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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클럽 찾는 30~40대 여성들…그들은 왜?
30~40대 여성들이 잘 모인다는 서울 강서구청 근처의 H나이트클럽. 월요일 밤인데도 많은 남녀들로 북적였다. 현란한 사이키 조명,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음악 소리, 자욱한 담배 연기, 여성들의 팔목을 잡고 동분서주하는 웨이터들의 모습은 여느 나이트클럽과 다를 바 없었다. 기자는 30~40대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에 드나드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일행 1명과 함께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직장 초년병으로 가장해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부킹’으로 이뤄진 30~40대 여성들과의 만남 여성 웨이터가 ‘부킹’으로 두 여성을 데리고 왔다. 키 155cm 가량의 아담한 체구에 짧은 스커트 차림의 짙은 화장을 한 A(39)씨, 키 1 63cm에 참한 이미지의 여인 B(40)씨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두 여인은 “젊은 사람이 클럽에나 가지 왜 여기에 왔느냐”며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자신들과 친구 2명, 총 4명이 일행으로 인천에서 이곳까지 놀러 왔다고 했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맥주에 양주를 섞은 폭탄주를 세 순배쯤 돌리고 무대로 나가 춤을 췄다. A씨는 현란한 춤 솜씨를 보여줬고, 조금 수줍어하는 B씨는 몸치에 가까웠다. 서로 스스럼이 없어지자 어둠과 소음을 피해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일행 두 명 C(40)씨와 D(37)씨도 합류했다. 그들은 펑퍼짐한 몸매에 입이 거친 아줌마들이었다.
◆현관문 통과법 - 가방에 따로 챙긴 옷과 구두 C씨가 A씨에게 면 티셔츠와 굽이 평평한 구두를 건넸다. “그게 뭐냐”고 물으니 A씨가 씩 웃으면서 “집에서 나올 때 입은 복장”이라고 했다. B씨를 제외한 나머지도 깔깔 웃으며 각자 가방 안에 있던 수수한 디자인과 색깔의 티셔츠와 구두를 꺼내 보였다. 한 동네 이웃인 이들은 남편들의 의심을 피해 “동네에서 술 한 잔 하고 오겠다”고 입을 맞추고 이곳에 나왔다고 했다. D씨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동네에서 입기엔 가슴이 많이 파이고 몸에 딱 달라붙어서 남편한테 의심 받을 수 있다”고 하자 다른 여성들도 “맞아, 굳이 의심 받을 필요는 없잖아”하며 맞장구 쳤다. 남편이 출장 중인 B씨는 복장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A씨는 “남자들 일 핑계대면서 룸싸롱이나 안마방에 잘 가지 않느냐”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불안한 듯 시계를 자꾸 바라보던 C씨는 “자기네도 걸핏하면 새벽에 들어오는데, 어쩌다 한번 늦게 들어가는 우리가 왜 이런 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목적 -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다” 본격적인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결혼후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경험이 있느냐’고 묻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 C씨가 “우리 그런 여자들 아니에요”라고 하자 다른 여성들도 “그런 적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웃 주민들의 모임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었는지, 아니면 진짜 그런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시종일관 얌전한 태도를 유지하던 B씨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우린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어 작심하고 나온 거예요. 전 몸을 섞는 것은 바라지 않고 그저 대화를 매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두 가정생활에 대해 특별한 불만은 없는 듯 했다. 남편과 자녀를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의 반복이 이어지다 보니 ‘여자’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에 낙담해 있는 듯 했다. 나이가 40에 이르면서 “여자로서 내 인생도 끝이구나” 하는 불안감에 우울증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그때 취기가 잔뜩 오른 A씨가 작정한 듯 말했다. “내게는 남자의 경제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A씨가 남자친구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이유는 단지 선물을 받고 싶어서였다. “결혼한 이후 남편한테 꽃다발 한 번 못 받았어요. 나도 여자인데….”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더니 “기왕이면 속 궁합도 잘 맞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남편과 잠자리 한 지 너무 오래돼 낮에 혼자 해결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허무하기만 해요.” A씨는 결국 눈물을 쏟았다. B씨가 A씨를 위로하며 거들었다. “나이 사십 돼서 누군가에게 예쁘다는 말 듣고 싶은 게 한국 여자들에게는 그저 사치일 뿐인가요?”
◆일탈 중에도 “우리 아이 공부 좀…” “총각, 어느 학교 나왔느냐”는 질문에 한 명문대의 이름을 더듬더듬 댔더니, 막 울음을 그친 A씨가 반색하며 “우리 아이가 중2인데 공부 좀 저렴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직장 생활 때문에 시간이 없어 나는 할 수 없지만 후배들은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했더니 절대 안 가르쳐 준다던 연락처를 적어 손에 쥐어줬다. 주저리주저리 자녀의 공부 방법과 수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던 A씨는 자리를 나서면서도 “믿을 만한 학생으로 잘 부탁한다”고 두 번 세 번 신신당부했다. 일탈을 꿈꾸는 30~40대 여성들이었지만, 그들 역시 자식 잘 되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엄마’였다. 약 4시간 동안의 대화를 마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다시 일상으로 향하는 그 ‘누나’들의 어깨가 초라해 보였다.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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