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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텃밭잡초 활용하기
논이나 밭에 심어서 가꾸는 곡식이나 채소 따위의 재배 식물을 작물이라 하고 작물로 선택되어지지 않은 풀들을 잡초라고 한다.
그러니 씀바귀를 채소로 먹기 위하여 재배하면 씀바귀가 작물이 되는 것이고, 밭에 난 씀바귀를 농사가치가 없다하는 경우에는 잡초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밭주인이 재배하는 작물 이외의 풀들은 모두가 농사에 방해가 되는 잡초일까?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작물들이 먹어야할 토양의 영양분을 가로채고 작물들이 풍족하게 받아들여야하는 햇빛을 가로막는 여러 풀들은 해로운 잡초들이다.
그러나 밭주인이 재배하지는 않는데도 저절로 밭에 난 풀들이지만 농사에 유익하게 활용되는 경우는 농사에 유익한 잡초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하니 밭주인의 선택에 따라서 잡초라고 불리는 풀들이 어떤 경우에는 유익한 잡초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해로운 잡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밭에는 언제나 잡다한 종류의 풀들이 1,200여 평의 밭을 뒤덮고 있다.
고추, 감자, 고구마, 들깨, 참깨, 땅콩, 매실 등의 작물들이 살고 있는 밭에는 항상 잡초들이 들러붙어 작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엉터리농사꾼의 밭에서는 작물들이 아주 어려서 특별히 보살필 경우에는 작물주변의 잡초들이 뽑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작물보다 크지 못하도록 적절히 제어를 당하며 살고 있다.
작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잡초들이 대게 마음껏 살고 있기에 넓은 공간이 완전한 풀밭으로 보이는 때도 많다.
그 풀밭에 작물을 키워야 하는 필요가 있을 때에는 밭주인은 예초기를 운동 삼아 가동하며 잡초들을 베어내면서 밭을 다듬는다.
베어진 잡초는 밭에 그냥 뿌려놓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고랑을 좀 깊게 파내어 만든 스웨일(swale)에 처박아 넣어 필요에 따라 멀칭이나 거름으로 활용되어진다.
10수년 넘게 풀밭에서 농사놀이를 즐겨왔다.
그러나 경운기로 밭을 갈은 적이 한 번도 없고,
제초제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도 않으며,
복합비료 등 화학비료를 사용한 적도 없고,
농협에서 지원해주는 유기질부산물비료도 부숙된 정도를 가늠하면서 가려쓰고,
비닐멀칭은 아예 해본 적도 없다.
농기계라고는 예초기 이외에는 사용하질 않는다.
그러니 농사성적은 도무지 형편이 없다.
관행농과는 거리가 멀고, 일반적인 친환경유기농이라고도 말할 수도 없고, 이른바 자연농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농사방법을 유지하고 있으니 생산성, 경제성, 효율성과는 친할 수 없고 농사로 돈을 얻을 수 있는 재주가 없다.
그렇지만 주관적 관점에서 농사의 즐거움과 가치를 느끼는 행복감은 남 보기에 미친 짓이라는 비웃음과 한심한 평가를 충분히 날려버린다.
큰 밭에서 여러 가지 작물들을 키우지만 우리 집 먹을거리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사가 어쩌다 잘 되어 두 아들네나 좀 나눠주는 때도 있지만, 그 외에 남에게 줄 정도의 소출을 얻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남에게 줄 정도나 팔 수 있는 정도로 소출을 많이 얻으려면 내 몸이 고달파야하고 얻는 이익이 별 볼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무리하지 않게 놀면서 농사를 즐기는 것이다.
(2020.6.4.)
2. 잡초와 텃밭농사
산과 들을 다니면 수많은 잡초들을 보게 된다.
잡초들이 나무들과 함께 어울려 온통 푸르게 만들면 싱싱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 보인다.
텃밭이 작물과 잡초로 온통 푸르게 덮여있고 그 속에서 먹거리를 소박하게나마 따낼 수 있다면 그 텃밭농사는 육체와 정신을 맑고 튼튼하게 하기에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취미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작물로 선택되지 못하고 밭에 자라는 풀을 잡초라 한다.
밭에는 작물보다 잡초로 일컬어지는 풀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자라고 있다.
농사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잡초를 농사에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하여 꽤나 싫어하며 참지를 못하고 대부분 깡그리 뽑아내며 농사를 한다.
