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는 오락가락 빗줄기는 왔다갔다
이삿날은 내일인데 어찌되든 나는 몰라.
(이 노랫말의 원곡을 짐작하시는 분은 정서지수 100점 ^^)
지난 주일, 아침 미사드리고 바로 덕정으로 와서 청소를 하는데 장대비가 왔다갔다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 내일 어떻게 이사할거냐는 문자도 더러 들어오고요.
그럼 미루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마음이 태평입니다.
월요일.
좀 부슬거리는가 싶더니 비는 더 오지 않습니다. 덕분입니다.
포장이사 할만한 살림이 아니어서, 작은 트럭이 있는 성당 교우 내외가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짐은 아파트 승강기로 내려와야지요.
한 챠레 싣고 내려왔다 올라가 두번째로 짐을 싣고 내려오던 승강기가 5층에서 딱 멈춰버렸답니다.
(집은 6층이고 저는 밖에 있었지요. 어떻게 문은 열었나봐요)
아파트 정비 기사님이 밖에 나가고 안 계시다는군요.
실었던 짐을 다시 끌어내고, 기사님을 기다립니다.
우두커니 앉아있느니 하나라도 옮기자고, 들 수 있는 것을 양손에 들고 1층 현관 밖으로 옯깁니다.
동생 얼굴에 짜증이 피는군요. 왜 안그렇겠어요?
한 달에 두 번 쉬는데, 그러니 그 금쪽 같은 쉬는 날 하루를 내어주는 건데, 어서어서 이삿짐 저쪽으로 옮겨 부려주고 돌아와서 할 일이 또 태산인데....
참 별일도 다 있지요, 저는 조금도, 요만큼도 짜증이 안 나네요, 동생네나 도와주는 요셉씨 내외에게나 미안하다는 마음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미안해도 어쩌겠어요?
원래 제 신경질, 짜증내는게 보통이 아니거든요. 뭐가 잘못됐나 싶어요. ^^
승강기 고치고, 짐 다 싣고, 어머니 모시고 덕정으로 갑니다.
의정부 둘레를 잘 볼 수 있는 지도가 있으시면 보셔요.
선단동에서 의정부 쪽으로 조금 가면 송우리이고, 송우리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산길을 하나 넘으면 바로 양주시입니다.
양주시 덕정동 주공아파트예요.
이쪽에서는 사다리차를 빌려 쓰기로 했습니다.
덕정동 옆 고읍동에 사는 '아침'(카페 식구예요. 예배에도 한 번 왔었어요)의 언니 지현이가 잘 풒리는 화장지 ^^ 사들고 일찌감치 왔습니다.
얼마 안 되는 살림들 올려 놓고, 이것저것 손볼 것 손보아주는 사이, 현관 열쇠를 바꾸자고 합니다.
멀쩡한 현관 열쇠는 왜 바꾸는데?
................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라는 뜻 !)
말려도 들을 사람들이 아니기에 그냥 하게 놔두었습니다.
이게 제 약정미예요. 아니다 싶은 일을 끝까지 안 된다고 못하는 것.
"우리는 서울 갈 때도 문 안 잠그고 가니까, 언제든지 와서 우리 없어도 들어와 알아서 찾아 먹고 자라"고 하시던, 오래 전
용숙 사모님 말씀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이야기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꼭 한 번, 일부러 두 분 안 계실 때 가서 그렇게 멋있는 일을 한번 하고 싶었는데 못했지요. ^^ 그런데, 멀쩡한 열쇠 바꾸는 일은 못마땅해 하지만, 문 안잠그고 나가는 일은 저도 못하는군요.
점심들 먹고, 식구들 서둘러 돌아갔습니다
짐 풀어 정리하는 거야 또 몇날 며칠을 두고 천천히 하면 되는 거고.
5시 전에 와서 가스 연결해준다던 사람이 6시 넘어 7시 다 되어 왔네요.
가스 연결해주는 것 보고 간다고 기다리던 지현이도 일이 있어 더 못 기다리고 돌아갔지요.
선단동에서 엘피지 쓰던 렌지라 도시가스용으로 노즐인가를 또 바꾸어야 한다나,
그래서 이번엔 린나이 기사를 또 기다립니다.
