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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의 “도장골 시편” 을 함께 읽고
김신용(金信龍 )시인은 194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4세 때부터 부랑생활, 지게꾼 등 온갖 밑바닥 직업을 전전하였고, 1988년 첫 시집 《버려진 사람들》에 나오는 시인의 당시 직업은 공사장 잡부였다. 충북 충주시 인근의 시골 마을 도장골에 들어가 텃밭을 일궈 먹을거리를 해결하면서 자연의 생명력을 노래하는 시들을 쓰다가, 지금은 경기도 시흥의 소래벌판에 살면서 시작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1988년 현대시사상 시 '양동시편 - 뼉다귀집' 발표 수상하였으며, 2006년 제21회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다
평소 그 분의 시편들에 대한 느낌이 좋았기에 이번 시몰이 주제시집을 꼭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시를 혼자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함께 읽는 즐거움은 시몰이에 참석해 분이라면 가슴 가득 충만해지는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사동 귀천 찻집에 모인 시몰이 식구들, 시로 시작한 만남이지만, 이제는 사람이 좋아 시를 가지고 함께 시 읽는 기쁨이 참으로 크다
류빈 님의 시집을 한 권을 읽고 시집에 대한 느낌을 한 줄로 표현해보자는 제안에 모두들 고민에 빠졌지만, 한 줄로 시집 한권을 표현해보려는 노력이 힘들지만 세월이 지나면 헛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저마다 시한 편을 선택하여 읽고 자기 느낌을 이야기하고 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서로 의견을 나누며 시인의 시세계를 더듬어 보면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내가 볼 수 없는 시인의 마음을 바라 볼 수 있어 시를 읽는 폭이 넒어지고 깊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꽃사랑 님 “섬말에서”................
섬말에서
갈대밭이었습니다 갈대 셋이 몸 엮어 서 있었습니다 둘은 넘어지기 쉬우니 셋이 기둥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았 습니다 누가 그것을 눈물의 집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눈물로 벽돌 쌓은 집이 아니라고 고개 갸우뚱하겠습니까 마치 솥 鼎자처럼 갈대 엮인 그곳에 조그만 새의 집이 지 어져 있었습니다 뻘흙을 물고 날라 갈대잎 촘촘히 침 섞어놓은 작은 새의 집이 지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간장 종지만 한 작은 흙집에, 쬐그만, 아기 손톱만치 쬐그만 새의 알이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새의 알을 갈대 셋이서 품고 서로 몸 엮어 서 있는 것 이었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전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버팅기면서 바람 속에서, 서로가 몸 부대껴 버텨내면서 안간힘으로 품고 있는 정말 간장 종지만 한 새집 속의 새 알 한 알 그것을 어찌 빛나는 눈물방울이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 솥 鼎자 속에 담겨진 빛나는 눈이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 까 작은 새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갈대도 셋이 엮이면 기둥이 된다는 것을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이 된다는 것을 갈대밭이었습니다 모두가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벌판이었습니다
