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도
맛도 '금빛차란'
값도 金값…어부들 "금덩어리 건지는 기분"
내달 20일까지 산란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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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복시즌을 맞아 임진강에선 황복잡이가 한창이다. |
"금덩어리를 건져올리는 기분이야"
황포돛배가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나루터 주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집어든 어부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배부위에 선명한 황금빛 가로선, 임진강의 명물 황복이다. 서해안의 황복들이 산란을 위해 임진강을 찾으면서 그물을 걷는 어부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황복이 제철을 맞았다.
황복은
매년 4월20~6월20일 두달간 산란을 위해 임진강을 찾는다. 힘센 선발대가 조류를 뚫고 길을 찾아놓으면 암수 황복들이 그 뒤를 따른다. 모래나
자갈이 많은 강바닥에 암컷이 알을 낳고 숫컷들이 그 위에 정액을 쏟아낸다.
부화된 치어는 60여일후 바다로 돌아간뒤 3년뒤 산란을 위해 다시 임진강을 찾는다. 산란기의 황복은 낮동안 여울에서 푹 쉬다가 오후 9시부터
새벽까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때 어부가 쳐놓은 각망 그물에 걸려든다.
황복의 톱니모양 이빨은 사람 손가락도 자를 정도로 날카롭다. 어민들에 따르면 암수 황복들은 산란을 위해 이빨 가는 소리로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황복 이빨 소리가 강속에 울려퍼지면 '민물의 난폭자' 쏘가리마저 몸을 사려 황복시즌엔 다른 물고기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
"한창시절 산란기 두달동안 150t이 잡히던 황복이 근래들어 20t 정도로 급감했습니다. 파주에선 140척이 황복잡이에 나서는데,
하루에 한마리도 못잡는 날이 허다하죠"
그래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황복은 어민들에게 금같은 존재가 됐다는 것이 파주 어촌계의 설명이다. 어촌계에서 사들이는 황복 도매값은
㎏당 8만~9만원, 서울 등지에서는 부르는게 값이다.
하루에 1t 이상씩 잡히기도 하는데, 이를 어민들은 '터졌다'고 한다. 한번 터지면 3~5일간 10t 이상 건져올리는데 올해는 다소 늦어지고
있다.
올해
황복 어획고는 작년보다 10t 많은 30t 정도로 예상된다. 파주 어촌계가 3년전부터 국내 유일한 황복 부화장을 통해 부화시킨 치어들을 임진강에
방류, 올해 3년생들이 산란을 위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황복 부화장은 파주 어촌계가 황복 대중화를 위해 3년전 조성했다. 장석진 어촌계장은 "황복이 민물에서 잡히는 곳은 임진강 일대가
유일하다"며 "방류 치어 수를 매년 늘려 황복을 대중적인 요리로 만들어 지역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복 한마리가 5만~10만개의 알을 낳는데, 생존율은 30%선. 올핸 50만마리 치어가 방류될 예정인데 이중 회귀율은 8%(4만마리)에 불과하다.
자연산 황복에다 양식 황복까지 가세했지만 아직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중국산 황점복이 황복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임진강
주변에는 50여곳의 황복집이 몰려있는데, 파주 어촌계(031-958-8006~7)에 문의하면 전문점을 소개받을 수 있다. < skkim@>
★ 자연산 VS 양식
1. 양식은 독이 없다? :치어가 강으로 돌아가면 독이 생기지만, 양식은 없다.
2.자연산이 크다? : 산란기에 잡히는 자연산은 3~7년생이어서 700g 내외로 크다. 반면 양식은 300g 내외로 작다. 사료비 때문에
2년만 자라면 팔기 때문.
3.맛 차이는? : 일반인은 맛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자연산에선 솔향이 느껴진다고 한다.
4.가격은? : 자연산은 현지 도매가가 ㎏당 8만~10만원(식당에서는 12만~15만원, 2~3인분), 연중 맛볼 수 있는 양식은 ㎏당 5만원선(식당에선
10만원 내외).
허영만
화백-박영석 대장의 시식
"맑은 국물 정말 압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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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대가들의 황복 평가
스포츠조선에 '부자사전'을 연재중인 허영만 화백은 일간지에 음식을 주제로한 만화를 연재할 정도로 미식가로 정평나 있다. 산악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 완등, 7대륙 최고봉 등정, 남북점 정복)에서 북극점 만을 남겨놓고 있는 박영석 대장 역시 산악인 사이에선 소문난 요리가이자 미식가.
황복을 맛본 적이 없다는 이들 '맛의 대가'가 황복 요리 체험에 나섰다. 장소는 파주시 문산읍 '임진 대가집'(031-953-5174).
주인 이선호씨는 황복을 잡는 어부이자 '복요리 전문가'.
이씨는 능숙한 칼솜씨로 독 제거 과정을 시연해 보였다. 황복에는 청산가리 20배 정도의 독이 있어 1㎏중 회를 뜰 수 있는 부위는 고작 140~160g
정도.
회를 맛본 허화백은 "바다복 보다 연하면서도 부드럽다. 단맛이 배어나는 것도 특이하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박대장은 "연하고
말랑말랑해 마치 종잇장을 씹는 기분이다. 쫀득쫀득한 맛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나온 지리는 맑은 국물맛이 감탄을 자아냈다. 허화백은 "국물이 아주 좋다. 다른 고기는 끓이면 딱딱한데 황복은 잇몸으로도 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고 평했고, 박대장은 "회를 뜨지말고 모두 지리로 했으면 좋았을뻔 했다. 입안에 은은한 맛이 감돌아
느낌이 좋다"고 극찬했다. 이들 두사람은 "회는 가격에 비해 일반 바닷고기 보다 특출하진 않지만 탕(지리)은 압권"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였다.
◇황복 맛 평가(만점 ★★★)
허영만=회 ★★ 지리 ★★★
박영석=회 ★ 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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