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기 전날 잠이 오지 않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기 전날 잠 못 이루던 그 때처럼 말이다.
친구들과 거나하게 술마시고 02시 30분이 돼서야 집에 들어왔건만
눈은 점점 말똥말똥해진다.
오늘은 난생처음 릿지 산행을 하는 날이라서 걱정이 되는지 잠은 더 안오길래
배낭을 꾸리고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어 자고 일어나니 술이 덜 깬것 같다.
지난 5월 어사님의 도움으로 오봉에서 바위에 매달린 이후 바위를 탈 기회만 있으면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인공, 자연암장을 연습해왔는데 어느 날 박상래님이 대화 중에
릿지산행도 재미있다는 꼬심(?)에 귀가 솔깃하여 날 잡아서 산행하기로 한 날이다.
원효, 염초, 백운, 만경봉을 코스로 잡고 효자리를 출발하여 얼마 안가니 원효암이 나온다.
암자는 인기척 없이 조용하다. 수많은 등산객이 좁은 법당 앞마당을 질러가는데 이 암자
주인(?)은 얼마나 열 받을까 생각해본다.
등산객을 위하여 물통까지 준비 해놓은걸 보니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원효봉까지 가는데 박상래님이 여기저기 코스명을 소개해주는데
갈매기 코스라는 이름은 삼각형의 바위를 기어가는데 형상이 마치 갈매기 같다하여
붙여진거 같은데 어쩜 그렇게도 이름을 잘 붙였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작은 몇 개의 바위를 넘어 원효봉에 도착하여 지난 6월 원미산님, 타라님, 봄길님,
그리고 나의 초딩 여친들과 산행했던 의상능선의 일부 구간이 보인다.
삼각산 12성문 중 두 번째 문인 북문에 이르니 위험지역으로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보였지만
확보하며 산행하기로 했기에 안심하고 성벽 위를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바위들을 몇 개 통과하니 왼쪽 편에 거대한 바위가 보이 길래 어디냐고 물어보니 숨은벽 이랜다.
능선에서 협곡의 아름다움과 장대한 바위를 조망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화창하고 맑은 가을날에 염초봉을 오르고 있다는 희열감은 어떻게 형용할 수가 없다.
조금 올라가니 한 아주머니가 바위에 업 드려 있는데 겁먹고 있는 건지 신들려 기도하는
건지 분간이 안되었는데 잠시 후에 바위 위에서 그 여자를 끌어올리고 아래서는
밀어 올리는데 왜 업 드려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박상래님이 여기가 말바위랜다.
확보를 하고 올라가니 턱걸이하는 자세로 아래로 내려가라 길래 내려갔더니 한 평도 채
안 되는 공간이었다. 옆의 좁을 길로 갈거라기에 엎드린 자세로 쳐다보니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 왼쪽은 바위 사람이 갈 수 있는 공간은 대략 60센티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인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공포감이 엄습해 오길래 조금 전 아주머니가 올라간 곳으로 가면
안되냐고 애원했지만 더 어려우니까 이곳으로 가야한다는 말을 들으니 이거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데 박상래님이 확보 줄을 아래로 던져주니 이쁜아지매는 겁도 없는지
선두로 통과하고 다음은 타라님이 통과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조금전의 공포감은 어디로 갔는지 아래를 보니 말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인데 경관이
아름다워 탄성을 자아내는데 박상래님은 아래 쳐다보지 말고 오란다.
어사님은 확보 줄 없이 통과 나는 언제 쯤이나~
말바위를 그렇게 통과하여 봉 정상에서니 의상능선이 펼쳐지고 뒤로는 오봉이 나란히
서있는 것이 보인다.
태극기 휘날리는 백운대가 손에 잡힐 듯 목전이고 서남쪽 멀리 지난 일요일 종주 했던
한남정맥 구간과 인천 앞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백운대에는 올라있는 많은 등산객은 서울의 최고봉에 올랐다고 감격해 하는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맑던 하늘은 우리의 더위를 식혀주려는지 어느새 구름이 비를 모시고 와서
뿌려주는 것이 아닌가......
백운대 정상에 서니 비는 세찬 바람과 함께 거세게 퍼붓는다.
염초봉을 마치고 비가 내려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고 만경대는 다음기회로 미루고
하산하여 음식점에서 막걸리에 파전과 만두로 허기를 채우며 박상래님 친구들 카페와
우리 카페를 합병하자고 농담도 하며 식사를 하는데 어사님이 기사에 대한 배려로
부천에서 한 잔 더 하자고 하여 부천으로 이동하여 박상래님 친구들과 함께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한남정맥 나머지 공부하던 일산 사는 나의 친구 장병선이 도착하여
한 잔 더 마시고 하루를 마감했다.
첫댓글 청로님이 말바위에서 속삭이던 말이 생각난다. "난 위로 올라갈래...무서워..나는 위로가고싶어" ㅋㅋㅋ
이쁜 아지매는 넘 용감하게 가는데 등치값도 못한달까버서 표현도 못하고 얼마나 쫄았는지 그때 콩알만해진 간이 아직도 안커진것 같어여 ㅋㅋㅋ
후기 무지 잼 있다. 그런데 나 안 가길 잘 했다. 갔으면 박상래님 애 많이 태웠겠지. 청로가 쫄 정도면 알만한 코슨데....
'원미산 카페' 에 재편집하여 올렸으니 거기도 가 보시소
저도 안가길 잘했다 싶은 안도감이 드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