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스승의 날’이라 어제는 학생들이 간단한 의식을 치렀다. 반별로 치러지기 때문에 학급마다 수업 전에 나름대로의 행사를 가졌다. 담임이 아닌 나는 언제나 처럼 할 일을 하다가 3교시 직전 담임의 업무에 협력하는 반의 반장이 와서 고맙 게도 카네이션을 달아준다. 이틀 전 어머니회에서 사무실에 꽃바구니를 놓아두어 벌써 분위기는 조성되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수업을 않고 제주도내 사립중고등학교 선생님들끼리 운동장에 모여 체육대회를 여는데, 벌써 몇 년째다. 몇몇 어물전 망신시키는 교사들의 비리 때문에 교사 전체가 매도당해 선생님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요즘, 젊음을 다 바쳐 일한 대가가 너무 서글프다. 현역에서 마지막 맞는 날이기에 허무함을 억누를 수 없지만, 더 험한 꼴을 보기 전에 나서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참꽃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하는 낙엽관목으로 높이 6m까지 자란다. 가지는 넓게 퍼지며 어릴 때는 갈색털이 빽빽이 난다. 잎은 어긋나며 가지 끝에서 2~3개씩 달린다. 꽃은 잎과 함께 5월에 피고 홍색이며 깔때기 모양으로 가지 끝에 2~4개씩 달린다. 진달래나 철쭉류에 비해 꽃이 크고 높게 자라나 남성적인 느낌이 든다 하여 참꽃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제주의 상징 꽃으로 되어 있다.
♧ 참꽃여자 4 - 홍해리(洪海里)
긴 봄날 타는 불에 데지 않는 살 그리움 또아리 튼 뽀얀 목의 그 여자. 안달나네 안달나네 천지간에 푸른 휘장 아파라 아파라 바르르 떠는 이슬구슬 그여자.
♧ 참꽃이 지면 - 권경업
골골에 지는 저 꽃송이 허릅숭이 속 갈피에 마른 꽃잎으로 간작하렵니다 쉬 마음 들 데 없을 세상길 어찌 저 꽃잎 다시 꽃물 둘 날 있겠습니까만 내 아버지 생전(生前)에 바라시던 봄이 오는 그리운 나라 그 나라 봄이 오면 핏빛 울음, 핏빛 울음처럼 스러지더라며 그 모습 전하렵니다
♧ 참꽃 - 임노순 당신의 하늘은 오늘도 푸르겠지요? 어머니 그 따신 등에 업혀 오르던 산길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었지요 꽃잎은 또 얼마나 달디 달았던지요
파란 하늘 맞닿은 산 꼭대기까지 활활 타오르던 꽃불 마흔 해가 훨씬 지난 오늘 온 산에 참꽃불이 났어요 네 살적 그 달디 달던 꽃물 생각이 나요 오늘 당신의 따신 등에 업혀 저 산길을 오르고 싶어요
♧ 참꽃 - 안도현 저기 오는 봄 역적같이 오는 우리 봄을 보아라 얼음 겹겹 근심 쌓인 어깨를 벗고 기를 쓰고 능선을 넘어오는 참꽃 보아라 긴 싸움 끝에 그 쓰린 상처 위에 그리하여 눈물짓듯 덥썩 가슴에 와 안길 듯 차랑차랑 돋아나는 우리 사랑 보아라 설움도 눈이 부셔 나는 노래로도 이 봄을 다 채울 수 없는데 저 맵디매운 조선처녀 보아라 돌이킬 수 없는 꽃 지쳐 돌아온 오늘밤 그대에게 찬란히 몸 열어 넋까지 끝내 바치고야 말 꽃 참꽃을 보아라
♧ 참꽃 - 김헌 눈이 아프도록 피었다 때맞게 시들거나 때가 되면 몸빛 내릴 줄 아는 꽃이 꽃이다 새로 솟는 꽃눈 닮으려 눈주름 펴가며 팽팽한 욕망 채우지 않는 꽃이 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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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