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금이 고학년동화
금단 현상(개정판)
이금이 동화집|오승민 그림
1. 분류: 국내 창작동화, 동화집, 교과서 수록 도서
2. 독자 대상: 초등 4~6학년
3. 출간일: 2021년 7월 15일(개정판 1쇄)
4. 형태: 148×210mm, 128쪽, 반양장, 올컬러
5. 기타: 값 11,000원 / ISBN 979-11-971205-9-6 74810
내면의 힘과 용기를 스스로 각성해
결핍과 단절을 채워간 다섯 아이의 분투기
― 한국 어린이청소년문학 대표 작가 이금이가 길어올린
어린이라는 심연 속 자기 성장의 힘과 뭉근한 감동
첫 출간 후 15년간 파격적인 제목과 굳건한 작품성으로 뭉근한 감동을 선사해온 동화집 『금단 현상』이 개정돼 나왔다. 이 책은 수많은 레전드 스테디셀러로 세대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는, 한국을 대표할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이금이의 초등 고학년용 동화집이다. 어린이들이 삶의 고비마다 내면에 스며 있던 본연의 힘이자 스스로 벼려온 용기로 더 나은 삶을 선택해가는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겨 있다.
개정 작업은 옷만 갈아입는 과정이 아니었다. 새로워진 어린이 감성과 감각, 진화된 시대정신에 걸맞게 문장과 이야기를 매만졌다. 또한 신작 한 편이 추가되었다. 아울러 첨예한 심리와 상황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자 남다른 색채 전략과 표현으로 접근한 일러스트가 이야기를 한껏 뒷받침한다.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어린이 독자에겐 다섯 주인공의 용기를 공유함으로써 자기 내면의 힘까지 깨닫는 기회가, 어른 독자에겐 어린이란 존재의 큰 잠재력을 깨닫고 신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어린이 서사의 아름다운 문학성을 진하게 느낄 기회다. 이 책에서 스며 나오는 다섯 아이의 용기와 도전이 어린이 독자에게 각자의 ‘금단 현상’을 이겨낼 힘으로 전해지길 기대한다.
1. 책 소개
⚫ 파격적인 제목, 인정받은 작품성, 시간의 무게를 이겨낸 이야기
시선이 자아에서 출발해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시기인 초등 고학년 어린이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더는 안온하지 않음을 느낀다. 세상과 접점을 만들어가고 싶지만 돌아오는 건 결핍과 단절이다. 아이들의 결핍감과 단절감, 외로움을 세밀하게 포착해 ‘금단 현상’으로 표현한 이 동화집은 우리 아동문학의 중흥기였던 2000년대 중반에 처음 출간됐다. 시장은 날로 커지고, 주목받는 작품이 쏟아지던 시기다. 그런 중에도 이 책은 동화집으로선 낯설고 파격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고, 이내 높은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다. 어린이에게 잠재된 본연의 힘을 드러내고, 결국 그 힘으로 아이들 스스로 자기 결핍과 단절을 채워내는 이야기로 인정받은 것이다. 제39회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가 되었고, 수록작 「십자수」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까지 실렸다(5학년 2학기 『국어활동 가』).
훌륭한 문학은 시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다. 이 동화집 또한 그러하다. 다시 만나는 작품들에서 여전히 어린이 인물 저마다의 자가 동력이 펄떡인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달라진 얼굴로 다가온 이 책은 오늘날의, 그리고 미래의 어린이 독자에게 그 소중한 동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 자기 각성과 동력으로 넘어서는 삶의 ‘금단 현상’
어린이는 두 가지 세계를 살아간다. 혐오와 우정(「한판 붙어 볼래?」), 단절과 연결(「금단 현상」), 억압과 보호(「임시 보호」), 고정관념과 새로운 사고(「십자수」) 등 상반된 두 세계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갈팡질팡 오간다. 그러느라 익숙하고 안온한 삶을 잃고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순간을 수시로 맞이한다. 기존의 삶을 잃을 땐 어김없이 금단 현상을 앓는다.