그리고 밭이 커서 잡초들을 뽑아내기가 어려울 때에는 손쉽게 잡초들을 없애기 위하여 제초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텃밭을 하는데도 잡초들이 과연 해로운 것이고 꼭 뽑아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잡초들은 주변의 작물을 휘감거나 햇빛을 가려 죽이거나 작물들이 섭취해야할 영양분을 빼앗기 때문에 농사에 해롭다
그러나 잡초에 따라서는 작물이 자라는 밭의 흙을 적절하게 덮고 계절이 바뀌면서 잔해를 부식시킴으로써 흙속 미생물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흙의 통기성을 좋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작물에게 이로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
또 잡초들이 흙의 표면을 밀집하여 덮어 가뭄에도 흙의 메마름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며, 흙 표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흙의 수분유지와 통기성을 좋게 하여 작물에 이로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작물의 뿌리깊이와 잡초의 뿌리깊이가 서로 달라 작물과 잡초가 같이 이웃하여 있어도 영양분섭취 면에서 서로 방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잡초란 농사하는 이의 선택과 활용방법에 따라서 얼마든지 농사에 좋은 역할을 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잡초가 없는 밭은 오염되어 황폐된 흙으로 덮여있는 밭인 경우가 많고, 오염된 흙이 아니더라도 그 흙은 대부분 단단하게 굳어서 유기질퇴비, 화학비료 등을 뿌리고 기계로 경운으로 흙을 부드럽게 하여야 겨우 작물을 재배할 수가 있다.
그리고 비닐멀칭을 하여 흙과 비료의 손실을 막으면서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하여야 만족할 만한 작물의 성장을 기할 수 있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작물들은 거의 대부분 병충해에 약하기에 수시로 농약을 뿌려주어야만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된다.
제초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도, 비닐멀칭을 하지 않고도, 기계경운을 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프로들이 영위하는 이른바 관행농법과는 다르게 잡초가 우거진 텃밭에서도 집의 먹거리를 그런대로 얻을 수가 있다.
즉, 잡초들을 텃밭에 자라게 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재배방법을 습득하면서 실패를 거울삼아 농사를 하다보면 누구나 가치 있는 소출결과에 만족할 수 있으며, 그에 더하여 땀 흘려 농사하는 산뜻한 즐거움을 얻을 수가 있다.
텃밭농사를 하면서 관행농법으로 농사하는 프로들과 같이 다수확에 욕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
텃밭을 가꾸며 집의 먹거리를 적절하게 얻으면 족할 것이고, 텃밭농사가 잘 되지 않은 경우에는 프로들이 생산해낸 농작물을 시장에서 맘 편하게 기꺼이 구입하여 먹으면 될 일이니 텃밭농사를 하면서 결과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텃밭수준의 농사를 하면서 잡초와 전쟁을 벌일 일이 아니다.
텃밭수준의 농사를 하면서 경운기로 밭을 경운할 일이 아니다.
텃밭수준의 농사를 하면서 제초제와 농약을 쓸 일이 아니다.
텃밭수준의 농사를 하면서 화학비료를 쓸 일이 아니다.
텃밭수준의 농사를 하면서 비닐멀칭을 할 일이 아니다.
작물을 잡초와 공존시켜 농사를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것이 쉬울 것 같으면 누구나 제초의 어려움 없이 밭을 잡초로 뒤덮인 상태로 만들어가며 농사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대부분의 프로들이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고 비닐멀칭을 하면서, 흔한 이야기로 잡초와의 전쟁을 하면서 농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들과는 달리 텃밭에서 몸을 움직일 일이 많아 땀을 좀 더 흘리더라도 모양과 상품성이 부족하고 소출도 적겠지만 친자연적인 방법으로 잡초와 함께하는 텃밭농사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기계경운,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은 아주 편한 방법이지만 아마가 프로같이 그 방법을 택하면서 소출에 욕심을 내다보면 일이 오히려 많아지고, 몸이 고달파지기 쉽고, 소출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텃밭농사가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기하고 치유와 즐거움을 주는 취미가 아닌 고달픈 애물단지로 변하기 쉬울 것이다.
(2020.6.8.)
3. 텃밭의 녹비작물
산 아래 경사진 텃밭이 넓다보니 밭의 여가저기 위치와 생김새와 흙의 성질이 같지 않다.
토질이 좋으면서 채소류의 재배가 쉬운 곳, 가뭄을 전혀 타지 않으면서도 물 빠짐이 좋은 곳, 돌이 많아 삽질이 곤란한 곳, 큼직한 돌로 언덕을 이룬 곳, 밭고르기 과정에서 좋은 흙을 걷어내어 맨땅으로 된 곳, 개울가의 습한 곳, 옆 산의 나무가 커서 해가 늦게 드는 곳 등 여러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한 때는 잡초도 잘 자라지 못하는 황폐한 토질을 가진 부분도 있어서 녹비작물인 자운영, 앨팰퍼, 호밀 등의 씨앗을 사서 뿌린 적도 있지만 제대로 발아되어 만족스럽게 자란 적이 없다.
밭을 십 수 년간 지켜보니 밭의 잡초는 내 힘으로 내 맘대로 통제되지 않는 듯하다.
