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다 기쁜 자리가. 금의환향한 국가대표 바둑선수들이 단복을 입고 한 자리에 모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모두 휩쓸었던 국가대표 선수단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국가대표 환영식이 12월 8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금메달 3개(남자단체전, 여자단체전, 혼성페어/이슬아‧박정환)와 동메달 1개(혼성페어/김윤영‧최철한)를 따낸 대표선수단(이창호 이세돌 조한승 최철한 강동윤 박정환 조혜연 이민진 김윤영 이슬아)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환영식에는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과 임원진, 바둑기자단 등 80여 명이 자리해 바둑국가대표 선수단의 금의환향을 축하했다.
선수단 환영식은 바둑국가대표 소개 자료화면 상영을 시작으로 대표팀 경과보고, 코칭스태프(양재호 감독)와 선수단 인터뷰 순으로 진행됐다.
▲ 이날 환영식에는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 많은 취재진이 몰려 성황리에 열렸다.
한국기원 이사장인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마지막 순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고 시상식장에서 애국가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온 국민이 한국 바둑의 우수성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선수단의 공적을 치하하며, 격려금을 지급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양재호 감독은 “처음 감독직을 맡았을 때 바둑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바둑계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반전을 꿈꿨었다. 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반드시 받둑이 다시 채택되기 위해서라도 금메달이 필요했다.”며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다. 전체적으로는 바둑계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많은 성과를 거뒀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환영식을 끝으로 별도의 해단식 없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바둑국가대표 선수단은 4년 후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작별을 고했다.
▲ 양재호 9단이 허동수 이사장에게 선수단의 사인이 들어간 바둑판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은 아시안게임에서 선전을 펼친 선수단 전원에게 금일봉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 현장 이모저모
이날 행사는 선수단 전체를 맨 앞 단상으로 배치해 사회자와 국가대표 선수들이 돌아가며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선수들은 이제 긴장이 풀린 탓인지 돌아가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종 웃음 띤 가운데 진행됐다.
선수단이 꺼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봤다.
●…지각생 셋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국가대표 환영식은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하지만 삼성역에는 비슷한 호텔이 2개 있었으니 또 하나는 삼성역 인근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기자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을 행사장으로 알았고 마침 그곳에서 이세돌 9단과 이슬아 초단을 만났다. 이들 역시 행사장을 잘못 안 것. 결국 뒤늦게 기자를 포함한 셋은 개막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리나케 15분 거리를 뛰어야 했고, 이 와중에 하이힐을 신었던 이슬아 초단은 운동화로 갈아신었으며, 엘리베이터 내에서 단복을 갈아입는 신공(?)을 발휘하기도.
▲ 대역전승으로 여자단체전 우승을 확정한 이민진 5단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민진 1년을 별렀다
이민진 5단은 루이 9단에게 꼭 이기고 싶었다고 밝혀 눈길.
지난해 제1회 국제마인드스포츠 대회에 참가했던 이민진 5단은 당시 준결승에서 루이 9단을 꺾고 결승에서 송롱후이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이민진 5단에 따르면 시상식에서 우승국인 중국 오성기가 올라갈 때 3위를 차지한 루이 9단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 가뜩이나 분한 마당에 그 모습을 본 이민진 5단은 속으로 복수를 굳게 다짐했고, 마침내 이번에 루이 9단에게 박살(?)에 가까운 승리를 거두는 계기가 됐다고.
관계자들은 평소 루이 9단과 친한 이민진 5단이 박살(?)이란 과격한 용어까지 사용하자 당시 분하긴 분했던 모양이라고 한마디.
●…얼굴 마담은 이슬아
이슬아 초단에게만 기자들이 몰려 속으로 샘나지 않았느냐는 사회장의 질문에 김윤영 초단은 다음과 같이 대답.
“속상한 정도는 아니고 슬아가 얼굴 마담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으니 우리는 집중이 잘 돼 바둑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엉뚱하게 해석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늘이시여, 왜 이 아이를 제게 보내셨나이까
국가대표로 선발돼 금메달을 꿈꾸던 이슬아 초단은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정환 8단이 혼성페어 파트너로 결정되자 내심 좋았다고. 그런데 막상 훈련에 들어가자 박정환 8단이 군 면제 혜택 때문인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보여 걱정했다고. 당시 기분을 묻는 질문에 이슬아 초단은 “속으로 하늘이시여, 왜 이 아이를 제게 보내셨나이까라고 생각했지만, 누나의 하해같은 노력에 힘입어 결국 금메달을 딴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세돌만 다른 마음을 품었다?
5-0으로 지더라도 결승에 올라 상대를 고를 수 있었던 남자단체전 대표팀.
혹시 일본과의 마지막 예선 대결을 앞두고 패해 중국을 떨어뜨리고 일본과 결승전을 펼치려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승준 코치는 “그런 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곧장 선수단 전체가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서 금메달 따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이 질 것 같지 않은 이야마 유타에게 패하더라. 아마 이세돌 9단만 다른 마음을 품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은 참석자 전원이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바둑을 또한번 정식종목으로 가입시키자는 결의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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