둘은 넘어지기 쉬우니 셋이 기둥을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는 글에서 마지막 행에서 “모두가 바람에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벌판이었습니다” 하면서 모두라고 하면서 마지막을 마무리한 것이 좋은 느낌이다. “솥 鼎자 속에 담겨진 빛나는 눈이라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에서 느닷없이 솥이 나온 것과 또 한자가 꼭 있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에 솥의 다리가 세 개다. 김신용 시인의 시에 간간이 한자가 들어가 있는데 시인은 깊은 생각을 하고 의미있게 한자를 삽입한 듯 하다는 한문 선생님이신 나무그늘 님의 의견이 있었고 김신용 시인의 등단 시 “양동시편-뼈다귀집” 시에 보면 “뼉다귀 하나로 펄펄 끓는 국솥 속에 얼마나/분신하고 싶었던지” 라는 시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는 류빈 님의 의견도 있었다
전향 “도장골 시편-폐가 앞에서”................“일상에 대한 깊은 상념의 조각들”
도장골 시편 -폐가 앞에서
폐가 앞에 서면, 문득 풀들이 묵언 수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떠올릴 말 있으면 풀꽃 한 송이 피워 내밀고 있다는 느낌 이 들 때가 있다 사람 떠나 버려진 것들 데리고, 마치 부처의 苦行像처럼 뼈만 앙상해질 때까지 견디고 있는 것 같은 풀들 인적 끊겨 길 잃은 것들, 그래도 못난이 부처들처럼 세월을 견디는 그것들을 껴안고, 가만히 제 집으로 데려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흙벽 무너지고 덩쿨풀 우거진 폐가 사람살이 떠나 풍화에 몸 맡긴 집, 그 세월의 무게 못 견뎌 문짝 하나가 떨어져도, 제 팔 하 나 뚝 떼어 던져주고 홀로 뒹구는 장독대의 빈 항아리, 마치 소신공양하듯 껴 안고 등신불이 되는 풀들, 그렇게 풀들의 집으로 고요히 돌아가고 있는 폐가,
그 폐가 앞에 서면 마치 풀들이, 설산 고행을 하듯 모든 길 잃은 것들 데리 고 귀향하는 것 같을 때 있다 풀의 집은 풀이듯 데려와, 제 살의 흰죽 떠먹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김신용 시인의 시편들이 대체적으로 길고 서술적이고 약간은 일기같은 시들이 많은데 이 시는 그런 부분에서 벗어난 시로 읽었다. 폐가는 “떠올릴 말이 있으면 풀꽃 한송이 피어 내밀고 있다는 느낌” 이 좋고 폐가는 흉물스러운 것이 아니라 집이 들어서기 이전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읽혀 좋았다. 풀들이 폐가를 보듬어주는 느낌이 들었다는 꽃사랑 님의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연 “제 살의 흰죽을 떠먹이고 있을 것 같을 때가 있다”에서 느닷없이 나온 “흰죽”의 의미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저마다 많은 의견들이 있었다. 결국 결론은 힘이 없어 연약한 사람에게 힘내라고 먹이는 최소한의 양식, 흰죽이다. 그래서 폐가에게 측은지심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이었다. 체력을 회복할 때 고기죽, 콩죽 등등 원기회복에는 흰죽이 가장 좋다는 매발톱 님의 의견도 있었다. 흰죽은 가장 서민적인, 가장 정갈한, 가장 단아한..그런 느낌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진란 님 “ 도장골 시편- 부빈다는 것”...............“정물화를 그리듯이 주변 풍경을 묘사”
도장골 시편 -부빈다는 것
안개가 나뭇잎에 몸을 부빈다 몸을 부빌 때마다 나뭇잎에는 물방울들이 맺힌다 맺힌 물방울들은 후두둑 후둑 제 무게에 겨운 비 듣는 소 리를 낸다 안개는, 자신이 지운 모든 것들에게 그렇게 스며들어 물방울을 맺히게 하고, 맺힌 물방울들은 이슬처럼, 나뭇잎들의 얼굴을 맑게 씻어준다 안개와 나뭇잎이 연주하는, 그 물방울들의 和音, 강아지가 제 어미의 털 속에 얼굴을 부비듯 무게가 무게에게 몸 포개는, 그 불가항력의 표면장력,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힐 때마다, 제 몸 풀어 자신을 지우 는 안개, 그 안개의 粒子들 부빈다는 것
이렇게 무게가 무게에게 짐 지우지 않는 것
나무의 그늘이 나무에게 등 기대지 않듯이
그 그늘이 그림자들을 쉬게 하듯이
“무게에게 짐 지우지 않는 것” 것이지만 물방울은 벌써 무게가 아닌가하는 의견, 부빈다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안개의 입자들이 서로 부비면서 물방울이 되는 것은 서로에게 무게를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원태경 님 -“도장골 시편-열대야 / 도장골 시편-폭설”
도장골 시편 -열대야