다음날이나 오겠다더니, 마침 동두천 가는 길이라고 밤에 들려 해주겠다는군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인데 저는 좀 마음이 쓰여요.
다른 일 하고 있으면 사람 오는 것 잘 모르거둔요.
휴우 ~~ 이것도 다 긑났습니다.
다음 날, 이사 문제로는 처음으로(동생한테) 짜증이 났습니다.
돈이 관련된 건데, 이것도 제가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까짓거, 되는 대로 살자 !" 목사님께서 제게 주신 엽서 한 구절입니다. ㅎㅎㅎ
"되어가는 대로 살자 !"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마침 몸도 지쳐 피곤하겠다, "까짓거 " 그냥 누워 한숨 자버렸지요. 깨었을 때는 짜증 따위 깨끗이 사라졌더군요.
걱정했던 돈 문제도 잘 풀렸고요.
경비 할아버지 친절하시고, 복지카드 들고 관리사무실에 가서 있지도 않은 티브이 시청료 면제 받는 일까지 다 하고 나니,
"천주께 감사 !!"
오늘 목요일, 마지막으로 책 정리까지 다 하고 나니 이제 편안합니다.
딴에는 마음 움직이는 걸 잘 보아가면서 한다고 했지요.
다른 일로는 어지럽지 않았는데, 돈 문제가 마음 한구석을 어둡게 하는 걸 봅니다.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어요.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그 책이 하는 말에 따르면 돈에 대햔 왜곡된 기억과 관계가 잇나봐요.
당장 굶을 처지도 아닌데 왜 자꾸 걱정을 하는지, 돈에 대한 어린 시절부터의 어둡던 기억을 '정화'시켜주십사고 기도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 이렇게 말하면 되나요?
이 집의 이름이요? '당근' <춤추는 바람의 집>이지요 !
첫댓글 우-와 부자시다. 전 이 나이 먹도록 제 이름으로 된 은행통장 하나 없는데... 집이 춤추는 바람의 집으로 문패까지 식이나... 부럽다.^^ 축하드려요. 춤추는 바라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늘 건강하시고 그 곳에서 받으실 그 분의 사랑이 또 부러워 질려고 하네요. 이제껏 받으신 그 분의 보배로우신 사랑 맘껏 누리시길... 보배란 뜻안엔 보물과 조개의 뜻이 있는데 조개껍데기가 옛날엔 화폐의 단위로 사용되었다네요. 이렇게 그 분의 보물과 화폐가 가득해 풍요로운 삶이 춤추는 바라님댁에 충만하시기를 빌어드립니다. 사랑합니다.
맞아요, 제가 얼마나 부자인데요. 그걸 잊어버리고 '내일의 양식'을 걱정하는군요. 보배님이 진짜 부자예요. 늘 이렇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하며 사시는 부자. 문패야 제 마음속에 달아놓은 거죠, 하하--
마지막 책정리까지 애 많이 쓰셨겠어요,,춤,바람의 집에서 좋은 일 많길 바랍니다.,,
이번에 겪으면서, 좋은 일 나쁜 일이 따로 없다는 말씀을 자주 기억했어요. 그게 도움이 되데요. 내가 겁이 굉장히 많아요. 세상에 대해....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앞으로도 큰 공부거리예요.
한 두 군데 고쳐썼어요. ^^
추는 님, 고친 김에 한번 더 고쳐 쓰시면 어떨까요? *^-^* <춤추는 바람의 집>에서 '의'를 빼고 그냥 <춤추는 바람 집>으로--- '의'는 일본식 표기 아닌가요?
아 그렇군요. 저도 '의'를 빼고 ' ~ 바람 집'해야 맞나? 했는데 말로 하니까 팍팍해서 버릇대로 '의'를 넣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바람네 집'이라고 하면 맞겠네요. 순이네 집, 철수네 집.... '의'를 아주 안 쓸 수는 없을 거예요. 함부로 쓰는 게 문제지. "나의 살던 고향"처럼 -.
