되었다. 동행하는 아가씨는 현직 초등 교사란다. 친구가 포천에 근무하고 있단다. 아담하고 귀여운 아가씨다. TBZ-320 번호판을 단 노란색, 에어컨이 빵빵한 도요타 택시다. 차 안에 보이는 택시 기사 면허증이 사진과 함께 선명하다. 이상한 것은 면허만료일이다. 105년 10월 15일이라고 적혀 있다. 중국어를 잘하는 총각을 통해 물어보니, 장개석 총통이 대만에 들어와 나라를 세운시점을 출발로 해서 올해가 105년째란다. 쉽게 말해 서기 2016년, 단기, 불기 몇 년 이런 식인 것 같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 출발하여 10여분을 달려가 차는 멈춘다. 태로각(太魯閣 타이루거)입구다. 타이루거는 경이로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타이완 동부에 위치한 타이루거 국가공원은 험준한 바위로 둘러 싸여 있는 대리석 협곡으로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타이루거부터 천상까지 총 20km 구간의 구불구불 이어진 동굴 터널, 계곡물로 인한 침식작용으로 생긴 협곡의 전경은 그야말로 숨이 멎은 정도로 감동적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타이루거를 여행하려는 관광객들로 화련 행 기차표가 하늘에 별 다기일 정도며, 패키지 코스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갈 정도로 타이완의 최고 명승지 중 한 곳이다. 시간이 많다면 버스와 도보로 천천히 웅장한 풍경을 둘러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택시로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버스투어는 기차역 앞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신청이 가능하단다. 반나절코스와 1일 코스가 있단다. 누각으로 만들어진 입구가 보이고 강변에는 커다란 바위가 세워져 있다. 바위에는 동서횡관공로(東西橫貫公路) 라는 글과 태로각국가공원(太魯閣國家公園)이라는 글이 세겨져 있다. 이곳이 삼거리인데 동해안을 따라 타이베이로 가는 길과 태로각 길을 다라 동서를 횡단하여 타이중으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모두들 여기서 내려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잠시 내렸다. 사진을 찍는다. 내려다 보이는 강폭을 넓은데 흐르는 강물은 회색 흙탕물이다. 다시 차를 타고 달려간다. 좁은 협곡의 주차장에 차가 멈추었다. 멀리 건너편에 장춘사가 보인다. 모두 내려 걸어간다. 신비한 협곡을 따라 이어진 보도를 걷는다. 사잡당보도(砂卡礑步道 샤카당부다오). 물고기, 새우, 게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샤카당 천을 끼고 길게 이어진 이 길은 총 길이가 4.4km로 왕복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 본 천은 혼탁한 물만 흐른다. 이번 여름 태풍으로 엄청난 양의 계곡이 무너져 길이 끊겼단다. 개통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운이 좋단다. 아직도 공사 중이라 물이 흐리단다. 더운 날인데도 계곡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주변의 아름다운 대리석 협곡의 풍경은 정말 멋지다. 우리는 장춘사(長春柌 창춘츠)를 향해 걸었다. 노란색 지붕의 절과 작은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 옆 전망대에는 커다란 잠자리와 곤충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붉은색 철다리를 건너간다. 주변 산새가 험하고 거칠다. 다리 밑으로 회색 흙탕물이 흘러간다. 넓은 자갈밭이 보인다. 장춘사는 1950년대에 당시 총통이었던 장제스가 타이완 동부와 서부를 잇는 중횡공로(中橫公路 중헝공루)도로 건설을 계획했다. 기계를 사용해 주변의 단단한 대리석 협곡을 그대로 뚫기에는 위험이 따를 거라고 판단해 이때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었다. 장장 4년이란 시간에 걸쳐 도로는 개통되었지만 그동안 225명의 인부들이 순직했다. 장춘사는 이때 순직한 225명의 인부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곳이란다. 외관은 당대 사당의 건축양식을 따라 지어져 고전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모습이다. 1987년 사당이 낙석으로 인해 일부 파손되었다가 1997년 다시 보수 공사를 거치면서 새롭게 외부에 개방되었다. 