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마다 형형색색의 화사함으로 빛나던 4월의 봄이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떠나면, 꽃잎 떨어진 나뭇가지엔 이내 새잎 돋아나며 또 다른 5월의 봄이 시작됩니다. 온세상 녹음지는 속도보다 여름은 빨리 다가와 햇볕의 강렬함 뽐내기 바쁘고, 푸른 기운은 곧 빈틈 없이 산속을 채우더니 아늑한 그늘을 선물하곤 합니다. 가을 단풍 시즌보다 더 의미깊은 푸름이 펼쳐진 주왕산의 고장 청송으로 떠나볼까요?
찾아가는 길 험준하니 아무나 쉽게 다가가지 않아 '청정1번지' 란 수식어가 붙은 경상북도 청송군, 이른 아침 서울에서 여행자들 태운 관광버스는 쉬지 않고 꼬박 5시간을 달려 청송에 닿습니다. 급경사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차멀미의 위기를 몇번 넘기고 도착한 첫번째 목적지 '주왕산관광단지'
주왕산이 뽐내는 가을 단풍만 알고 있던 여행자에게 정말 다양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청송을 만납니다. 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으로 끌려간 수 많은 도예가 중 당연 으뜸이던 심수관의 본향, 이들이 만든 사쓰마도기는 일본 도자기 문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으로 통합니다.
주왕산관광단지에서는 청송백자전시관 , 꽃돌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전통체험 여행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전통한옥 숙박시설에서 청정자연과 어울린 멋스런 하룻밤을 장식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지금도 더 나은 모습과 풍성함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합니다.
아침 7시부터 관광버스와 난생 처음 떠나는 청송에 대한 설렘은 배고픔도 잊게합니다. 하지만 주왕산 입구에서 만난 봄내음 가득한 산채비빔밥은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입니다. 특히 갖가지 봄나물들이 뽐내는 건강함은 제철에만 만날 수 있는 귀한 별미로 통합니다.
막걸리 한사발이 유독 특별한 청송 사과막걸리와 어수리나물전의 조합은 처음 만난 별미에 여행자들의 젓가락질과 건배 소리를 연이어 부르는 매력을 가졌습니다. 위장병과 피부질환에 효능 있는 어수리나물은 임금님 수랏상에도 올랐던 봄나물 중 백미입니다.
산채비빔밥과 사과막걸리 , 어수리나물전으로 주왕산 자락 청송의 기운을 듬뿍 전해받고, 우뚝 솟은 봉우리의 우람함이 한눈에 보이는 대전사 입구에서 주왕산 등산이 시작됩니다. 이국적인 느낌의 학소대와 용추폭포까지 두 발로 다가가는 등산코스로 다녀왔습니다.
보통 산행과 함께 여행에 임할땐 숲의 아늑함에 매료되어 그곳을 기억하는데,
주왕산은 높게 솟은 바위 기둥과 남성적인 힘이 역동하는 절벽의 풍채에 감탄했습니다. 흡사 해외여행 CF에서 보던 중국의 어떤 산 같은 느낌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았습니다. 가을이 매우 아름답게 소문난 주왕산의 매력을 좀더 다채롭게 확인하는 순간,
무엇보다 압권인 풍경은 경사 90도의 절벽으로 구성된 학소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자연 100경에 선정될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는 포인트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에 서있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 짝을 포수의 총탄에 잃어버린 청학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싶습니다.
구룡소를 돌아나온 계곡물이 새하얀 포말을 내뿜는 주왕산 세 폭포 중 첫번째 용추폭포, 이 물줄기는 용연폭포에서 시작되어 순리의 떨어짐 통해 이곳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학소대 절경을 감상하고 용추폭포에서 청아한 폭포수 소리까지 들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습니다.
해발 720미터로 전국의 다른 국립공원보다 해발고도가 낮지만 이중환의 택리지와 조선시대 홍여방의 '찬경루기' 에서는 주왕산이 가진 기이한 풍광의 아름다움에 대해 극찬했습니다. '간만에 정말 좋은 곳 제대로 담았다' 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니 이번 청송 여행코스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로 부족함 없는 이 지역의 상징입니다.
청송 항일의병기념공원은 우리 조상들의 호국정신과 나라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구한말 화전등 전투가 이루어진 자리에 기념공원을 세워 의미를 새삼 더했습니다. 전국 1516명 의병 중 청송 사람이 83명으로 가장 많았으니 뜻 깊은 곳임에 분명합니다. 능선이 수려하게 펼쳐지는 충의사에서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의식을 치룹니다.
