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의원모임 "피해자가 머리 조아린 항복선언" 이재명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 정의당 "국회서 제동 걸 것…박진 장관 즉각 경질해야" 윤석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
야권은 6일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을 엄중 규탄하며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재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박진 외교부 장관 경질, 대일 외교 라인 전원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출됐다. 이번 정부안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이자 국민에 대한 모독임은 물론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한 폭거라는 이유다.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 배상 촉구 의원모임(이하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게 머리를 조아린 항복선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 모임에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무소속 등 야권 의원 53명이 속해 있다.
강제동원 의원모임은 회견에서 "정부 발표는 '일본의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 없는 돈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받지 않겠다'는 양금덕 할머님 등 강제동원 피해자의 절규를 철저히 무시하고 능멸한 것"이라며 "(이번 해법안이) 대일 굴욕 외교의 나쁜 선례로 남아 향후 군함도, 사도광산, 후쿠시마 오염수 등 산적한 대일 외교 현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으며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부 해법안 어디에도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강조해 온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는 찾을 수 없으며, 이번 정부 발표로 더욱 오만해진 일본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 또한 전무하다"면서 "또한 강제동원을 특정해서 사죄한 적 없는 일본의 과거 담화 계승으로 사죄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함으로써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역사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했다.
아울러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 대신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한국 청년을 일본의 적선 대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욕보이는 기만이자 물타기용 꼼수"라고 규정했다.
강제동원 의원모임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을 만나 "외교부에서도 굉장히 곤혹스러워했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하순 외교부 장관을 불러서 '우리가 먼저 담대하게 발표하는 것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고 한다"며 "이번 정부 발표는 대통령실, 특히 윤 대통령의 의중이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사태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따로 입장문을 냈다. 이 모임에는 안민석·임종성·윤미향·양정숙·강선우 의원이 속해 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오늘은 해방 이후 한일 관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회의에 참가하고 싶어서인지 우리 국민의 자주의식과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피맺힌 한을 철저하게 짓밟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일본 내각은 굴욕적인 한일 협상을 파기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우리 국민들의 뜻에 따라 대법원의 배상판결을 이행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만들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 의원들만이 아니라 국민 전부가 다시 1919년 3월의 만세 투쟁처럼 일본 정부의 허위와 잘못을 규탄하고 일본과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 "친일 매국 정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피신했던 인조가 결국 삼전도에 찾아가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에게 항복,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던 역사적 참사에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는 2차 가해이고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며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묻는다. 도대체 이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냐?"며 "국민은 이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되었던 위안부 졸속 협상을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두고 가히 역사를 잊은 대통령, 백범 김구 선생이 땅을 칠 망국적 기념사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면서 "일본 전범기업이 배상해야 할 돈을 왜 우리가 대신 물어줘야 하느냐?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식의 문제가 없는 대일 굴종외교의 끝판왕"이라고 분노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약 한 달 전 대정부질문 때 자신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연이어 대법원 판결의 중요성을 물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그 당시 한동훈 장관은 비웃었고 박진 장관은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 '존중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유 섞인 말들도 퍼부었다"며 "하지만 모든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탄식했다.
고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대법원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짓밟았다"며 "이번 정부의 이 행태는 굴욕적인 외교 참사로 두고두고 역사적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폭압적 행태를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또 "학교폭력, 검찰폭력에 이어 심지어는 일제강점기의 피해자 당사자들과 대법원에게까지 폭력을 가하고 있는 이 정부의 행태들을 보면 폭력배 집단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권변호사이기도 한 임선숙 최고위원은 지난 2018년 일본 전범기업에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던 대법원 확정 판결의 의미를 조목조목 짚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받을 배상금의 성격은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 및 침략 전쟁 수행 과정에서 전범기업이 우리 국민에게 가한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 최고위원은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은 전범기업의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일본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또 대법원 판결을 일본의 입장에서 부정해버린 삼권분립 파괴 행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투쟁과 노고는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주권과 자존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라며 "정부는 최악의 굴종 외교로 남을 강제징용 협상에 대해 진정한 사과, 책임자 배상, 피해자 중심이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반드시 재협상을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본 전범기업들은 앉아서 면죄부를 받았고, 일본 정부는 과거 담화를 반복하는 체면치레로 골칫거리를 떼어냈다"며 "학폭 가해자는 사과도 않고 가만히 있는데 피해자들끼리 돈 걷어 병원비 내라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에 국민은 치욕스럽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일본에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그렇게 굴욕적인 외교로 일관하는 것인가? 스스로 친일 매국 정권임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정의당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윤석열 정부를 성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물론 박진 외교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고 대일 외교 라인 전원을 문책,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누구도 이해 못 할 또 하나의 외교 참사"라며 "전범기업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을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이 한국의 미래에 투자해주는 기업으로 승격시키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누가 국가의 자존심 다 내팽개치고 돈 몇 푼 받아오라 시키기라도 했느냐"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정면 위배하며 서두르는 윤석열 정부의 해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대일 외교실패의 종합판이자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라며 "정말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전범 부정보다 더한 역사에 대한 범죄행위"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3자 변제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정의당은 국회 결의안을 포함한 국회 차원의 제동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오늘 발표한 안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또한 외교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진 장관을 즉각 경질하고, 대일 외교 라인 전원을 문책, 교체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 방안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누군가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고심이 있지 않았겠나"라며 "강제징용 문제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 같았다. 전 정부 누구도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해 한일관계가 경색된 채 방치돼 왔고 국교 정상화 이후 최대로 악화된 상태가 거듭됐다"면서 "이런 한일 관계가 지속하는 것을 방치하는 게 국가 이익에 과연 부합하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이날 오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양국 간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청소년, 대학생 등 미래 세대를 위한 교류사업 확대와 함께 문화, 외교, 안보, 경제, 글로벌 이슈 등 분야별 협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