사당 내부에 들어서면 순직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대를 만날 수 있다. 벼랑을 깎아 만들어진 입구의 긴 길을 들어서기 전에 이 추모대가 있는 동굴이 나온다. 구경을 하고 길을 다라 절로 들어간다. 절벽 위에는 태로장춘(太魯長春)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험한 절벽에 길을 만든다고 고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절 입구에 도착하니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많은 수량의 물소리로 시끄럽다. 신기하다. 바위 속에서 물이 솟아나오다니....... 이물이 폭포가 되어 흘러내린다. 절에 들어가려니 이번 태풍 폭우로 일부가 무너져 위험하여 통행을 금지시켜 놓았다.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렇게 라고 올 수 있다는 것 기뻤다. 다시 걸어와 차를 탄다. 기사 아저씨는 좁은 도로를 신나게 달려 약간 경사진 길을 올라간다. 차가 잠시 멈추더니 헬멧을 몇 개 차에 실었다. 도착한 곳은 제비의 보금자리를 품은 절벽인 연자구 입구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헬멧을 하나씩 나누어주며 쓰고 걸어가란다. 협곡 입구에는 연자구(燕子口Swallow Grotto))라는 글씨가 새겨진 검은 돌이 보인다. 연자구는 제비집이라는 뜻으로 깎아 내린 듯한 대리석 절벽에 생긴 구멍에 제비들이 둥지를 틀어서 붙은 이름이다. 대리석 바위에 뚫려 있는 이 구멍들은 하류와 지하수가 오랜 세월 침식으로 인해 자연히 생긴 구멍으로 봄이 되면 실제로 제비가 이곳에 집을 지어 좁은 대리석 협곡 사이로 곡예를 하듯 날아다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단다. 연자구 주변 협곡의 닿을 듯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대리석 절벽과 그 아래 자연히 생긴 구멍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자연의 위대함을 알게 해준다. 흔들다리 하나도 보인다. 제비 구멍보다도 바위틈으로 솟아나오는 물들이 더 신기하다. 이런 험한 절벽 협곡에 이 길을 만들다니 참으로 인간의 집념이 더 놀라운 것 같다. 폭우로 무너진 엄청난 자갈과 바위를 볼 수 있다. 안전모를 쓰라는 문구가 곳곳에 보인다. 연자구를 지나니 구곡동(九曲洞 지우취동)이 나온다. 협곡을 다라 구불구불 이어진 산책로다. 물론 차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다. 타이루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불리는 구곡동은 그야말로 타이루거의 하이라이트다. 구곡동은 9개의 터널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九자 형으로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가장 먼저 거대한 바위 터널 중횡공로가 눈에 들어온다. 공사 당시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뚫은 곳으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인간의 위대함과 존경심이 절로 들 정도다. 동굴 바깥쪽으로는 하늘 높이 솟은 절벽과 함께 낭떠러지가 만들어낸 자연 경관이 인공으로 이루어진 바위 터널과 함께 어울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구곡동은 다른 곳에 비해서 낙석의 위험이 심해서 산책로를 들어가기 전에 꼭 헬멧을 착용해야하며 비가 오는 날이면 안전상의 문제로 출입이 통제될 수 있단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도 안전해 보이지 않는 길이다. 화장실이 있는 작은 공간이 보인다. 우리 택시 기사 아저씨도 벌써 이곳에 와 있다. 옆에는 통통한 그의 아내도 함께 있다. 우리에게 화장실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장국영의 흉상이 보인다. 장개석 총통의 아들 장국영씨가 군수물자 수송을 위하여 군인들을 동원하여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동서 관통도로를 개통 했다고 한다. 조금 더 걸어가니 자모교가 나온다. 안전모를 걷어서 반납한다. 순백의 대리석 협곡에 세워진 붉은 다리 자모교(慈母橋 츠무차오)다. 천상까지 8km 떨어진 자모교는 리우시 하천과 라오시시 하천이 교차하는 곳에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화련의 특산 대리석을 사용해 지은 다리로 순백의 대리석 위에 붉은색 기둥은 주변 협곡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웅장하면서 장엄하기까지 했다. 