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면, 스쳐도 아픈 '대상포진' 주의해야
[이지현의 헬스&웰빙]대상포진의 모든 것
주부 이명자(56)씨는 최근 대상포진 때문에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경험했다. 맞벌이 하는 아들 부부 대신 손자들을 돌보느라 무리한 탓인지 피곤하고 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오는 것 같았다.
곧 나아지겠지 싶었지만 어느 순간 눈가에 수포도 올라왔다. 처음에 작게 오돌도돌 올라오기 시작했던 수포는 점차 통증이 심해졌다.
쿡쿡 쑤시고 찌르는 것 같은 아픔에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고 못했다. 병원에 간 그는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1주일 간 입원해 치료를 받은 후에야 증상이 겨우 나아졌다. 하지만 합병증으로 신경통이 남아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눈가에 시리고 쑤신다.
◇ 면역력 약한 50대 이상 여성, 특히 주의
이씨처럼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연령별 진료 인원은 해마다 늘어 2010년 한해 동아 48만명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았다.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면역력이 약할수록 발병하기 쉽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병하는데 과로,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이 원인이다. 50대 이상 여성은 폐경 이후 급격히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에 쉽게 걸린다.
대상포진은 초기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 때문에 단순 피부병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피부가 아닌 신경절에 생기는 질환이다. 극심한 통증과 합병증이 남을 수 있으며 눈에 발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안구에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 환자의 50~72%가 만성 질환으로 발전하거나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은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주의해야 한다. 자칫 감기로 오해하다 병을 더 키울 수 있고 명절 전후 피로가 쌓이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죽을 것 같은 통증, 대상포진
대상포진의 가장 큰 특징은 얼굴이나 몸 한쪽에서 나타나는 통증, 발진, 수포 등의 증상이다.
초기에는 발진과 가려움증이 나타나 피부병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진 증상이 몸의 한쪽에서만 나타나는 띠 형태를 보이거나 급성통증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이 좋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통증 및 합병증 발병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대표적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대상포진 환자의 10~18%가 겪게 된다.
화끈거리거나, 쿡쿡 쑤시고 찌르는 듯한 통증, 전격통 등이 나타나며 증상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나이가 들수록 쉽게 나타나고 통증도 더 심각하다. 이 같은 이유로 40대 이하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60세 이상의 절반 정도는 포진 후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몸 속에 들어온 수두 바이러스, 활성화돼 발생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흔하게 겪는 '수두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수두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수두를 앓고 난 후에도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몸 안에 숨어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활동을 시작하면서 병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포진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상포진의 원인인 수두예방백신이 개발되기 이전에 태어나 수두를 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이상 성인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국내 대상포진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대상포진은 노인 인구가 증가할수록 더 증가하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생활관리가 필요하다"며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영양가 있는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을 맞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 출시된 대상포진 백신 제품은 MSD 조스타박스가 유일하다. 이 제품의 경우 50~59세 피험자 2만2439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한 결과 70%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09.22 10:59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