사진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사람에게 이번 여정은 남다른 느낌의 여운 남기기 충분했습니다. 바로 주왕산에 이은 청송 명소인 주산지로 떠난 그 아침이 있었기 때문이죠. 전날 잠들기 전 새벽 3시 40분에 주산지로 출발안내 받으니 괜히 오기가 생겼습니다. 이곳이 자랑하는 물안개 풍경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설렘으로 이어졌죠.
이날 새벽을 밝히며 달려갔던 주산지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흔치 않은 경치만큼 초록에 둘러쌓인 주산지의 자연에 남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고, 무엇보다 여행자에게 '부지런함' 의 가치는 곧 열정으로 연결될만큼 중요함을 느껴봅니다. 평소 같으면 정말 한창 꿈나라 여행에 심취하고 있을 새벽 3시 40분이란 시간, 하지만 주산지가 먼저 내민 손길에 반응한 여행자에겐 정말 특별한 아침공기였습니다.
왕버들나무 고목들이 물에 잠긴채 자생하는 모습은 사진여행자의 감성을 끊임없이 뒤흔듭니다. 수백년 세월동안 주왕산 자락에서 나오는 물들이 모인 저수지는 격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아침공기는 심신을 편안하게 이끌며 고요한 분위기에 어울리게 합니다.
지난밤 우리들의 아늑한 숙소가 되어준 객주문화관은 청송의 문장가 '김주영 작가' 의 대하소설 '객주' 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소설 속 모습들을 전시관 형태로 운영합니다. 보부상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조선 후기를 그려낸 대작과 가장 생생하게 만나 어울립니다.
우리나라 초대형 동양화로 꼽히는 야송 이원좌 화백의 청량대운도가 있는 청송야송미술관, 광활한 산세의 험준함을 세세한 묘사로써 표현한 청량대운도는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수 없이 많은 날 산꼭대기로 올라 그 모습을 눈과 사진으로 담아 그림 그렸다고 하니 가로 46m , 세로 6.7m의 엄청난 크기는 한 포인트마다 생생함이 듬뿍 묻어납니다.
한칸만 더 지었다면 궁이 될뻔한 아흔아홉칸 송소고택은 심씨 가문의 풍요로움이 듬뿍 묻어납니다. 주왕산 , 주산지와 함께 청송 여행의 필수 볼거리에 속할만큼 많은 여행자들이 찾습니다. 들어서는 문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사진으로 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람한 기와집의 기풍은 양반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사적인 산물이 되고, 집 주변을 감싸는 꽃들의 화사함은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을 행했던 우리 정신에 알맞습니다. 아흔아홉칸에서 한칸만 더해졌다면 궁이 되었지만 이는 곧 왕실에 대한 도전이 될터, 내나라 우리 국민보다 더 큰 부를 축적하려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요즘 부자보단 선합니다.
청송 고택마을로 불리는 송소고택 주변은 아늑한 전원스러움을 듬뿍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들의 옛 시골 느낌이 안겨주는 '티 없이 맑은' 이 딱 어울리는 곳이죠. 빠름을 추구하며 익숙해지는 우리들의 삶에 건강한 쉼표가 되어줄 슬로시티의 메인입니다.
긴 세월동안 뿌리 내린 고목들이 펼쳐내는 그늘은 언제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굵은 나뭇가지가 지탱하는 그네는 양반댁 아가씨의 수줍은 미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짙은 녹음이 온동네를 초록으로 물들인 청정1번지 청송으로 떠나봄은 어떨까요?!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척박한 땅에서 장날은 소중함의 의미가 다릅니다. 4일 , 9일에 5일장 열리는 날이면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시끌벅적함으로 채워집니다. 짙은 전원스러움에 어쩌면 활기찬 생기마저 묻힐뻔한 동네에 펼쳐지는 장마당,
주왕산이 낳은 다채로운 산나물은 물론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사과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골장터 찾는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청송 사람들의 후한 인심입니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시장은 아니었지만 둘러보는 내내 청송의 색을 듬뿍 느낍니다.
세종대왕이 사랑했던 소헌왕후의 자취가 머무는 소헌공원에서 1박2일 청송여행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찾아가기 어렵다는 이유로 언제나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긴 기록으로만 만났던 청정1번지, 언제나 새롭게 깨닫지만 무엇이든 직접 느껴보기 전까진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아무나 감히 떠나지 못하는 곳이기에 내 발걸음이 더욱 의미롭게 다가올 이곳, 주왕산이 뽐내는 절경에 감탄할 설렘과 함께 청송으로 여행길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