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산행 길에 같은 인간으로서 신선하고 감동적인 충격을 받은 갸륵한 마음이 있어 친구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산행을 마치고 탑골이라는 마을에 내려올 즈음에 칼칼했던 목도 좀 축일 겸 잠시 쉬어 가고자 마을 어귀에 여장을 풀었다.
비가 오려는지 끄무레한 하늘을 올려 보다가 문득 마을 앞산 입구에 이상한 무덤이 눈에 화~악 띄었다.
나의 눈을 의심했다. 무덤 위를 대나무로 여러 개 엮어서 기둥을 세우고 걸쳐 놓았다. 첨엔 무덤 고분 탐사를 위해서 연구하는 무덤인가 생각했으나 그렇게 세밀하지는 않고 그냥 엉성하게 엮어 놓았는거 봐서는 개인이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궁금하여 가까이에 가보니 무덤이 아주 정성스럽게 잘 가꾸어져 있고, 봉위의 잔디도 손질이 아주 잘 되어 무척이나 깨끗하였다.
깊은 산속을 다니다 보면 가끔씩은 산소 옆에 ‘시묘 살이’ 했던것 처럼 지어진 움막을 볼 수 있다. 알고 보면 산소 벌초때 가족끼리 서로 간식도 먹고 휴식도 취하면서, 벌초가 끝나면 벌초용 기구들을 보관키 위하여 지어 놓은 것들이었다.
이 무덤은 무덤 봉위에 집을 짓들이 나무들을 엮어 놓았던 것이다. 차~암 얄궂었다.
때마침 지팡이를 짚으면서 80세 정도의 노파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배낭 속을 뒤져 먹다 남은 간식 사탕을 한 움큼 쥐어 주면서 물었다.
“할메요? 저 무덤에는 와 저렇게 대나무로 봉위를 엮어 놓았니껴?”
할메가 손으로 입을 썩 문지르면서 “모두 살아 있을 때 잘혀? 죽은 뒤에 아무리 잘하면 뭐하누?”
천천히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는 시작되고 비가 올려나........주위의 갈참나무에 한두 방울씩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노파의 눈은 연신 힐끔거렸으며 주름진 손은 힘줄이 살갗에 툭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끄무레한 날씨에 스잔한 바람까지 을씨년스럽게 불어와 무덤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나는 이상야릇한 생각에 갑자기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2여 년 전 겨울의 어느 날 아침에 장례가 치러지고, 마을 입구에 이름 모를 무덤이 덩그렇게 생겨나고 또 그 무덤위에 가족들이 대나무로 봉을 엮어 놓았다.
그 다음날 이 무덤을 본 마을 주민들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아 무덤 쓴 사람에게 항의하였고, 심지어는 진정을 넣어서라도 무덤을 옮기게 해야겠다는 강경파로 온 마을이 들끓었다.
그런데 묘를 쓴 다음날 눈이 엄청 많이 와서 차마의 통행이 불가능했고, 오지마을이라 온 마을전체가 눈에 덮여 꼼짝도 못하였는데...........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그 이상한 무덤 앞에 하얀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어린 아들과 함께 절을 하고 있지 않은가? 더 신기한 것은 그 무덤의 대나무위에 이불을 덮어 놓고 울고 있었다.
그녀는 추우면 이불을 무덤위에 덮어 주었으며, 여름에 비가 오면 비닐을 덮어 주었고, 더우면 더울까봐 비닐을 벗기고 시원한 물을 뿌려 주었다고..... 할메는 같은 여자로서 괜히 셈이 났던지 ‘에~헴’ 헛기침을 하면서 떠듬떠듬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야기 즉슨........고생하면서 열심히 살던 젊은 부부가 이제 좀 살만하니 신랑(당시49세정도)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항상 가까이에 모시고 싶은 마음에 도로변의 다른 마을 어귀의 남의 텃밭을 비싼 값으로 매입하여 동네 사람들 몰래 묘를 썻던 것이다.