표제작 「금단 현상」의 효은이는 인터넷과 전화를 통한 누군가와의 연결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외려 단절을 겪고, 금단 현상을 느낀다. 그러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연결도 단절도 아닌 상태,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 확립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러자 그간의 관계를 자기 주도적으로 새롭게 형성할 힘을 품게 된다. 한편 「꽃이 진 자리」의 주인공 ‘나’는 생성과 소멸이란 두 세계 사이에 서 있다. 봄날 피어나는 환한 벚꽃들을 낯선 이웃 할머니와 함께 누리게 되는데, 이내 꽃은 허망하게 지고 할머니까지 세상을 떠난다. 격변을 겪지만 ‘나’는 할머니의 곁을 떠나지 않음으로써 할머니가 남긴 벚꽃처럼 환한 스웨터를 입게 되고, 그렇게 둘은 생과 사를 넘어 다시 연결된다. 이 작품은 특히 혐오와 우정, 고정관념과 새로운 사고 등 또 다른 이원화된 세계들이 개입하되 그 모두를 넘어서는 인식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형상화해내며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금단 현상’은 어린이가 삶의 고비마다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느라 겪는 성장통의 한 상징이다. 그 통증을 오롯이 겪어내는 다섯 아이의 분투가 담긴 이 동화집을 통해 많은 어린이 독자가 자신만의 금단 현상을 이겨낼 힘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 새로워진 얼굴과 더 성숙해진 내면으로 돌아온 책
이 책은 새로 시작하는 ‘이금이 고학년동화’ 시리즈에 속한다. 작가가 그동안 출간해온 초등 고학년용 장편동화와 동화집을 대표작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필두로 새롭게 갈무리해내는 시리즈다. 하여 이 책은 새 세대와도 끊임없이 소통해가기 위해 얼굴만 바꾸기보다 내면의 성숙도까지 끌어올리고자 특별한 공을 들였다. 우선 달라진 어린이 감성과 감각, 진화된 시대정신에 걸맞게 문장과 이야기를 세심하게 가다듬었다. 그 일환으로 기존 수록작 「촌놈과 떡장수」를 「한판 붙어 볼래?」로 제목을 바꾸고, 등장하는 두 남자아이가 혐오 의식이 스민 호칭을 서로 버림으로써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결말로 수정했다.
아울러 작품마다 다른 색채 전략을 적용한, 독창적이고 상징성 짙은 일러스트를 입혀 이질적으로 드러나는 작품별 분위기와 주제를 이미지화했다. 또 고학년 어린이 독자의 다양한 해석과 조응해 감상의 폭을 확장할 수 있도록 컷마다 과감한 생략과 변형, 구도를 구사했다. 문학성 짙은 어린이 서사를 뒷받침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로도 이 책에서 느낄 감동은 충분히 배가될 것이다.
2. 차례
꽃이 진 자리
한판 붙어 볼래?
금단 현상
십자수
임시 보호(신작)
작가의 말
3. 줄거리
「꽃이 진 자리」
‘나’는 봄날 저녁 놀이터에 나가 오래된 벚나무들을 보기 좋아한다. 새로 하얗게 핀 벚꽃들을 보노라면 환한 전등이 자신을 밝혀주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만 앉던 벤치에 웬 낯선 할머니가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자리를 빼앗긴 느낌이지만 할머니가 뜨는, 벚꽃처럼 예쁜 스웨터에 사로잡힌다. 그때부터 ‘나’는 날마다 할머니와 같은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나타나지 않자 ‘나’는 나쁜 생각을 떨치기 어려워진다.
「한판 붙어 볼래?」(초판 수록작 「촌놈과 떡장수」)
영훈이는 시골에서 이사 와 ‘촌놈’으로 불린다. 시골에선 쫄병을 데리고 다니며 무시하고 이용했는데, 도시에선 거꾸로 자신이 무시당한다. 그러다 피시방에서 인기 좋고 공부도 잘하는 장수를 우연히 만나 같이 게임을 하게 된다. 다음 날 학교에서 영훈이는 장수를 친구로 여겨 불러 세웠는데 장수는 섬뜩하리만치 영훈이를 무시하고, 끝내 둘은 치고받고 싸우기에 이른다.
「금단 현상」
효은이는 어느 날부터 자기도 모르게 번지는 미소를 감추기 어렵다. 좋아하는 현기랑 매일같이 전화 통화를 하기 때문이다. 현기는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하진이랑 사귀었다가 차였고, 효은이가 틈새를 파고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현기가 하진이를 다시 만나고 있다는 거다. 그럼 현기는 왜 지금껏 날마다 효은이 얘기를 들어준 거지? 현기가 맞기나 한 걸까?
「십자수」
할머니가 오자 집 안 분위기가 바뀐다. 평소 빨래 담당이던 아빠는 엄마한테 빨래를 걷으라 시키고, 선재가 여자 친구한테 줄 생일 선물로 십자수를 놓고 있자 할머니는 사내 대장부 운운하며 타박한다. 급기야 할머니는 남편한테 가장 대접을 제대로 안 하니 사내 녀석이 저런다며 엄마에게 화를 내는데…….
「임시 보호」(신작)
하은이는 포포라는 유기견 푸들을 임시 보호하려고 신청했다. 유기견 임시 보호를 수의사가 되기 위한 입시 전략으로 여기는 아빠 엄마와 달리 하은이는 포포를 아예 입양할 계획이다. 그런데 포포가 오기로 한 날, 웬 잡종견인 진구가 와 있다. 안락사 위기에 놓였기에 포포와 바꿔서 데려왔다고 아빠는 말하지만 하은이에겐 아빠의 속셈이 보이는 듯하다. 하은이는 그때부터 입시 전략으로만 짜여진 자기 삶을 낯설게 보기 시작한다.