그 반딧불이가 찾아온 날은, 캄캄한 밤이었다 창문 다 열어놓고, 간신히 걸친 등거리도 벗고 거실 마루에 누워 잠 청하던 밤이었다 처음 나는 그것이 어디서 반사된, 아니, 내 비문증 때문 인 줄 알았다 먼 곳에서 켜진 성냥불처럼 반짝이던 것 어두운 풀숲 속의 작은 달개비 꽃잎같이 피어 있던 그것 나는 그 飛蚊을 지우려고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살아 있는 빛이었다 창문 위에서 천정으로, 그곳에서 다시 벽으로 옮겨가며 반짝이는 것 저것이 무엇일까? 잠결에, 어렴풋이 뜬 눈으로 그 빛의 움직임을 한참이나 지켜본 후, 비로소 나는 알아 차렸다 반딧불이라는 것을― . 내가 곤충도감이나 형설지공이라 는 故事에서나 들어본 그 반딧불이라는 것을― . 세상에, 반딧불이라니! 태어나 처음 본 반딧불이가 집안 으로 들어와, 저렇게 맑고 은은한 빛을 켜놓고 있다니! 살아 있는, 살아 있는 빛을 머금고 있다니!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망막에 오로라가 일렁이 는 시선으로 이 세상의 빛이 아닌 것 같은, 그 빛을 지켜보았었다 암호 같은, 무슨 상형의 기호 같은, 그 빛을 지켜보았었 다 캄캄한 밤, 이 세상과 절연한 듯한 숲 속의 집 불이란 불 다 끄고, 별마저 지워진 이 깊은 밤에 반딧불이가 나타나, 저렇게 어두운 허공에 맑은 형광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니! 한 줄기 맑은 물줄기의 길이, 숲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었다 너무도 시원히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였다 그러나 내 몸 속에 켜진 불로 밤새 잠 못 이룬 밤이었다 너무도 무더운 여름날의 밤이었다
열대야의 시, 가지치기를 많이 해야 할 시, 너무나 수사적인 시로 읽힌다. 시인이 말하는 “비문증”은 고통, 슬픔 아픔이다. 그 것을 지우려 하다가 받아들이는 것, 받아들인 그것이 빛이 되는, 버리고 싶은 고통과 슬픔과 아픔이 결국 반딧불같은 빛이 된다는, 김신용의 시들을 거꾸로 읽는다는 행운 님의 의견이 있었다. 이 시에 대한 다른 분의 의견을 들으며 진정으로 내가 볼 수 없었던 반딧불을 만난 듯한 시라 이 시를 새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도장골 시편 -폭설
하반신에 고무타이어를 댄 그림자가 느릿느릿 이어온다
그 산에 얼마나 큰 눈이 내렸나? 무릎까지 쌓인 눈, 어제 온종일 퍼부어 내리던 폭설
수의를 덮고 세상은 고요하다
한국의 수의는 마의(麻衣)이다. 바람이 제 집처럼 드나들 어 마 치 너와 울타리를 두른 듯
그 성근 결 속으로 속살까지 내비치는 옷이다
봄 여름 계절도 없는, 누구나의 것이나 똑같이 생긴, 세상 끝의 집
무덤에 묻혔을 때, 다시 무의(無)의 삶 깃들어 저 세월 훠어 이 훠어이 걸어가라는 옷이다
물기만 닿아도 곰삭은 두엄결처럼 올을 풀어 헤치는 그 옷처럼, 눈 녹으면 세상은, 천지간 너와 울타리를 두른 듯 모습을 나타내겠 지만
그 옷에 담겨, 지상의 마지막 길 걸어가듯 人家로 내려온 어린 고라니 한 마리
인적기에 문득 뒤돌아본다. 그 크고 둥근 눈망울에 비친 칡넝쿨 잎 같은 세계
등 뒤에서 雪害木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이 눈사람처럼 녹아 내린다
폭설은 시는 그래도 가지지치가 필요없고 이미지로 쓰여진 시로 읽힌다. 그렇지만 1행의 “ 하반신에 고무타이어를 댄 그림자가 느릿느릿 기어온다” 폭설이라는 제목의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 나 역시 이해되지 않는 부분으로 폭설로 차들이 느릿느릿한 모습같은....이해하지 말고 그냥 그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무그늘 님 “도장골 시편-이슬”.....................풀, 성경의 시편들같은 자연 시편
도장골 시편 -이슬
지난날, 누구의 시인지는 몰라도 <달이여, 그대의 정원 에 이슬을 따도 좋은가?>라는 싯귀를 읽은 적이 있다
이 도장골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를 압도한 것은 풀 이었다. 집 뒤, 버려진 신발에서부터 풀들은 무적의 군대처 럼 진군해와, 울타리를 덮고 마당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 안 오는 밤, 달빛에 끌려 마당에 내려서면 이 슬들은 우거진 풀숲에 맺혀, 그야말로 진주알처럼 빛나며 있곤 했다
그때, 나는 문득 풀의 짐은 이슬!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게도 없이, 짓누르는 무게를 버틸 지게 작대기도 없이
맨몸으로 등에 짊어지고 있는 짐,
그 짐이 무거울수록 무게가 아프게 등짝을 파고들수록, 그 아픔을 덜기 위해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걸아야 하는
그렇게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걸어 짐을 내려놓은 순간, 다시 등에 짐을 얹어야 하는
그 풀잎들을 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도 떠올렸었다
풀이여, 그대의 정원에 이슬을 따도 좋은가?