자모는 어머니라는 뜻으로, 다리 이름이 지어진 이유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장개석 총통의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 지었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외지로 나가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기다린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이야기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몇 달을 걸어 이곳에 와서 곧바로 만나지 못하고 몇 날 몇 일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을 본 장제스의 아들 장국영이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모교를 지나면 자모정이라는 정자가 나오며 그 아래 바위를 자세히 보면 형상이 마치 개구리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기사 아저씨가 가리켜서 그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서둘러 간다. 흔들다리를 간단다. 악왕정(岳王亭)이라는 정자를 등지고 건너는 흔들다리다. 건너편 절벽에는 길게 실타래처럼 흘러내리는 폭포가 바람에 날리며 떨어진다. 다리 위를 건너며 사진을 찍는다. 이 다리는 왜 만들어 놨을까? 다리를 건너 계속 갈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그냥 돌아선다. 다시 차를 타고 달려 천상에 도착했다. 눈부신 협곡의 경치를 담고 있는 천상(天祥 텐샹)이라고 가이드북에는 적혀 있다. 타이루거 여행의 반환점이다. 송나라 시인이자 정치가인 원천산(元天祥 위엔텐샹)의 이름을 따서 천상이라 불리게 되었다. 관광안내센터와 식당, 기념품 가게가 들어서 있다. 타이루거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타이루거 버스 종점이어서 개인 여행객은 물론 단체 관광객들도 천상까지 둘러보고 화련으로 이동한다. 천상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붉은색 기둥의 화려한 상덕사(祥德寺 시앙더스) 사찰 입구가 나오고 사찰 안으로 들어가면 7급 보탑인 천봉탑(天峰塔 텐펑타)이 나온다. 내부는 나선형 계단으로 되어 있으며 이곳에 오르면 천상의 주변 경치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타이루거 협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환상적이다. 우리는 그냥 멀리 있어 올려다만 봤다. 금강산도 식후경, 배가고프다. 도착한 시간이 12시를 조금 넘겼다. 기사아저씨가 소개해 준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이 4개 나란히 붙어있다. 사람이 엄청 많다. 우리는 볶음밥 2개를 주문해서 먹었다. 기사아저씨와 함께 먹자고 하니 공짜로 대접해 준단다. 식사는 별로였다. 그저 허기진 배를 채우는 수준이다. 식사를 한 후 주변을 둘러본다. 바위 계곡으로 흐르는 물이 거칠게 흐른다. 화장실 주변에 자라는 넓은 잎사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연잎들과 아주까리 잎이 많이 보인다. 그늘에서 벗어나면 엄청 뜨겁다. 양산을 쓴다.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 오후 1시 50분이다. 택시는 서둘러 내려간다. 도로가 공사로 혼잡하다. 엄청 밀려있다. 2차선이 폭우로 무너져 1차선이 되어 서로 번갈아 오르내려야한다. 우리도 기다렸다가 내려간다. 올라오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엄청 많다. 내려갈 때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타이루거 협곡을 빠져나와 비행장을 지나 칠성담에 도착했다. 에메랄드빛 로맨틱한 바다 칠성담(七星潭 치싱탄)이다. 동부 해안가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안이란다. 북두칠성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칠성담이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붉은 노을이 함께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화련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말 하는 이도 있다. 길게 늘어선 해안가를 따라 모래가 아니라 예쁜 자갈돌이 깔려있다. 