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04「소금쟁이」외
신웅순(시인․평론가․중부대명예교수)
주름진 구석까지 팽팽히 잡아당겨
파문이 잠잠하도록 은물결을 다듬어
잔잔한 마음 연못에 온 쉼표를 찍는다
- 이남숙의「소금쟁이」
가슴에 파문이 일면 얼마나 힘이 들까. 잔잔한 연못에 쉼표를 찍어야한다. 그래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마음공부가 어찌 사람들만의 일인가. 잡아당기고 다듬고 쉼표를 찍는 소금쟁이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지 않은가. 세상의 공부거리는 무궁무진 널려있다. 우리들은 살면서 수없이 부딪치고 실수한다. 그 때마다 배우고 있으니 세상은 경전 아닌 곳이 없다. 교회가 따로 없고 절이 따로 없다. 사람들의 가슴에 있지 않은가. 삶의 자체가 경전이요 또한 수양이다. 시조는 생각의 마침표, 석 줄이다.
고작
거기
드시려고
다비까지 하셨나요
하늘보다
넓은 사랑
그 어드메 맡겨두고
비좁은
신전에 갖혀
열반에 든
어머니
-백윤석의 「어머니의 신전-유골함」
어머니는 위대하다.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 하늘보다 넓은 사랑 어디다 맡겨두고 어머니는 다비까지 하시고 비좁은 신전에서 열반에 드셨는가.
못 다한 사랑 맡겨둔, 효심으로도 찾을 수 없는 그 어드메에 정도 미련도 다 함께 두고 떠나셨다.
석 줄 문장으로 사랑과 효를 다 말했으니, 일생을 다 정리했으니 여기에 무슨 말을 더하랴. 영원히 풀 수 없는 어머니의 비번, 이 또한 시조의 비번이 아니랴.
- 주간한국문학신문, 202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