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 허용절차 막바지 도달 이르면 내년 상반기 수입
수출산업 규모 크지 않아 단기적으로 큰 피해 없지만
향후 EU 수출 공세 우려 미국·호주산보다 저렴해 본격 수입 땐 한우업계 타격
품질 고급화·위생관리 등 한우업계 대비책 강구해야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가 이르면 2019년 상반기에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상정하면서 수입 허용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서다.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를 시작으로 유럽산 쇠고기가 본격 들어오면 국내 한우산업에 큰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험분석(IRA) 8단계 중 7단계 진행=2011년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음에도 우리나라는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 발생을 이유로 EU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왔다.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을 본격 검토하게 된 것은 EU의 거센 요구 때문이다. EU는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와 한·EU FTA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 회의 등을 통해 쇠고기 검역문제를 제기하며 우리나라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EU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연구를 마친 후 요청한 순서대로 수입 허용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수입위험분석(IRA)을 요청한 나라는 13개국이다. IRA는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 등에 대한 수입 금지를 해제할 때 동물 전염성 질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절차인데, 8단계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네덜란드·덴마크·아일랜드·프랑스의 IRA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 결과 정부는 네덜란드·덴마크에 대해선 2017년 12월 수입위생조건(안)을 행정예고한 뒤 올 10월10일 국회 농해수위에 제출했다. 가축전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이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돼서다. 덴마크는 2009년, 네덜란드는 2011년 이후 BSE 발생이 없는 상태다.
국회는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심의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이러한 국회 심의과정은 IRA의 7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가축전염병예방법(가전법)’에 따른 조치다. 가전법은 2008년 9월, BSE 발생국가의 쇠고기를 처음으로 수입하려는 경우 국회에서 수입 위생조건을 심의하도록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이 국회 상정부터 의결까지 5개월가량 걸린 점을 미뤄볼 때 네덜란드·덴마크산은 내년 상반기엔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일랜드·프랑스는 IRA 8단계 중 5~6단계가 진행 중이다. 5단계는 수입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6단계는 수출국과 수입위생조건(안)을 협의하는 절차다.
나머지 9개국은 현재 2~3단계 절차를 밟는 중이다. 2단계는 수출국 정부에 가축위생설문서를 송부하고 3단계는 가축위생설문서 답변서를 검토하는 절차다.
◆한우산업 피해 불가피=네덜란드·덴마크산 수입위생조건이 국회 제출안대로 제정되면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만 수입된다.
당장은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 나라의 쇠고기 수출산업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실제로 네덜란드·덴마크가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쇠고기는 131t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얘기가 달라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네덜란드·덴마크를 시작으로 유럽 내 다른 축산강국들이 국내시장을 공략하면 한우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우려는 EU산의 가격경쟁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유엔(UN)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6년 EU산 쇠고기의 평균 수출가격은 1㎏당 5.04달러다. 이 가격은 미국산의 71%, 호주산의 88%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해 ‘SPS 조치 해제에 따른 EU산 쇠고기 수입 개방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2019년 수입규제가 풀린다고 가정했을 때 EU산은 2028년까지 연간 2만9000~17만2000t이 수입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전체 쇠고기 수입량이 34만여t임을 고려하면 적은 양이 아니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우의 품질 고급화와 더불어 위생 안전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EU산 쇠고기가 본격 수입되면 쇠고기 자급률 하락은 물론 가축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한우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태억·윤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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