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한 잠에서 깬 것은 아마도 한기 때문인 것 같아
눈을 반은 감고 다른 방에 있는 이불 하나를 꺼내왔다.
기분 좋은 감촉으로 다시 ' 잠의 나라'로 빠져 들어갔다.
그렇게 그 이불은 어떤 날은 나를 덮어주고
또 어떤날은 요가되어 나를 받쳐주기고 했다.
그 포근한 감촉... 엄마의 품속 같다.
엄마는 내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목화를 심었다.
나와 한 살 아래 사촌 동생이 시집갈 때 이불 만들
솜 농사였다.
엄마는 내가 시집갈 때 이 세상 계시지 않아서
솜이 얼마나 모아졌는지 나는 몰랐다.
큰 올케가 엄마대신 그 솜으로 만든 이불을 갖고
나는 시집을 갔다.
두툼하고 묵직한 이불은 서울의 아파트 생활에
맞지 않는 침구였다.
장롱에서 수년간 잠자고 있던 ,
버릴 수 없는 그 이불을
작은 올케 언니가 솜 타는 곳으로 가져갔다.
그곳의 주인이 이렇게 귀한 솜을 오랜만에
본다고 하였단다.
그 솜으로 두 딸의 침대 이불과
어른용 얇은 이불 두 개를 만들었다.
우리 가족과 이불들은 먼 나라로 왔다.
몇 번의 이사와 아이들의 분가로 그 애들의
이불도 나와 작별을 했지만 나는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는 없애야 하는 옛날 물건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두세 번 정도 이부자리가 되어
바깥 구경을 했을까?
늘 어두운 옷장의 바닥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 이불이 이번 이사로 어쩌다 보니 윗자리에 있다가
어느 날 비몽사몽인 탓으로 내 곁에 오게 되었다.
그 이불도 연륜이 있어서 인지 하얀색 부분이
누렇게 보이는 게 나의 게으름 표시와도 같다 .
어제는 큰 맘먹고 뜯어내 표백제를 넣고 빨았더니
새햐앟게 바뀌었다 .
뜯는 것과 세탁은 어렵지 않은데
다시 꿰매는 일이 여간 성가스럽지가 않았다.
눈은 잘 안 보여 바늘에 실 꿰기도 한나절,
솜씨도 없는 내가 균형 맞추어 가며
바느질하는 것도 한나절,
이불 두 개 완성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
가지런히 개켜 놓으니
이불도 , 나도 대견스럽다.
엄마의 손길이 , 두 올케 언니의 마음이 ,
나의 삶이,
그 이불솜 속에 들어 있다.
한동안은 그 이불을 덮고 자야겠다.
요즘 단잠을 잘 수 있는것이 아마도
이불 덕택인듯 싶다 .
마음이 아픈 날은 가슴을 토닥여 줄테고
등이 무거운 날은 어깨를 주물러 줄테고
한밤의 찬기운을 따스하게 바꿔줄것이다 ,
엄마의 철없는 외동딸로 살 때
엄마가 나를 품어주던 그 포금함과 아늑함을
그 이부자리에게서 다시 느껴보고 싶다 ,
첫댓글 엄마가 머지 않아 혼기가 되어 시집가는 딸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목화이불.. 얼마나 정성과 수고가 곁들여 있었을까요? 타국에 가서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며 펴볼때마다 감사함과 솜이불의 편안함을 느끼는 감정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답글이 늦어졌습니다.
좀 바쁜일이 있다는 핑계를 댑니다 .
나이가 더 해질수록 옛것들이 소중함을
알게 되는것 같습니다 .
늘 수필방 지킴이가 되어 주시는 언덕저편님께
감사 드립니다 .
아고~얌전해라
시집가도 되것어요ㅎㅎ
나도 엄니가 해주신 목화솜이불
한번도 안써본거
몇해전 다 솜틀집에 보내
방바닥 요 3개 만들어
딸네 1 울집에 2
손자가 오가며 잘쓰고 있어요
나도 여름엔 침대가 더워
방바닥에 깔고자면 시원합니다
봄가을 햇살 화사한날
밖에 널면 푹신하게 올라오는데
요즘 그걸 못하네요
세탁방 대형건조기 돌렸더니
푹신하게 된다고
딸이 알려줍니다
이민까지 따라간 목화솜이불
재산 가보로 다름없네요ㅎ
바느질 간격이 일정하게
아주 잘한 솜씨입니다
나는 요커버 씌우기인데
새삼 한번쯤 꿰메보고파요ㅎㅎ
이불은 건조기 돌리지 마세요
솜이 열에 약해서 가루가 되어 미세먼지가 나옵니다
그냥 서늘한 곳에 털어서 말리세요^^
@귀여븐나야
아..그런가요?
