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동안 유럽배낭여행을 위해 이제 집을 나선다.
출발일이라고 그리 요란을 떨지 않았다.
오늘도 변함없이 막내 학교 바래다주고
시장에서 토마토 사서 냉장고에 재워두었다.
다시 주섬주섬 짐을 싸고
아내를 힘껏 안아주고 집을 나섰다.
지금이야 힘찬 발걸음이지만 요 며칠 살벌한 복병들이 날 가로 막고 있었다.
하마터면 유럽여행 포기할 뻔했어
1)토요일
금요일 포항에서 보트를 탔는데 허리에 무리가 온 것 같다.
서울로 오자마자 집에 가지 않고 바로 정형외과에 들러 엉덩이 주사를 맞고 1달치 약을 타왔다. 다행히 2번 정도 진통제를 복용하니 통증이 싹 가셨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보니 딸 정수가 심한 고열과 설사로 거의 실신상태로 누워있다.
그렇다면 그 무섭다는 메르스가 아닌가
만약 정수가 확진을 받는다면 가족들은 14일 자가격리.
까마득하다. 출국 3일 앞두고 유럽여행은 포기해야만 한다.
항공권과 기타예약비로 쓴 돈 수 백만원은 그냥 공중에 사라지는 것이다.
방법은 딱 하나 있는데 고종의 아관파천처럼 나만 어머니 집으로 피신하면 된다.
그런데 어찌 유럽여행과 사랑스런 딸을 맞바꿀 수 있겠는가?
‘그래 정수랑 생사고락을 같이하자.’
결과가 어찌되든 집에 남기로 했다.
2)일요일
다음날. 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더니 고열에 심한 몸살이 찾아온 것이다.
이거 전염된 것 아닌가? 이젠 딸 걱정이 아니라 내 걱정부터 해야 한다.
나 역시 고열이 나면 출국금지일텐데...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감기약을 입에 털어 넣고 겨울이불을 꺼내 그 속으로 들어가 하루종일 잠만 잤다. 자연스럽게 시차적응훈련을 했음
3)월요일
정수가 너무 아파 등교를 못했다. 정수가 병원을 가서 확진을 받으면 나 역시 출국금지~머리가 복잡하다. 3kg이나 빠져 얼굴이 핼쑥한 정수를 보니 마음이 짠하다. 나 역시 감기가 더욱 심해져 오한까지 찾아왔다. ‘내가 감염되었구나.’
어쨌든 병원을 빨리 가는 것이 우선. 아빠한테 미안해하는 그 표정을 보니 머리가 복잡하다.
병원에 간 정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메르스가 아니라 장염이라고~~
그리고는 학교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정수반 친구들 6명이 장염 때문에 그날 결석했단다. 아마 급식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휴~다행
메르스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
4)화요일
어제는 마음이 설레 뒤척거렸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거뜬하다. 그토록 괴롭혔던 고열과 오한은 말끔히 사라졌다. 허리는 이대근처럼 장작도 팰 정도로~~~아버지 집에 가서 유럽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드렸더니 거액이 담긴 봉투를 건네준다. 여행하면서 보탬이 되라고...아버지는 나를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으로 본 모양이다. 남동생도 꽤 큰돈을 내게 송금했다.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어제는 밤에 아내가 나가더니 염색약을 사왔다. 유럽에서라도 젊어지라고
만약 아내의 헌신과 양보가 없었다면 유럽은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 살면서 갚아야지
갑자기 찾아온 난관을 뚫고 그리고 따뜻한 사랑의 배웅을 받고 이제 집을 나선다. 유희적이고 감각적인 여행이 아니라 내 신앙을 다시 돌아보고 또 진솔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무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빠의 자식사랑 사모님의 남편사랑 부모님의 자식사랑
남동생으로부터 형제사랑..
모두 아름답네요..
대장님은 행복한 사람 입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대장님이 이렇게 기나긴 여정으로 여행가신지 몰랐네요...ㅠ.ㅠ......
황공무지로소이다...흑흑.....
건강하게 잘 다녀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