나의 살던 고향도 일본식 표기아닐까요?! '나의 살던 고향'은-- 멋을 내려는 노랫말이고 그 원형은 '나 살던 고향'은 이나--- '내가 살던 고향'은--- 일겁니다. 춤추는 바람네 집처럼---
♧ 언니~ 제일 꼭대기의 노래가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아닐까요? 갑자기 제 정서지수를 측정해보고 싶어서요. 요즘 쬐끔 올라간 거 같은데 어떨지...^^;; / 이사이야기 읽으면서 저도 많이 배웁니다. 요만큼도 짜증이 안 나셨다니 제 마음이 다 좋아요. 외부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저도 화랑 짜증이 많이 줄었거든요. <춤추는 바람의 집>한테 `사랑한다~'고 직접 인사 건네는 날 꼭 있겠지요? ^^
저도 다음 주에 이산데,, "까짓거, 되는 대로,할 수 있는만큼 하자 !" 남들에게는 곧잘 얘기하면서 상황이 닥치면 휩싸이게 되더군요..그래서 글 읽으면서 미리 연습도 하고 호흡도 크게 한번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운데 이사하시는군요(제가 받았던 인사 ^^) 맞아요, 상황이 닥치면 휩슬리죠. 저도 처음엔 잘하는 것 같다가 나중엔 또 버릇이 나오더군요. 그냥 이렇게 공부해가는 거죠 뭐. 힘내셔요!
‘이사’는 두 글자인데 얼마나 많은 일이 복병처럼 숨겨져 있는지.저는 서울서 창원으로 이사 할 때, 커다란 쌀자루에 가득 담은 필요한 책을 폐품인줄 알고 수거하시는 아저씨께 몽땅 드리고, 남편에게는 지금까지 비밀로.......히^^:: 이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
저는 저 노랫말 원곡이 할머니가 불러주시던 자장가 같습니다.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그 노래에 한표! ^^ 이사 축하드려요 언니. 새 집에서 춤 많이 추시길 바랍니다. ^0^
수련회 가는 날, 함께 가던 대숙언니, 언니가 이사하는 날이라며 "비가 와서 어쩔라나..." 걱정하며 문자를 보내네요. 제천으로 가는 길인데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 되었지요. 포장이사가 아니라니 허리와 등짝이 얼마나 아플까, 대숙언니와 염려했는데... 유유자적하게, 여유만만하게 이사하셨다니 정말 다행이어요. 그래도 고생많으셨어요. 얼릉 '춤추는 바람의 집'에 나들이가고 싶어요. 여름 지나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9월에 가야징!!!
제가 가지 않아도 이사 잘 하셨네요?^^.....ㅎ ㅎ 바쁘신 중에도 "까짓거 되는 대로 살자!" 는 말씀까지 들려 주시니, 이 아우는 오늘 언니의 이사보고에 안심과 힘을 얻어갑니다....고맙습니다!
애쓰셨네요. 새집과 사랑 많이 나누며 사세요. 까짓거 되는 대로 살자...좋은데요^^
언니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 어려운 이사를 느긋하게 잘 해내신 걸 보며 고맙고 감사했어요. 물비누 한통 사들고 찾아뵐 날이 오겠지요. 더위에 건강히 잘 지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스누피의 정서지수 100점, 순진이도 백점, 뭐가 그러냐고? 몰라유 ~ 명록당 고마워요, 느긋하게 한 게 아니라 하는 척 한거죠. 꽃밭과 그냥물과 mentor의 응원 덕분이었고, 신기 님의 그 비밀, 이젠 탄로났네요? ^^ 이사라는 두 글자에 얼마나 많은 복병이 숨어있는지 모른다는 얘기 - 정말 정말 그렇구말구요. 제가 내린 결론이 뭔지 아세요? 이산란 두번 다시 할짓이 못된다!
춤추는 바람님, 이사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아마 열 여덟번이나 이사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사'라는 말만 들어도 무서워지려고 합니다.ㅎㅎㅎ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생활 잘 펼쳐 가시기 바래요. 거기서도 주님 향기 날리는 사랑꽃 만발하시기 바래요.
축하합니다^^ 어려운 일을 잘 치르시고 지금도 계속 정리하시나요? 덕분에 모르고 있었던 비밀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책들이 많았었는데.... 그래도 감사^^ 지금이 중요하지요..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새집에서 더욱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