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말씀과 인간의 기도
이사 55,10-11; 마태 6,7-15 / 사순 제1주간 화요일; 2025.3.11.
말씀은 하느님의 힘이요, 기도는 인간의 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을 사람들에게 보내셔서 당신의 나라를 이룩하게 이끌어 주시고, 인간은 기도를 통해서 그 말씀의 뜻을 알아 듣고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기운을 받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말씀이 지닌 역할과 그 힘에 대해서 매우 인상적인 표현으로 강조하였습니다.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게 되면 그냥 하늘로 돌아가는 법이 없듯이, 하느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도 그냥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비와 눈이 땅을 적시면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그 토양에서 싹이 돋아나게 하며 돋아난 싹이 자라서 꽃을 피워 씨앗을 내고 열매를 맺어 세상을 먹여 살리듯이, 말씀이 사람들의 신앙을 적시면 그 신앙이 양심을 기름지게 하고 그 양심에서 온갖 생각과 말과 행위를 바르게 하며 거기서 비롯된 모든 활동이 진리와 자유의 싹을 돋아나게 하고 정의의 꽃과 평화의 열매를 맺어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 차게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시는 주제가 기도인데, 기도는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보내신 말씀을 수신하는 기제입니다. 그래서 기도를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요구사항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보내신 말씀을 수신하는 것입니다. 기도를 통하여 그분의 말씀을 알아들어야 우리가 살아갈 기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도는 인간의 힘이 됩니다. 만일 기도를 하면서 그분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고 요구사항만 늘어놓게 되면 기도는 말씀으로부터 오는 기운을 전달해 줄 수 없기 때문에 기도는 힘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습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직접 기도의 정석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주 기도문의 으뜸가는 구조 형식은 기도의 수신인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인간은 누구나 그분의 자녀가 되기 때문에 기도의 주체 또는 발신인이 ‘우리’ 또는 ‘저희’가 된다는 것도 버금가는 구조 형식입니다. 여기서 부르는 ‘아버지’ 호칭은 ‘어머니’ 호칭을 대치하는 말이 아니라 자녀를 낳아 기르는 존재 즉 어머니를 포함하여 부모를 나타내는 호칭입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분은 부모요, 그 말씀을 듣기 위해 기도하는 이는 자녀들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존재요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기본 사실이 말씀과 기도의 바탕입니다.
주 기도문의 전반부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이름과 그분의 나라와 그분의 뜻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에 대해서 먼저 알아들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분의 이름이 거룩하게 빛나야 하는 것을 비롯하여 그분의 나라가 다가와야 하는 것이나 그분의 뜻이 이룩되어야 하는 것이 모두 인간을 사랑으로 채우시려는 하느님의 말씀의 기운 그 자체입니다.
주 기도문의 후반부에서 예수님께서 대표적으로 예시하시는 기도의 과목은 서로 나누어야 할 일용할 양식과 서로 베풀고 청해야 할 용서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나눔과 용서를 하지 않으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면 악마의 하수인으로 전락되는 것이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보호하심을 청하는 일이 부록입니다. 경제적인 정의와 평등, 인간관계의 기본인 서로 받아들이는 수락의 덕목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여 서로 간에 이룩해야 할 질서라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말씀은 하느님의 힘이요 기도는 인간의 힘입니다. 그리고 말씀과 기도가 모두 사랑으로 채워져야 할 거룩한 질서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을 깨닫지 못할 때, 종교가 제 길을 벗어나고, 세상이 종교로부터 하느님의 힘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세상의 혼란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현재 대통령 직무를 정지당한 윤석열은 내란죄를 범한 수괴 혐의로 헌법 재판소의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나라 살림도 망친 책임자로 심판을 받게 된 연유는 무속과 검찰의 두 힘으로 정치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늘의 소리는 커녕 국민의 소리도 듣지 않았습니다. 상식과 법률을 무시했으며 마치 절대 군주처럼 처신했습니다. 그가 해외 순방을 다닐 때마다 그를 만나는 외국 정상들은 대놓고 그를 무시했으며 외신들은 조롱하기 일쑤였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만 이를 보도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의 아내인 김건희는 거금을 들여 국내 4대 명산에서 굿을 벌이고 하늘의 운을 기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 부정을 일삼았습니다. 이를 모를 리 없었을 정부 여당과 보수 언론은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검사들은 그의 수족이 되어 녹슨 칼을 휘둘러댔습니다. 조만간 그들의 행적과 처신은 그들을 옭죄는 포승줄이 되어 해체 작업의 조임줄이 될 것입니다. 정의를 구현한다던 검사의 신조는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와 연이 닿은 종교 세력은 더 있습니다. 미치광이 목사와 돈에 눈 먼 대형 교회 목사들입니다. 그들도 조만간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밀과 가라지의 비유로 가르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수확 때가 되면 밀은 곳간으로 거두어들이고 가라지는 땔감으로 불태워질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 3년의 기간은 그렇게 대한민국 현대사의 심판을 위한 불쏘시개로 작동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우 여러분!
새 하늘이신 예수님께서 여시려는 새 땅은 말씀을 듣고 기도로 응답하는 이들에 의해서 이룩될 것입니다. 비와 눈이 땅을 적시면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그 토양에서 싹이 돋아나게 하며 돋아난 싹이 자라서 꽃을 피워 씨앗을 내고 열매를 맺어 세상을 먹여 살리듯이, 하느님의 말씀이 기도하는 사람들의 신앙을 적시면 새 땅이 펼쳐집니다. 말씀으로 적셔진 신앙이 양심을 기름지게 하고 그 양심에서 온갖 생각과 말과 행위를 바르게 하며 거기서 비롯된 모든 활동이 진리와 자유의 싹을 돋아나게 하고 정의의 꽃과 평화의 열매를 맺어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 차게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겨자씨처럼 소박하고 작은 시작으로 이루지지만, 머지않아 온갖 새가 깃들일 수 있는 겨자 나무처럼 커다랗게 세상을 변화시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