바닷물은 맑고 깨끗하다. 공원과 함께 산책로, 자전거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는데 워낙 뜨거워서 사람들이 해변에만 모여 있다. 해가진 저녁에는 사람들이 많이 달린다고 한다. 자전거 여행자들로 주변 민박이 만실이란다. 입구, 공원 옆에는 몇 사람이 가판대를 펼쳐 놓고 기념품을 팔고 있다. 주로 옥돌을 판매하고 있다. 수영복을 입고 왔다면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지만 시간이 없고 뒷감당이 어려워 꾹 참았다. 다시 택시를 타고 간다. 이제 역으로 간다. 낮게 뜬 전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야단이다. 훈련중인가보다. 비행장을 옆에 끼고 달려가 역에 도착했다. 오후 3시다. 기사아저씨에게 감사인사와 함께 요금을 지불하고 서둘러 역으로 들어갔다. 타이베이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어서 지금 올라가려고 했다. 창구에 알아보니 입석표 밖에 없단다. 그냥 예약된 시간에 가기로 했다. 2시간이 넘게 남았다. 화련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을 보니 볼거리는 별로 없고 먹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지도에 표시를 해서 찾아가기로 했다. 유명하다는 모찌가게와 만두집 그리고 빙수집이다. 화련(花蓮 화롄)은 타이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동쪽으로는 드넓은 태평양과 접해있고, 서쪽으로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중앙산맥이 있다. 대리석 협곡인 타이루거 공원, 화려한 동부해안 풍경구, 초록빛 녹음이 넘쳐흐르는 들판, 이러한 웅장한 장관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공기들은 그야말로 화련이 타이완 동부의 최고의 도시라고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정부가 화련의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타이루거, 칠성담 해변 외에도 다양한 관광지를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타이루거로 가는 관문정도로 들르는 화련은 시내 관광지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아름다운 태평양을 보며 길게 이어진 해안도로는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또한 아메이족 원주민들의 거주지로 아메이족 문화촌도 구경할 만 하단다. 우리는 뜨거워 먹거리를 중심으로 찾아가보기로 했다. 먼저 찾은 곳이 화련의 명물 모찌 전문점이다. 기차역 바로 건너편에 있어서 찾기 쉽다. 노란색 간판에 주인장의 얼굴이 크게 걸려있다. 매장 이름이 증기마서(曾記麻糬 청지마슈)이다. 들어가 보니 꽤 넓은 내부에서 갓 만들어진 모지를 판매하고 있다. 열심히 만드는 아주머니들과 먹어보고 사러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함께 따라온 일행들은 편한 탁자에 앉아 먹기도 하며 쉬기도 한다. 먼저 시식코너에 가서 여러 가지 모찌를 직접 먹어보았다. 달지 않고 쩐득쫀득 부드러워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는다. 무척 맛있다. 팥이 들어간 일반 모찌 부터 땅콩, 참깨, 녹두, 고구마가 들어간 모찌 까지 다양하다. 모찌는 한 개씩 낱개로 포장해준다. 줄을 서서 바구니에 종류별로 2개씩 담았다. 매장이 좋은 점은 바깥 날씨에 비해 엄청 시원하다는 것이다. 탁자에 앉아서 잠시 쉬며 화장실도 다녀왔다. 배탈이 났다. 점심으로 먹은 볶음밥이 문제인 것 같다. 만두집과 빙수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중산로를 따라 직진해서 중정로 까지 내려가면 될 것 같다. 자유 광장이라는 작은 공원도 만났다. 공원에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만들어진 커다란 인형만 웃고 있다. 거리는 조용하고 깨끗하다. 7층짜리 우체국이 제일 높은 빌딩 같다. 30여분을 걸어가서 드디어 만두집을 발견했다. 만두보다는 먼저 빙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근처에 있다는 빙수집을 찾는다. 지나가는 아가씨를 붙잡고 물어본다. 친절하게 알려준다. 애플파이 모양의 빙수 전문점 오패초당포심분원빙(五霸焦糖包心紛圓冰 우바지아오탕바오신펀위엔빙)이다. 이름이 엄청 길다. 홀에는 탁자가 4개 있는 아주 작은 가게다. 실내도 허름하고 오래되 보인다. 벽에는 상장과 사진이 가득 걸려있다. 