처음에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매일 와서 산소를 보살피며, 잔디를 손질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하더니,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오는데, 아직도 추운 겨울에는 이불을 덮어주고, 여름에는 비닐로 비를 막아 준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이 첨에는 이장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그 여인의 정성이 너무나도 눈물겹고 안타까워 이제는 오히려 동네에서 벌초도 같이 해주고, 마음속으로 그 여인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낸다는데.........마을에선 열녀문이라도 세워 주어야 된다는 후문도 있었고.......
그 노파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새삼 그 무덤이 오히려 부럽고 존경스러워 보였다.
죽어서도 저렇게 대접받는 사람은 ‘짧은 인생이지만 인생을 잘 살았다’고 생각했다.
화투판에서는 ‘신랑죽고 첨 맛보았다’. ‘마누라죽고 첨 먹었다’ ‘영감죽고 첨이다’ 이런 말들은 그래도 우시게 소리로 들을 수 있지만, 정말로 뭐가 그리 바쁜지 신랑 죽어 무덤에 흙도 마르기전에 시집가는 여자들이 있는데....... 그것은 여자 잘못이 아니라 죽은 남자가 더 나빳던 넘 같다.
그 만큼 정엄씨 사느라고 얼마나 서로 고생했것노...........사는 게 아니라 삐쳤겠지......
오늘 이 이야기가 넘의 일 같지 않아 친구들에게 소개해 올렸다.
어떤 사람들은 살아있을 때 잘하지 죽은 후에 잘하면 뭐하노? 라고 반문할지 몰라도 그것은 정신없이 마구 지껄이는 사람으로 잘못하면 욕먹는다.
‘부모나 부부나 살아있을 때 잘하던 사람들은 죽은 후에도 역시 잘한다.’ 부모 돌아가시면 울어도 효자가 더 마이 울고, 산소 벌초도 제사도 더 정성 들려 지낸다.
부모가 돌아가셔서 억울하고 원통하여 울면서 산속에 며칠 묵었다는 소리는 가끔 들어보았지만, 신랑이 죽은 후에 산소 옆에서 몇 년이고 추운 겨울날 이불 덮어 주었다는 소리는 요즘 들어 첨들어 보았다.
이런 애뜻한 사랑이야기를 접하고, 카페글로 옮기지 않으면 소백산 매화답지 않은 행동이 될것 같아 이야기를 엮어 보려고 서부일보 박기자처럼 꼬치꼬치 물어 바쁜 할메에게 미움도 쪼매 받았다.
젊은 나이에 저렇듯 헤어져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가 살아 있을때 사랑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이 든다.........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서 열심히 사는 친구들처럼.....
즐겁게 사랑하면서 부부가 오래 살자면 역시 자나 깨나 운동하는 습관만이 건강하게 사는 길이라고 또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친구들아~~이 글을 읽고 무언가 가슴속에 화~악 와 닿는 그 무언가 없나~~이런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듣고 아무런 감각 없이 댓글도 안달고 무덤덤하게 눈팅만 하고 나가는 친구는 담에 만나면 내가 직접 벌주로 오열주 한 사발씩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주마..........
그 할메에게 ‘탑골마을의 전설’을 다 듣고 옛날이야기도 아니고 현대판 전설의 고향이니까 괜시리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 여인을 만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열녀문......의 그 여자는 어떻게 생겼으면 그렇게 마음이 착하고 고울까? 친구들은 안 궁금하냐?
첫댓글 올 일 없어 ! 자네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야 !
푸하하하하........울 마누라가 그만큼 열녀가 될까??
믿으소 !!! 부부 간의 제일 덕목이 신뢰 아닌 감 ?
주옥씨는 좋겠네..신랑이 정신차ㅐ려. 넘 답답하면연락하소..
다믄 회원 정보란에라도 이름 석자는 남겨 놓으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