내가 원하는 잡초들이 밭을 점령하면 좋겠는데 이따금씩 도깨비풀, 환삼덩굴, 바랭이같이 억세거나 작물재배에 지장이 큰 놈들이 극성을 부리는 때가 많다.
밭의 큰 공간을 지배하는 잡초는 그 번식력이 대단해서 제초제를 쓰지 않는 나로서는 토벌하기 매우 어려운데, 희한하게도 그 잡초들은 말없이 종적을 감추고 다른 잡초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모양도 많이 보아왔다.
도깨비풀이 난리를 부리다가 달맞이꽃이 장관을 이루고, 그 다음에는 환삼덩굴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텃밭주인이 한 길 크기의 선낫을 휘두르게 하였고, 그 다음해에는 환삼덜굴 대신 개망초가 흰 물결치며 보름달이 뜬 밤을 설레게 하였고, 개망초 다음에는 억센 명아주들이 바람 부는 대로 잎을 날리며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15년을 넘게 텃밭에서 왕좌를 내놓지 않는 녀석은 역시 쑥이다.
전면적으로 밭의 한 부분을 덮을 때는 턱까지 올라와서는 텃밭주인이 예초기를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도 쑥은 한 번 토벌을 하고 뿌리를 쇠스랑으로 찍어내며 밭을 만들면 밭 흙이 보슬보슬하게 자동으로 경운을 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우리가 머거리로 즐기는 식품으로 맛도 있고 향이 좋다.
지금도 쑥은 밭의 여러 곳에 자리하며 줄기차게 쑥 향을 풍기며 잘 지내고 있다.
작년에는 단골손님인 개망초가 흰 꽃물결을 이루었기에 올해에는 어느 놈이 자리를 빼앗나했는데, 올해도 개망초가 잡초의 우두머리로서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에는 예전과 다르게 개망초 아래에서 다음번의 텃밭지배자로 등극할 야심을 가진 토끼풀, 밭미나리, 쇠뜨기들이 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는 중이다.
아마 내년에는 토끼풀이 더욱 세력을 넓혀 길 것이다.
왜냐하면 밭미나리는 영역을 넓혀 가보았자 도랑이나 큰 돌 아래 습한 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쇠뜨기가 요상한 모양을 뽐내봤자 입줄기가 연약하기 때문이다.
토끼풀은 녹비작물에 속하니 명아주, 도깨비풀, 환삼덩굴 등의 귀찮은 놈들하고는 좀 다르겠지 하며 은근히 보호를 해주는 축에 들기에 내년에는 크로바향이 벌들을 왕창 몰고 올 것 같은 예감이다.
녹비작물이란 녹비로 쓰기 위하여 가꾸는 작물로 녹색 작물의 줄기와 잎을 그대로 논이나 밭의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가꾸는 작물이니, 엄격하게 말하면 텃밭에 재배되지 않고 저절로 자라는 잡초들은 녹비작물로 과분하게 대접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 녹비작물로 이용할 수 있는 토끼풀이 저절로 그 세력을 넓혀가니 마다하지 않고 어루만져볼 참이다.
토끼풀은 바닥을 기면서 땅을 덮어가니 키 크고 억센 잡초들을 몰아내어 텃밭주인의 예초기 가동을 좀 줄여주지 않을까하고 기대도 하면서 말이다.
(2020.6.12.)
4. 텃밭의 귀한 잡초
텃밭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잡초들이 살고 있다.
한 가지 잡초가 큰 부분을 점령하여 한창 세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주류를 이루지는 못하고 다른 잡초에게 밀려나며 종적을 감추기도 하며, 느닷없이 나타난 잡초가 3년 정도 어슬렁거리다가 텃밭의 왕초로서 행세를 하기 도 한다.
물론 그러한 잡초도 왕초행세를 오래해 봐야 2~3년간이다.
다른 센 놈들의 공략을 버티질 못하고 슬그머니 도망간다.
밭의 흙에는 수도 없이 많은 잡초들의 씨앗이 호시탐탐 싹을 틔울 기회를 엿보며 지내고 있는 듯하다.
잡초들의 종족보존능력은 아주 탁월하다.
명아주나 까마중을 잡초라고 나오는 족족 자르거나 뽑아내도 어느 틈엔가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밭에 떨어뜨려 후대를 이어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명아주는 크게 자랄 때는 2M를 넘기며 까마중은 가슴팍까지 오르며 자라는데, 텃밭주인이 학대하며 못살게 굴어 살기가 힘들어질 때에는 한 뼘 정도의 작은 크기로 잽싸게 자라 텃밭주인의 예초기 날이 목을 치기 전에 씨를 맺고 익혀 후손의 이어짐을 완수하는 기막힌 재주를 부린다.