유명하긴 유명한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애플파이 모양의 빙수를 하나 주문했다. 1분도 안 걸려 바로 만들어 나온다. 독특한 모양과 제조 방법으로 상까지 받은 빙수집이다. 다른 빙수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빙수가 탁자에 올라왔다. 잘게 갈은 얼음위에 토핑을 올려주는 일반 빙수와 다르게 타피오카와 팥, 더우화(더우화는 대만식 연두부), 선초 젤리 등을 먼저 넣은 후, 위에 얼음과 캐러멜을 뿌려주는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오븐에 굽듯이 살짝 얼려서 나오는데 그 모양이 마치 애플파이 같다. 달콤하면서 느끼하지 않고 몸에 좋다는 토핑들로 건강가지 생각해 주는 빙수가 맘에 든다. 해가 길게 누웠다. 다시 만두집으로 갔다.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어 함께 줄을 섰다. 내 차례인데 말을 할 줄 알아야지 펼쳐진 만두를 보고 골랐다. 야채 만두와 고기만두다. 북적대는 만두가게와 몰려든 사람들로 정신이 없어 밀려나듯 나왔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만두 전문점 공정포자점( 公正包子店 공졍바오즈디엔)이다. 화련에서 3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만두집으로 휴일이면 길게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매우 유명한 곳이란다. 인기메뉴인 샤오롱바오(찜통에 찐 딤섬이다. 만두)는 다른 곳과는 달리 비교적 두툼한 피에 돼지고기와 채소가 들어가 있고 육즙이 적은데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게 맛이 일품이란다. 기대를 갖고 아내와 하나씩 먹어보고 표정이 일치했다. 맛이 별로 없었다. 그냥 만두다. 질보다 양을 추구하며 살아온 나의 입맛에는 그냥 만두였다. 기름이 많아 느끼하기까지 하다. 주먹보다 작은 크기에 가격은 저렴했다. 차라리 물만두가 더 맛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은 양손 가득 사가지고 간다. 점원은 무척 바쁘다. 높이 쌓인 찜통만큼 사람들도 많이 모인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길가에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둘러 역으로 걸어간다. 해가 졌다고 하지만 온도는 무척 뜨겁다. 땀이 줄줄 흐른다. 건너편에 도미노 피자집이 있다. 간판에 한문으로 달미락(達美樂)이라고 씌어있다. 재미있는 표기이다. 역 가까이에 오니 중산공원이 있다. 공원에 원으로 둘러선 작은 동상들도 보인다. 공원 옆에는 화련시립도서관이 있다. 드디어 역에 도착했다. 역에는 만화영화 캐릭터가 많이 그려져 있다. 타는 곳 3번 B에서 기차를 탔다. 오후 6시 8분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로 간다. 기차는 8번 차량에 좌석은 22번과 24번이다. 시원하고 편안하가. 흔들어주니 잠이 절로 온다. 타이베이 역에 21시 38분에 도착했다. 배탈이 이어진다. 잡동사니를 많이 먹은 탓인 것 같다. 화장실에 갔다가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서문역에서 내렸다. 이미 거리는 어두워 내온사인이 밤거리를 밝히고 있고 밀려 나온 사람들로 거리가 복잡하다. 호텔에 들어가 맡겨둔 가방을 찾아서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숙소로 간다. 늦은 밤에 걷기에는 지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무리다. 택시의 기본요금은 70불이다. 숙소까지 105대만 달러가 나온다. 호텔은 킹플라자 호텔로 높은 빌딩에 3층만 호텔이다. 빈왕시상여점(賓王時尙旅店)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깨끗한 숙소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다. 내일 이동해야 할 타이중 가는 기차를 검색해 본다. 시간마다 있다. 요금은 375불이다. 시간은 약 2시간 30분 걸리는 것 같다. 숙박비 영수증을 받으러 카운터에 갔는데 Receipt(영수증)이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다. 막상 쓰려고 하니 스펠링이 생각이 안 난다.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한 날이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리모콘을 가까이에 두고 잠을 청했다. 추우면 끄고 더우면 켜고를 반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