딸네꺼 망쳤군요 ㅎ
요즘아파트 어디 널을데가 없어
거실에 건조대 펴놓고
선풍기 바람에 말려봅니다
정보 감사해요~~
@강마을 직업이 이불장사라서...ㅎㅎ
건조대에 널고
선풍기 바람에 말리는 것은
정말 잘 하시는 거에요^^
먼지가 폴폴 나는 이유는
건조기(열풍)에 돌려서 나오는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 돌돌이(먼지제거) 하얗게 묻어나면
이불은 버리셔야 해요
이번에 안 하던 일을 해 보았습니다 .
손이 굼뜬 저는 정말 노는듯이 해야만 했습니다 .
목화솜 이불이 묵직하니 감촉이 좋네요 .
그러게요 .
솜씨가 좋다고 하시니 시집을 가야 하나
고민을 해 보겠습니다 .ㅎㅎ
정말 솜씨가 얌전 하셔요.
새색씨 이불 같아요.ㅎ
엄마 품속처럼 포근 하겠어요.
우리 엄마는 왜 저런것도 안해줬나 몰라요 ㅎ
새집에서 행복 하시죠?
목화솜 보다느 더 좋은것을 해 주셨겠지요 ..
새집에서 할 일이 많아 졌습니다 .
바꾸고 ,들여 놓고 ... 예쁘게 꾸미고 있습니다 .
몸이 고단하니 잠이 잘 오는지 아니면
이불이 편해서 인지 잠을 잘 잡니다 .ㅎㅎ
새집으로 이사하고
장농 정리, 그릇 정리, 책장 정리하면,
웬만큼 집 정리는 끝나지요.
그렇다 보니, 목화 솜 이불이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목화는 어머니가 키우고
올케 언니가 시집 올 때 해준 그 이불을
어찌 없앨 수는 없었겠지요.
아녜스님은
오빠와 올캐 언니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 것 같아요.
포근한 이불로, 마음이 따스해지고 있네요.
아녜스님의 글은 언제나 잔잔하고 따스합니다.^^
요즘 수필방에 불성실한 아녜스가 되었습니다 .
집을 사고 , 파는 일이 좀 분주하네요 .
이제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 .
더운 여름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어머니가 직접 심으신 목화로 올케언니들이
만든 솜이불 아직 잘보관하고 계시군요
아내가 결혼할때 혼수로 가져온 두꺼운 솜이불도
아직 저희집 장농에 잘있습니다
그산님댁 솜이불은 아직도 존재하는군요 .
요즘엔 더 귀한 목화솜일듯 싶습니다 .
잘 활용하면 좋겠네요 .
와~~ 바느질을 참 깔끔단정하게
잘 하셨네요.
솜이불을 보니 엄마와 함께
반 나누어 호청이불 바느질하던
고딩시절의 어느 날이 기억납니다.
처음 덮으면 사각사각하던 그 감촉도요.
저도 그 풀먹인 호청 의 느낌이
좋았었습니다 .
'호청'이란 낱말을 기억하시는 마음자리님이
얼마나 다정다감한 막내 아들이었을지가
짐작이 되네요 .
그 풀냄새도 좋았어요 ~ 저는
외국생활을 하면서....
아직도 솜이불을 가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그만큼 엄마 생각 고국 생각이 그리워서이겠죠?
네~
아주 귀한것이라 갖고 왔지만 그옹안
이불을 덥지는 않았습니다 .
지나간것들은 그리움이 많지요 .
돌아올 수 없으니까요 .
아녜스님, 이불 한 채에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의 정성, 그리고 살아오신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꼈습니다.
세월은 흘러도 사랑의 온기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오늘 밤 그 이불은 몸뿐 아니라 그리운 어머니의 품까지 따뜻하게 덮어줄 것 같습니다.
잔잔한 감동, 잘 읽었습니다.
반가운 단석님, 안녕하시지요?
제가 쓰는 글에는 '엄마 ' 이야기가 종종 있습니다 .
일찍 돌아가셔서 그리움과 애닮음이 크거든요 .
부족한 글에 과분한 해석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
저도 목화솜 이불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엄마가 이불을 꿰매실 때 마주 앉아 손바느질로 같이 이불을 꿰매던 때도 있었지요. 그때 덮었던 목화이불은 두툼하고 겨울철 참 따뜻했던 기억이네요.
저는 어머니가 저 시집갈 때 준다고 예쁜 그릇들을 사 모으셨고, 그 그릇들을 가지고 시집을 갔네요.
그런데, 지금은 그 그릇 중 아들내미 밥그릇으로 쓰고 있는 그릇 하나만 남았어요.
