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접대 강요에 못 이겨 자살한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영결식(지난 2009년 3월, 분당 서울대병원)과 그의 심정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편지 사본(왼쪽). 7일 장씨 사망 2주기를 기해 경찰청 앞에서 열린 전국여성연대의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오른쪽).
최근 SBS 보도로 터져 나온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성상납 명단 ‘악마 리스트’의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성접대’ 처벌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제298회 임시국회에서 ‘성상납’의 개념을 최초로 명시한 법안이 소관위인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 본회의 통과 여부가 주시되고 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제2조에 제5호를 신설해 “‘성접대’란 거래나 업무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업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성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알선·권유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골자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3년마다 국내외 성매매 실태 조사를 실시해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키 위해 발간하는 종합보고서에 ‘성접대’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법안 외에도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성접대’ 처벌 법안을 2개 더 발의해 이들 법안의 통과 여부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중 ‘성접대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안’은 성접대를 받거나 약속받은 자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고, 특히 성접대를 받은 자의 신분을 일반인으로 확대해 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성매매 행위의 상대가 된 공무원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 하도록 했다.
김 의원실 측은 이번 법안 발의의 배경으로 “2004년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돼 현행법으로 성접대를 처벌할 순 있으나 성접대 자체를 범죄행위로 처벌하기보다는 성매수자로 단순 성매매죄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법안의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성접대 처벌은 법의 집행상의 문제지 법 자체가 없어 처벌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고 장자연씨 유서 파문이 성접대의 참상을 알리고 전 국민의 공분을 산다면 법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 통과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가운데 7일 장자연 사망 2주기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의 거센 항의가 잇따랐다.
7일 오후 3시 서대문역 경찰청 앞에서 전국여성연대(공동대표 이강실·손미희)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의 성상납 리스트 공개, 철저한 진상 규명,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서 8일 오후 1시 30분 청계광장에선 한국여성단체연합 연예인인권지원서포터즈 등 6개 단체가 연대해 고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가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종결됐던 사건은 6일 SBS가 장씨의 생전 미공개 편지 50통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재점화됐다. 주요 내용은 장씨가 생전에 31명의 대기업·금융계·언론계 등 지도층 인사들에게 100번 넘게 성접대를 강요당해 왔다는 것과, 이들 남성을 ‘악마’로 지칭하며 “복수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 등이다.
이에 따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재수사 검토 여부를 밝혔다. 최대 쟁점은 장씨 편지의 진위 여부. 법조 관계자들은 “유서의 신빙성이 높으면 처벌이 가능했던 판례가 있다”며 장씨 사후에라도 처벌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9일 현재 분당경찰서는 장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광주교도소 전모(31)씨의 감방을 압수 수색, 원본으로 추정되는 편지 23장 등을 확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