등의 짐 무거울수록, 두 다리 힘줄 버팅겨 일어서는 풀잎,
그 달빛 아래 빛나는 풀의 푸른 잔등
부랑아로서의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들어간 시인에게 자연은 경이로웠을 것 같다. “문득 풀의 짐은 이슬”, 등의 짐/무거울수록, 두 다리 힘줄 버팅겨/ 일어서는 풀잎,/ 짐이 곧 삶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 읽었다. 마지막 연에서 “푸른 잔등‘ 구태어 ‘푸른’이 필여할까의 의견이 김신용 시인의 시편에는 푸른이 많다.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까, 그리고 분명한 색감이 간간이 나온다. 붉은, 흰...... 시를 거꾸로 읽어보면 “짐이 곧 이슬이다” 이슬이 짐이 아니다 라는 행운 님의 의견에 그만 나의 시 읽기가 얼마나 좁고 얕은지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슬을 풀의 짐으로 읽었는데, 짐이 이슬이라니...집으로 돌아갈 때 가방을 어깨에 메는 원태경 님을 보고 행운 님이 “이슬을 메시네요” 하신 말이 문득 떠오른다.
류빈 님 “도장골 시편-立冬”.................
도장골 시편 -立冬
뱀이 햇볕을 쬐기 위해 나와 있었다 아직 동면의 집을 구하지 못한 것 같은 어린 뱀이었다 서리 내린 풀숲 속에서 나와 길가의 아스팔트 위에 엎드 려 있었다 아직 똬리를 틀 몸집도 갖지 못한 뱀이 철사토막처럼 그 곳에 떨여져 있었다 지금은 집을 구할 때였다 밤이면 서리가 바퀴처럼 내릴 것이었다 차가워진 이슬이 마름 가시덤불처럼 우거질 것이었다 그러나 뱀은 마을 입구의 도로 위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 다 붉은 꽃무늬가 점점이 박힌 뱀이었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그 꽃무늬가 바퀴 밑에서 무참히 짓 이겨질 것이었다 그러나 뱀은 햇볕 속에 그 꽃무늬를 피우고 있었다 채 피우지 못한 꽃무늬였다 뿌리가 아직 몸 속에 내리지 못한 꽃이었다 그 꽃이 꺾이면 몸둥이가 돌처럼 굳어버릴 것이었다 그래도 뱀은 바퀴들이 싱싱 달리는 도로가에 웅크리고 있었다 지금은 햇볕이 뱀에게 꽃이었다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뱀에게는 그 햇볕만이 유일한 피 난처였다 곧 밤이 내릴 것이었다. 서리가 차가운 유리처럼 내리는 밤을 견디기 위해서는 잠시 동안이나마 그 햇볕을 몸 속애 꽃피워두어야 했다 뱀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러나 곧 겨울의 짧은 해가 산그늘을 떨어뜨리자, 뱀은 어두운 풀숲 속으로 천천히 자신을 거두어 갔다 그 흔적이, 눈물자국처럼 도로의 표면 위에 엷게 얼룩져 있었다
뱀이 겨울잠을 자러 들어가기 전에 햇볕을 쬐고 있는 광경을 보고 쓴 시 같다. 무언가를 깊이 관찰한 후 쓴 시, 시에서 “뱀”은 인생으로 바라보고 “집”은 어디가서 잠들어야 하나, 즉 영원한 집을 말하며 죽은에 대한 계획? 노후대책? 그런 의견이 있었고, 뱀은 집을 나온 사창가의 어린 탕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모습을 그린 듯도 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승남 님 “도장골 시편- 질경이, 혹은 구름의 신발”
도장골 시편 -질경이, 혹은 구름의 신발
질경이는 혹시 구름의 신발은 아닐까? 구름이 비를 머금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벗어두고 간 그런 신발은 아닐까? 길이 생기면, 맨 먼저 모습을 나타내는 것 자신을 신고 가라고, 맨발로도 자신을 신고 가면 길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푸른 손짓을 하고 있는 저것
맹인 안내견처럼, 손에 초록의 고삐를 쥐여주는 저것
마치 목(木魚)처럼, 자신의 몸을 쳐 길을 가리켜주고 있는 저것
그렇게 길을 가리켜주다가 발끝에서 쇠 바퀴 밑에서 몸 다 으깨어져도 그렇게 으깨어질수록, 더 푸르게 잎 틔워 다시 푸른 손수건을 흔들고 있는
저것, 마치 대지가 길을 만들기 위해 삽질을 하다가 떨어뜨린 땀방울 같기도 한 질경이
혹시, 길이 되고 싶은 구름이 그 땀방울을 머금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길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벗어두고 간 그런 신발은 아닐까?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구름이 되라고, 그 신을 신고 땀의 비를 내리는 구름이 되어, 지상의 모든 목마른 것들 을 적셔주는 그런 맑은 물줄기의 길이 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離騷*의 구름 혹은, 그 길의 經. 질경이*는 혹시, 그런 구름의 신발은 아닐까?
