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640
발심수행장064
동봉
백년과 일생2
몰란결에 백년세월 다가오는데
어찌하여 배우려고 하지않는가
고작해야 한생애가 얼마된다고
수행하지 아니하고 게으를건가
홀지백년忽至百年
운하불학云何不學
일생기하一生幾何
불수방일不修放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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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새벽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비개피가 분황사로 찾아온다
계절이 마중쉼初伏이라
날씨가 제법 따가운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비개피다
첫새벽이 반갑게 맞이한다
'대안大安 스님, 어서 오십시오.
누추한 곳에 잘 오셨습니다'
비개피가 말을 받는다
'장도에 노독路毒은 좀 풀리셨소?'
첫새벽의 표정이 밝다
때가 아침이라서가 아니라
첫새벽 마음이 조금은 들떠 있다
게다가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스님 별명이 비개피시지요?'
비개피가 되묻는다
'나를 비개피라 부르는 것은
거시기 미래에서 온 기포 수좌가
내게 붙여 준 별호라 들
원효 스님께서는 비개피 뜻을 아시오?'
사실 첫새벽은 그 뜻을 모른다
타임머신인가 뭔가를 타고
미래 21세기에서 온 기포와
대안이 직접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첫새벽도 그게 알고 싶다
그런데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에서 대한민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첫새벽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
대안大安=빅 해피big happy가 뜬다
첫새벽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은
기포가 선물로 주고 간 것이다
큰 편안大安은 큰 행복big happy이다
이 큰 행복, 영어로서 빅 해피의
소릿값을 발음대로 쓰다 보니
비개피가 된 것이다
빅 해피 = 비개피 공식이다
첫새벽과 비개피가 서로 만나
모처럼 분황사가 시끌벅적하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의 장이다
비개피와 첫새벽이 서로 만나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황사 뜰에 삽사리가 다가와
회기애애한 이야기에 참여하고 있다
주인 첫새벽이 오랜만에 돌아오니
돌아온 자체도 너무 반가웠고
게다가 비개피와의 대화가 평화롭다
이처럼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삽사리가 없다면 어떨까
한마디로 말해 맛이 안 나겠지
첫새벽이 말을 꺼낸다
'기포 수좌가 제게 물은 말이 있습니다'
비개피가 궁금해하며 되묻는다
'기포가 무엇을 물어왔는데요?'
'네, 대안 스님, 비개피 스님,
다름이 아니고 제 <발심수행장>에서
홀지백년忽至百年
운하불학云何不學
일생기하一生幾何
불수방일不修放逸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래, 원효 스님 글에서
물어 온 내용이 무엇이지요'
'네 비개피 스님, 백년과 일생입니다'
'백년과 일생에 관해서라고요
거기에 궁금할 게 뭐가 있는데'
'네 비개피 스님, 그의 말은
백년이 기냐 짧으냐는 것입니다'
비개피가 말한다
'우리 원효 스님께선
뭐라고 답을 하셨는데요?'
첫새벽의 답이 당당하다
'백년을 이름씨名詞로 읽으면 짧고
셈씨數詞로 읽으면 길다고요'
얘기를 듣고 난 비개피가 한마디 던진다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겠네요
이름씨는 뭐고 셈씨는 또 뭡니까
백百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셈씨까지는 이해되는데
대관절 이름씨가 왜 들어갑니까'
첫새벽은 듣기聞를 좋아하고
묻기問를 좋아하는 그런 수행자다
책망에 가까운 비개피의 얘길 들으며
첫새벽은 매우 정중하게 묻는다
'비개피 스님, 가르침을 주세요
산승이 너무 앞서 나갔습니다
스님 생각에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걸림없는 무애도인 비개피가
첫새벽에게 시간을 바라보는 느낌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한다
'원효 스님, 스님께서는
지옥의 고통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도산지옥刀山地獄
검수지옥劍樹地獄
화탕지옥火湯地獄
한빙지옥寒氷地獄
발설지옥拔舌地獄
무간지옥無間地獄 등이 있지요
어떤 지옥도 다 고통스러운 곳입니다
이런 지옥에서 1시간은 짧을까요'
'비개피 스님 짧지 않습니다'
그럼 뜨거운 가마솥 지옥
곧 화탕지옥에서 10분은 짧을까요'
'결코 짧지 않지요, 비개피 스님'
'그렇다면 무간지옥에서 1분은요?'
'찰나에 해당하는 염念도 짧지 않은데
1분과 10분이 어찌 짧을 것이며
1시간이 어찌 짧겠습니까'
비개피 앞에서 첫새벽은 공손하다
비개피 말씀이 지극히 온당한 까닭이다
백년은 짧을지 모르겠으나
백 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간에 관한 느낌은 같을까
고통을 느끼는 지옥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하늘과 극락이라면
백 년 세월은 짧음에 속할까
아니면 긴 데 속할까
으레 평화롭고 행복한 곳에서는
백년이든 백 년이든 짧게 느껴진다
첫새벽이 <발심수행장>에서 언급한
'홀지백년忽至百年'의 '백년'은
짧은 시간 개념에 속한다
만일 백년이 짧게 느껴진다면
아직까지 우리 사바세계는
고통보다 되려 행복한 세상이다
이를 일컬어 '상대성 이론'이라 한다
이는 '일생기하一生幾何'도 마찬가지다
'일생이 얼마나 된다고'란 말도
얼마 안 되는 짧은 생애란 의미다
이른바 100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약 137억 년 전에 빅뱅과 함께
우주가 처음 열릴 때
100년은 고사하고
10년이나 한 해도 아니며
한 달도 하루도
단 1시간도 아닌
플랑크 상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에 형성되었다 한다
수천만억조 분의 1초도 되기 전에
오늘날 우리 우주 대부분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
분명 요즘을 '백세시대'라 한다
백 년 동안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어찌하여
배우지 않고
닦지 않고
정신줄 놓고
게으를건가며 다그친다
행복한 자에게는
천 년도 짧고
괴로운 자에게는
찰나도 더없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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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의 역동성 ㅡ 사진 꾸미기/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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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2019
마중쉼初伏을 맞아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