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황금들판 - 토양침식과 사막화 막아야
전희식(녹색당 농업위원장)
이슬이 깨이는 오전 10시경이었다. 나는 사흘째 야생 쑥을 채취하는 중이었다. 음력 5월 5일인 단오를 즈음하여 가장 약성이 좋은 시기에 쑥차를 만들고 쑥 효소를 담기 위한 작업은 매년 되풀이된다.
그러나 농촌마을의 고요한 평화도 잠시, 요란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농약냄새가 우리 집과 밭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스피드 스프레어(SS) 고압 방제기가 근처 자두과수원에 농약을 살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승용방제기는 초고속으로 고압의 농약을 살포하는 기계다. 알피엠(rpm 분당 회전수)이 1800에서 2000까지 되다 보니 과수원 뿐 아니라 주변 농장과 농가까지 막무가내로 농약을 무상(?)으로 선물한다. 차단막도 없이 마구 살포하다보니 대책이 없다.
외지에서 이 살포기를 끌고 온 기업형 농부는 노령화된 농촌의 농지들을 사냥하다시피 저렴하게 얻어서는 10년이나 20년 계약을 맺고 과수농사를 한다. 살충제와 살균제는 물론 제초제까지 뿌리니 주변의 잡초는 그야말로 초토화된다.
(6 월 초 들녁)
요즘 시골 풍경을 유심히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기막힌 현실이 있다. 누런 황금들판이 그것이다. 가을도 아닌 초여름에 들판이 누렇게 변해있다. 벼를 심는 논두렁은 물론이고 고추나 감자밭 역시 독성 강한 제초제 덕분에 신록의 싱그러움은 옛말이고 뿌리째 말라죽는 잡초들의 비명이 요란하다.
최근에는 우리지역 농협에서 고압 방제기도 성에 차지 않는지 항공방제를 시도하고 있다. 일손이 없다는 구실로 시도하는 대책이라지만 끔찍한 자해 행위다.
중국의 런민(인민)대학 원톄쥔 교수는 북한의 기아와 황폐화된 농업에 대한 새로운 진단을 내린 적이 있다. 북한의 몰락은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농업의 공장화라는 것이다. 70년대에 진행된 과도한 과학농업 즉, 농업의 산업화가 오늘의 북한이 굶주리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일찍이 북한은 전 지역을 거대규모의 농장으로 재편성했고 대형기계와 화학약품들이 농장의 일손을 대신함으로 해서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자마자 석유공급이 막히는 순간 농장이 폐허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국가의 몰락이었다. 석유로 농기계와 농약과 비닐을 만들다가 석유가 끊기자 농장 역시 멈춰버린 것이다. 오이시디(oecd) 국가 중 농약살포와 과다 투입농업이 으뜸인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건 아닌지 두려울 뿐이다.
대형 농기계와 농약의 출현은 전쟁 무기를 만들던 회사들이 전쟁이 끝나자 새로 눈독을 들인 곳이 농촌이었는데 무기 공장이 농기계 회사로 전환했고 화학무기 재료인 질소를 비료로 바꿔 생산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독가스를 만들던 무기 공장은 제초제, 살충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엠오(GMO)와 농약 생산으로 물의를 빚는 ‘듀퐁’이나 ‘몬산토’ 역시 마찬가지다. 이때부터 대 공장주와 결탁한 정부는 농업을 산업화하기 시작했다. 농민은 도시로 빼내서 산업예비군으로 만들었다.
농기계와 함께 진행되는 규모의 농사는 품앗이와 공동 농작업을 없앴다. 농촌에 이웃이 사라진 것이 이 때문이다. 농민은 농산물을 팔아 농기계 값과 농약 값 내면 남는 게 없다. 요즘 파산하는 농민들은 거의가 다 공장형 농사를 지은 탓이다. 장기저리 농자금은 가져다 쓸 때는 공짜 같지만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즈음에 농민들을 농협의 노예로 전락시켰다.
기계농과 화학농은 필연적으로 토양침식을 초래한다. 풀 한포기 용납하지 않는 농지는 흙이 유실되고 사막화가 가속화된다. 땅심이 없어진 농토에는 다시 과도한 화학약품이 투하된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가족농의 해이다. 가족농은 소농을 말한다. 농사에서 기계만이 아니라 사람의 몸 노동이 일정 비중을 유지하게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농사의 사회적 가치는 소농에서 나온다. 가족농 즉, 소농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농에 대한 개념부터 정립 할 필요가 있다. 농업 임노동을 고용하지 않고 가족단위의 농사만을 가족농(소농)으로 봐서는 안 된다. 가족 농은 전통적인 의미의 몸 노동, 축력이용, 자연재배의 정신을 담아야 한다. 대형 농기계로 수 만평의 농사를 짓는 가족단위 농사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농이라 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마트는 유기농 전문코너를 넘어서서 가족농 전문 코너를 만들고 있다. 소규모의 몸 노동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농업정책에서 보조와 지원이 소규모의 자연재배 농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거대 농기계와 화학농약은 토양을 망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밥상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어민신문 칼럼 6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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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사람들, 조영상대표님의 <친환경농업- 초저비용으로 가는 길>강의에 이어 6월 18일 노회찬 전 의원의 '진실과 정의 - 농민의 정치의식' 강의에 이어 <농민생활인문학>에서는
7월 5일 친환경 농업 현장 탐방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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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생활인문학 [닦음과 행함] 9번째 자료집)
무주의
- 이주형 선생의 <반디가 노니는 세상>
- 김광화 선생의 자연농업
농장에 갑니다.
<탐방 일정>
2014년 7월 5일
- 13:00 장수군청 출발
13:00 장수군청 출발
13:30 장계 신협주차장
15:00 무주 무풍면 이주형님네 농장(반디가 노니는 세상)
무풍면 원촌길 10-4번지
[강의 주제] : 과수재배와 작물 행복론
- 과수 농장 둘러보기
17:00 무주 안성면 김광화님네 농장
무주군 안성면 산촌길 31-16
[강의 주제] :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살려야하는, 농작물 꽃 이야기
직파 벼 논 둘러보기
18:30 장계 신협주차장
19:00 장수군청
아래는 이주형님 친환경 과수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