*굴원의 시 *경상도에서는 길을 질로 발음하기도 한다
이 또한 설명이 많은 일부분의 연을 없애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고, 위 연에서 설명 다 되어 있는데 다시 “離騷*의 구름/ 혹은, 그 길의/ 經.”하며 반족하는 것은 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과 “離騷*의 구름/ 혹은, 그 길의/ 經.”이 부분 때문에 시가 산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소” “굴원”를 알게 된 시간이 되었다. “질경이는/혹시 구름의 신발은 아닐까?” 그냥 좋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 “귀천” 이름의 찻집에서 하는 시몰이, 서로 시를 읽다보면 시간가는 중 모르고, 시 이외의 얘기는 할 시간도 없이 시에 대해 얘기하지만, 언제나 가슴 뿌듯함을 안고 돌아온다. 그 기쁨이 먼 길을 쉽게 떠나게 한다.
시를 함께 읽고 느낌을 허물없이 나눈다는 것은 곧 서로 다른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들이 서로에게 무게가 되지 않는 것, 시에 대해 모르는 것, 나는 알 수 없는 것이 짐이 아니라 내 삶의 이슬이라는 것, 삶에 찌들린 시간들이 사람들에게 찌들린 시간들이 또 다른 푸른 사람들로 자라나는 풀들로 덮혀진다는 것, 흰죽을 서로 나누어 먹는 것, 혹은 먹여주는 것, 함께 시 속에서 흔들리면서 함께 시로 일어나는 것, 함께 돌아갈 시의 집을 찾는 것, 맑은 물줄기의 길이 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시간들은 느릿느릿한 풍경이 아니라 삽시간에 세상을 고요하게 만드는 폭설 같은, 그 풍경들을 뒤에 두고 내 몸 속에, 내 마음 속에 환하게 켜진 반딧불 같은 시간들이 오래도록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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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먼길, 비싼 노잣돈을 들여서 다녀가시는 길, 또 이렇게 정리하여 올려주시니 그 시간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 시간 서로 오락가락 설왕설래 나눈 말들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귀한 시간이었지만 뼈대만 올려두어도 생각은 또 우리 안에서 그렇게 자라갈터이니...그저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전향님.
빠진 중요한 얘기들도 많은데..기억과 또 글쓰기의 한계가 아닌가 해요..얻어가는 것이 많으니 노잣돈이 아깝지 않아요. 조금 일찍 만나 먹은 찌짐과 막걸리 참 좋았어요. 옆으로 샌 시 이야기를 해도 마냥 즐거운 시간이 좋아요...저도 사랑해요*^^*
멀리서 참석해주셔서 공부도 같이 해주시고 이렇게 후기까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번 김신용 시인의 도장골 시편 읽기는 그간 해온 시집들과 또 다른 즐거움이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참석해주신 나무그늘님의 말씀처럼
읽으면 읽을 수록 자연 속으로 푹 파뭍이고 있다는 그 느낌
더운 이 여름 김신용 시인의 시 읽기는 오랜만에 다시 들러보는
시골 마을에 있는 외갓댁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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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두분 사랑합니다. ^^
좋은 시집 선정해주셔서 늘 감사드려요..한줄로 시집을 얘기하실때 메모를 못했어요.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는데...알려주세요. *^^* 시가 편안하게 읽혀져서 쉬운 시가 생각헀었는데...함께 읽으니 정말 시인의 내공이 느껴져요..깊이 있는 시편들, 참 좋았아요..저두요~~*^^*
먼길 오셔서 함께 한 것, 얼마나 반갑고 좋았는지요. 그런데 어느새 부지런하고 꼼꼼히 후기와 자료들까지...참 고맙습니다.