4. 지은이 소개
⚫ 이금이(글쓴이):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1962년 충북 청원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이야기꾼 할머니와 라디오 연속극, 만화책 등과 함께하며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세계 문학 전집을 읽으며 작가 되기를 꿈꿨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는 1984년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작가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이어진 우리 어린이문학의 폭발적 성장과 청소년문학의 태동 및 확장을 이끈 작품을 펴내며 독자와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어린 독자들의 오랜 요청으로 후속작이 거듭 나온 동화 ‘밤티 마을’ 3부작, 우리 어린이문학의 문학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지금 여기’의 청소년이 품은 상처와 공명한 이야기로 본격 청소년문학의 출발점이 된 『유진과 유진』 등이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의 큰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동화 『망나니 공주처럼』 『땅은 엄마야』, 장편동화 『차대기를 찾습니다』 『도들마루의 깨비』, 동화집 『금단 현상』 『사료를 드립니다』 『영구랑 흑구랑』, 장편 청소년소설 『주머니 속의 고래』 『알로하, 나의 엄마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청소년소설집 『청춘기담』 『벼랑』, 창작방법론 『동화 창작 교실』 등도 독자 곁에 있다.
그동안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 1987년 계몽사아동문학상, 2007년 소천아동문학상, 2012년 윤석중문학상, 2015년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20년엔 작가의 업적 전반을 평가해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한국 후보로 공식 지명되었다. * 작가 홈페이지 leegeumyi.com
⚫ 오승민(그린이):
그림책 작가. 과감한 색감과 구도를 활용해 아이들의 활기와 마음밭을 담아낸 감각적인 그림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동안 그림책 『오늘은 돈가스 카레라이스』 『꼭꼭 숨어라』 등을 쓰고 그렸고, 동화 『금단 현상』 『소원을 들어 드립니다, 달떡 연구소』 『퍼플캣』 『은하철도의 밤』 『우주 호텔』 『로봇의 별』, 인물 이야기 『나는 안중근이다』 『이중섭』, 그림책 『첼로 켜는 고슈』 『나의 독산동』 『찬다 삼촌』 『명희의 그림책』 등에 그림을 그렸다.
2004년 『꼭꼭 숨어라』가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상과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에 올랐으며, 『못생긴 아기 오리』가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에 초대돼 전시되었다. 『아깨비의 노래』로는 200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5. 책 속으로
* [첫 문장]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벚꽃이 하얗게 피기 시작한 봄날 저녁이었다. _ 8쪽
* 슬그머니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나는 같은 시간에 그 자리로 나가 보았다. 꽃이 진 벚나무는 연둣빛으로 아른거렸고, 그 아래 의자엔 황사 먼지만 뽀얗게 쌓여 있었다. 할머니의 빈자리 같아 가슴이 떨렸다.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려고 도리질을 했다. _ 20쪽
* 꿈속에서 광식이를 만났습니다. 광식이와 달래산 고갯길에서 비료 포대 썰매도 타고, 개울에서 물장난도 했습니다. 광식이도 나만큼 내 생각을 할까요. 걸핏하면 무시하고 가방이나 맡기던 녀석이 전학 가 버려 시원하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요. 그 생각을 하니까 더 쓸쓸해졌습니다. _ 41쪽
* 공을 안고 일어서는데 내가 보낸 이메일 이야기를 하며 키득거리는 하진이와 현기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 밑바닥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솟구쳤다. 처음엔 그것이 불길처럼 타오르다 연기처럼 흩날리고 말 질투 같은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뜨거운 무엇인가는 점점 단단해지더니 마음 한가운데 기둥처럼 곧추섰다. 그 기둥이 마음을 받쳐 주는 것 같았다. _ 69쪽
* 지윤이 엄마는 지윤이 아빠가 집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불만이라고 했다. “연재 엄마는 연재 아빠가 그렇게 집안일을 나눠서 하니 얼마나 좋아.” 어쩌다 마주칠 때마다 부러워한다고 엄마가 말했던 게 생각났다. “지윤이 엄마는 당신이 집안일 나눠서 하는 게 엄청 멋져 보인대.” 엄마한테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 아빠는 5층만 다가오면 슬쩍 거울을 보곤 했다. _ 90쪽
* 나는 눈을 떴다. 그러고 엄마 아빠를 불렀다. ‘나도 정말 내가 좋아서, 힘들어도 즐겁게 견디며 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어요. 그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려 주세요.’ 이 말만큼은 부모님보다 내가 먼저 꺼내기 위해서였다. _ 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