평생 가난한 집의 살림만 알뜰히 사시느라 경제력이 없었던 어머니가 마고자 단추 모양의 금 단추 2개도 주셨는데, IMF때 금모으기 운동 때
처분하고,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으로 아들의 그릇만 하나 남아있어요.
그릇을 잘 깨는 편인데, 이 그릇은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잘 쓰고 싶어요.
정갈하게 잘 바느질한 목화 이불에서 어머니와 두 올케언니의 해묵은 진한 사랑이 느껴져 옵니다.
잘 지내시죠.
저는 6월초에 좀 회복되는 듯하더니 입이 방정이다고,
6월 중순이후 내내 고전하고 있어요.
새로운 병이 생긴 건 아닌가 덜컥 겁이 나서 챗GPT에게도 물어보고,
구글의 제미나이에게도 물었더니 부작용이 수개월에서 일년이 간다고 하네요.
의사선생님이 이미 그런
소견을 말씀하셨는데도, 믿지 못했던 게 죄송스럽기도...
그런데, 대학병원 3분도 안되는 진료에 급하게 짧게 듣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비해 AI는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안정감을 주긴 하더라구요.
브랜드 만들고 가게를 경영할 계획은 지금 시점에선 제 컨디션에 벅차서 보류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보내는 여름은 너무 지루하고 시간이 아까워서
수채화, 서예도 배우고 그러면서 캐릭터 구상도 하고 있어요.
내일배움카드로 수강을 하러 다닐때는 제가 가장 연장자에 해당, 주민센터나 여성복지관은 그래도 중간 연배는 되는 것 같아서 일단 심적 부담이 없어 좋은 거 같아요.
노인복지관에도 등록을 해 회원이 되었는데, 다음주부터 수강을 시작하게 되면
그곳에서는 또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8월부터 6개월 과정으로 예비신자 교리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의사 선생님이나 AI가 진단한대로 내년쯤이면 컨디션이
회복되고, 카톨릭 천주교 신자도 되고, 하고자 한 일도 시작하고 그런 원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기대로 이 여름, 이 시간들을 버티고 있어요.
늘 건강한 날, 행복한 날 보내세요.
@우린. 답을 늦게 해서 미안해요.
요즘 바븐일이 좀 있는데 곧 정리되지 싶네요.
우린님은 솜씨가 좋으니 그림도 글씨도 모두 잘 할거예요 .
계획한 일은 좀 미루고 ,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마음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
한국의 여름은 지내기도 많이 불편하니
영양 잘 섭취하면서 잘 지내시고요 .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차츰 좋아진다고 하셨다니
전무가의 조언이 맞을것 같습니다 ,.
8월 부터 예비자 교리를 시작 한다니 무엇보다도
반갑네요 .
신앙에 입문하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
분명 그것은 택하심믈 받으신겁니다 .
그 계획이 잘 이루어 지도록 멀리서나마 응원 합니다 .
고마워요 우린님
세상에! 시집 올 때 해온 솜이불을 빨고 바느질을 하다니요. 그것도 한국도 아닌 곳에서…
솜이불은 빨 수는 없어요 .
겉에 싸여진 천을 빨고 바느질을 했다는 이야기지요 .
아마 한국이 아니라서 했을지도 모릅니다 .
아녜스님의 이불이
역사도 길고
먼 길 여행도 했네요.
특별해서 대접을 잘 해야
되겠습니다.
글을
이불의 여정으로 읽으니까 아주
재미있어요.
혼자 이사도 하시고 애 쓰셨습니다.고운 추억이 많으신 아녜스님의
글은 늘 따스합니다.
아녜스님이 곱고 따스한
분인 거지요.잘 읽었습니다.
엉뚱 맞은 이불 이야기지요 .ㅎㅎ
이번 이사를 하면서 제 스스로
칭찬을 해 주었답니다 .
수필방에 너무 뜸하다 보니
좀 죄송스런 마음이 드네요.
지언님이 오셔서 좋아요 .
오랫만에 글 찾아 뵙습니다.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계시지요?
지금은 찾기 힘든 솜이불..
한여름만 아니라면, 포근한 느낌을
주지요..
울집에도 어딘가에 쳐박혀 있다고
생각했던 이불입니다. 막내동생이
시집가면서 예물로 나누어 주었던 ㅆ
이불을 미국까지 가져와 잘 사용하였는데,
언젠가부터 내 잠자리에선 찾을 수 없다가,
집사람이 30여년을 혼자 써오고 있는
것을 알았네요.. ㅋ
뜯어서 다시 활용하지 못하지만,
오래된 이불을 버리지 않고 나름 쓰고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