전향님 매발톱님 오랜만에 ktx팀으로 하여 더욱 빛나는 시몰이, 또 늘 좋은 가르침 주시는 행운님, (저는 처음 뵌) 좋은
말씀 나눠주신 나무그늘님(반가왔습니다), 언제나 애써주시는 류빈님 진란님과 함께한 도장골 시편들 속으로의 여행은,
다시 보고 싶은 어릴 적 기억 속의 반딧불처럼, 열대야를 시원스레
밝혀주는 조용한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폐가 앞에서' 를 읽고 좋아서 김신용시인의 시편들을 검색하여 읽어 보았고, '섬말에서' ..등등 큰 울림이 있는 시편들을 만나 함께 공부해 보고 싶어, 추천하였는데, 시집을 사서 읽어보며 참 귀한 보물을 만난 듯 하였습니다.
시집 한 귀퉁이 귀 접어놓은 주옥같은 시편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또 설핏 읽고 지나쳐간 시들도 다른 분들의 눈으로, 생각을 더하여 다시 만나게 되는 것도 큰 수확이고 즐거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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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두 분, 또 + 류빈님과 매발톱님, 행운님 나무그늘님, 못 오신 와송님,
서귀자님 한 잎님 지금은 멀리서 참석 못하시는
구멤버 들로난 창님..더불어 숲님..등등 모두! 사랑합니다.^^
좋은 시편이 정말 많은 시집이더군요...열대야의 시에 그런 깊이 뜻이 있었는 줄은 몰랐어요..이슬시도 참 좋구요. 언제나 그러하지만...만나 뵈어 참 기뻤어요..와송 님 참오고 싶었을 텐데....늘 감사드립니다.
정말 뵙고싶었다고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오는 그런시간인데 알수 없는 충만한것이 차오르는 그런시간, 서울에 돌아가면 자주 참석할께요
첨 뵌 나무그늘님께 덜컥 딴지를 걸고오니 마음이 쪼깨 거시기한데요. ㅎ 워낙이 첨 뵌 분 같지 않게 친근해서 (알고 봤더니 대구 동향이라 그런가 ^^)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이니 괜찮겠죠? 다음엔 좀 누질러앉아서 오래 뭉그적거려도 괜찮을 시간을 한번 잡아서 갈 수 있길 희망해봅니다~ 아, 꽃사랑님 주신 핸드크림과 립글로즈 셜 다녀온 기념으로 딸아이 주었는데 학교에서부터 감기기운이 있어서 오자마자 엄마 찾았는데 안 보여서 삐져있는걸 그거 주고는 겨우..ㅎ 아이가 좋아해서 저는 더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류빈님 행운님 묘묘님 올만에 뵜더니 더 멋있어졌고 더 기품있어지셨고 나무그늘님 본디 잘 생긴 듯하고~
마지막으로 전향님...오매가매 이런 야그 저런 야그 날 새는 줄 모르고 덕분에 헤매지도 않고 즐겁게 다녀왔어요. 저 준다고 사주신 옥수수차랑 감말랭이도 고마웠고요. ㅎ 귀신 야그는 매우 흥미진진했구먼요~ 언제 한번 우리집으로도 초빙해야겠어요 영험하신 그분을요~ (음...전 지구적으로 전 우주적으로 뜨겁게 사랑하는 이 싸람들을 우찌 해야쓰까요~)
매발톱 씨앗 받아가신 분들은 잊어뿌리지 마시고 꼬옥 고 작은 것들을 걍 땅에다 흙에다 살째기 숨겨주십시오~ 싹인 나고 안 나고는 자라 꽃 피우고 말고는 그 씨앗들 몫이니까 뒤는 염려 마시공 (그래도 흙냄새는 맡게 해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당~)
*^^* 함께 가는 길목, 시 친구가 있어 더욱 즐거웠어요..얘기하느라 부산까지 갈 뻔했잖아요..*^^* 저는 귀신, 싫어요.*^^* 글고 어디사는지도 몰라요*^^*
도장골에서 도장골을 거닐었습니다. 류빈님, 행운님, 묘묘님, 꽃사랑님, 전향님, 매발톱님의 읊조림이 모두 시편이었습니다. 도장골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 두고 신나게 연신 두들겼습니다. 구겨진, 바쁜 마음을 반드럽게 펴고 온 것 같습니다. 땡볕 하늘아래 널찍한 그늘위 입니다.
처음 뵈었을 때도 다음에도 함께 하셨으면 했었는데....이렇게 아무 소식없이 나타나 만나뵈니 반갑고 기뻤습니다. 모르는 한문이 있었는데..마음 놓인 날이었어요.다음에도 꼭 함께 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