여러 잡초들 중에서 텃밭주인이 좋아하는 잡초가 몇 가지 있다.
달맞이꽃, 쇠비름, 까마중, 꿀풀류 등이다.
환삼덩굴, 도깨비풀, 바랭이 같이 억세고 골치 아픈 놈들에 비하면 농사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 것들로서 아주 순하고 예쁜 놈들이고, 어찌 보면 텃밭주인 나름대로의 생각에 약초나 화초처럼 이용가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한 때 텃밭을 달맞이꽃이 점령하여 온통 노란 꽃으로 뒤덮은 때가 있었다.
텃밭을 가꾸고 매실을 보살피느라 억세고 큰 달맞이꽃을 예초기로 토벌하느라 땀 꽤나 흘렸었다.
그 흔했던 달맞이꽃이 몇 년 동안 보이질 않다가 요즘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노랗고 예쁜 꽃들을 보이고 있다.
쇠비름은 작년부터 밭이랑에서 많이 눈에 띠며 세력을 넓히지만 부채만큼 큰 놈을 뽑아내기가 쉬워 밭을 손 볼 때마다 쉽게 없애서인지 크게 번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도 여전히 손가락 길이의 짧은 크기나마 수도 없이 많게 그러나 조용히 살살 밭이랑을 덮으며 약진할 찬스를 노리고 있다.
전혀 보이지 않던 까마중이 작년이후 농막주변에 아주 많아졌다.
어릴 적에 까맣게 익은 열매를 많이 따먹고는 달기도 하지만 쓰기도 한 맛을 이상하게 느끼며 배를 문지르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본지라 향수에 젖어 한동안 까마중을 보살핀 업보로 꽤나 늘어나 농막주위에서 텃밭주인의 비위를 맞추며 도약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농막 주변에 3~4년 전부터 악착같이 번식을 하는 배초향이란 놈이 있다.
자주 뽑아내며 천대하던 배초향을 올해부터는 그대로 놔두면서 잎을 따서 비비며 향을 즐기고 있다.
지금은 헛간 옆 언덕에 자리를 잡고 맘대로 군단규모의 세력을 넓힐 준비를 갖추고 있는 중이다.
올해 피는 배초향을 그대로 나두면 내년부터 농막은 언제나 배초향에 취해서 편히 누워있을 것이다.
달맞이꽃, 쇠비름, 까마중, 꿀풀류 등 4가지 잡초들은 요즘 들어 어떻게 보면 보살피기까지 할 정도로 대접을 달리하고 있는 중이다.
딱히 무슨 목적을 가지고 보호를 한다기보다는 텃밭의 여러 가지 잡초들 중에서 엉터리농사꾼이 보기에 순한 잡초이기도 하고, 막연하게나마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차피 잡초가 자랄 텃밭의 구역에 발붙이고 지내는 것이니 그대로 놔두면서 같이 살자는 것이다.
(2020.9.18.)
5. 방동사니
암만 봐도 예쁜 구석이 없다.
식물학자들이 현미경까지 동원하며 분류를 한다는 놈이다.
요놈은 내 부추밭을 어슬렁거리다가 잠깐 한눈을 팔면 부추무리 속으로 파고든다.
어느 때에는 아내를 깜짝 속이고 부추전 속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잡초도 지혜를 가졌다?
잡초가 영혼이 있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살아가는 지혜 내지 요령은 가졌다고 본다.
생존을 위하여 다른 풀이나 나무들을 올라타고 햇볕을 독점하기도 하며,
농부가 키우는 작물들 중에서 놈들과 비슷한 무리 속으로 끼어들며 생존을 기대하기도 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크기를 줄여가면서 다이어트를 할 줄도 알고,
후손들을 세상에서 계속 살리기 위해 씨앗을 바람에게 실어달라고 부탁할 줄도 안다.
또 잡초들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기도 한다.
바랭이란 놈은 몸집을 키우기 전에 바닥을 슬슬 기며 존재감 없이 비굴하게 살다가,
때가되면 순식간에 작물들 위로 재빠르게 솟구치며 꽃대를 올리면서 꽃을 피우고 수많은 씨앗을 흙에 떨구는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잡초들 씨앗은 흙 속에서 몇 년을 숨어살면서 농부가 밭을 가는 때를 기다렸다가 싹을 틔울 줄도 안다.
그리고 밭에서 세력이 센 다른 녀석들이 약해지면 똘똘 뭉쳐 자기들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텃밭에서 군림하는 잡초들은 차례를 지키며 자기들 세상을 만들어 간다.
쑥, 개망초, 달맞이꽃, 명아주, 환삼덩굴, 닭의장풀, 도깨비풀 등이 작물들이 비어있는 텃밭을 독점하지 않고 사이좋게 교대로 지배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잡초도 지혜가 있다고 하겠지!
(2023,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