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념갈비 |
‘포천에 가면 이동갈비를 꼭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을 만큼 이곳의 갈비맛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포천 여행객들에게 필수코스가 된 이동갈비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포천에는 군부대가 많아 이 지역의 소고기를 대량으로 납품했는데 그중에 비싼 소갈비만 납품이 되지 않아 그대로 남았다. 고민하던 업자들은 묘수를 내었다. 동네에서 음식 솜씨가 좋기로 소문난 김정민씨에게 갈비를 싼값에 넘길 테니 요리를 해서 팔아 보라고 권한 것이다. 이에 김정민씨는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에 ‘이동갈비’라는 상호로 맨 처음 갈비집을 열었고 그것이 이동갈비의 원조가 되었다.
당시 소갈비는 갈빗대가 너무 커서 도끼로 갈빗대를 반으로 쪼갠 일명 ‘도끼갈비’였다고 한다. 쪼갠 갈빗대에 붙은 살에 갈비 부위의 살을 굽기 좋게 손으로 일일이 포를 떠서 꼬치로 길게 이어 붙였다. 포천 지역에는 깊은 숲이 많아 참숯을 구워 파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우갈비를 먹기 좋게 손질해 참숯으로 구워내니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처음에는 인근 군부대 간부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이들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면서 입소문을 탔고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김정민씨는 정육점을 하던 친인척들과 함께 갈빗집을 운영하다가 사정상 문을 닫게 되었다. 그 후 37년 전 조카 김근자(70)씨가 포천시 장암리에 ‘제일갈비’를 창업할 때부터 20년 넘게 돕다가 작고했다. 자연스레 이동갈비 원조의 대를 잇게 된 김근자씨는 8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따서 ‘김근자할머니집’이라고 상호를 바꾸었다.
포천 이동갈비가 유명세를 타면서 이동갈비집 숫자도 엄청나게 늘었다. 장암리에만 20여곳에 이르고 광릉부터 일동을 거쳐 이동에 이르는 47번 국도변까지 합하면 100여곳에 이른다. 이제 개울가 중간에 상을 차리고 앉아 여유롭게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서 저렴한 가격에 참숯에 구운 한우갈비를 먹던 풍경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환경오염을 이유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차츰 원가 인상으로 한우만 고집하던 갈빗집들도 모두 수입산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동갈비는 아직도 손으로 일일이 살을 펴서 만든 수제갈비로 그 명성을 잇고 있다. 특히 원조의 대를 이은 ‘김근자할머니집’의 갈비맛은 이 지역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이 집은 반찬부터 남다르다.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민들레겉절이부터 가지나물, 동치미, 시래기나물, 더덕구이 등 한정식집 부럽지 않은 정갈한 반찬들이 상 가득 차려진다.
“좋은 재료와 정성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요.”
김씨는 이런 믿음으로 인근 농장에서 손수 재배한 채소를 갓 따와 싱싱한 식탁을 차려내고, 수확이 넉넉할 때는 단골들 손에 한 봉지씩 덤으로 쥐여준다.
이어서 환한 불꽃을 머금은 참숯화로가 올라온다. 저렴한 숯으로 대체하고 있는 다른 곳과 달리 비싼 가격에도 오직 참숯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재가 날리지 않고 참숯 고유의 향이 고기를 더 감칠맛 나게 만들어주기 때문.
한방약재 향이 살짝 스치는 양념갈비
갈비는 생갈비와 양념갈비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를 고루 시켜 맛보려면 먼저 양념을 하지 않은 생갈비부터 굽는 것이 좋다. 맛이 진한 양념갈비부터 먹다 보면 생갈비 고유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가 없다.
지글지글! 지방이 곱게 퍼진 이 집 갈비는 굽는 향부터 고소해 군침이 절로 꼴깍 넘어간다. 참숯의 불향을 입은 생갈비는 입에서 그야말로 살살 녹는다. 중간에 산뜻한 민들레생채와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이면 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얼마든지 많이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양념갈비는 많이 달지 않고 한방약재의 향이 코끝을 살짝 스친다. 깊은 숙성의 맛이랄까! 갈비 특유의 맛을 잘 살려내어 입에 착착 붙는다. 여기에 포천의 명물 이동막걸리를 한잔 곁들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우리 집 갈비맛은 바로 제 손에서 나와요!”
이곳은 이동갈비 전통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 갈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김씨는 37년을 한결같이 일일이 좋은 갈비를 직접 선별해 갈비를 손질해왔다. 그녀의 묵직한 어깨와 굵은 손을 보면 그간의 노고를 짐작할 수 있다. 한우가 귀해지면서 비록 수입산을 쓰고 있지만 값비싼 최고 등급만을 사용하기에 거세 육우 갈비보다 맛이 훨씬 더 좋다고 자부한다.
김씨는 마진이 박해도 다른 부위를 섞지 않고 오로지 순갈빗살만을 펴서 준비한다. 양념에 재기 전에 갈비의 핏물을 빼고 근수가 줄어도 5일 정도 숙성시켜 갈비 특유의 맛을 돋우는 것이 이 식당만의 비법이다. 양념은 질 좋은 진간장에 집간장을 섞고 배, 사과, 오렌지 등 과일즙과 직접 담근 여러 가지 효소를 넣는다. 자두, 가시오가피, 오미자, 꽃사과, 모과 등의 다양한 발효 효소가 쏙쏙 배어드니 건강에도 좋고, 맛도 일반 양념으로 맛을 낸 갈비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갈비를 먹고 난 뒤에는 이 집의 또 다른 별미, 된장찌개로 마무리하길 추천한다. 조개와 달래를 넣은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만큼 맛깔스럽다. 된장찌개가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해 근처 콘도에서 식사용으로 물만 부어 끓일 수 있도록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많다. 김근자씨는 해마다 된장을 직접 담근다. 메주를 쑤어 살짝 띄운 다음 쪼개어 소금물에 비비는데 8년 묵혀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 다시마, 멸치, 새우, 표고버섯, 양파, 배를 넣고 푹 고아낸 육수를 섞어 숙성시키니 감칠맛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고생이 벗이라 생각했기에 오늘이 있는 것 같아요.” 김씨는 아스팔트 성분인 검은 콜타르를 종이포대에 발라 지붕을 올린 루핑집에서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칸을 늘리고 늘려 지금의 번듯한 가게를 갖게 되기까지 또순이처럼 살아왔다. 손에 갈비 핏물 마를 날 없이 고단해도 건강한 음식을 항상 연구해온 그녀는 ‘매실에 쌀엿을 넣으면 발효가 더 잘 된다’는 등 요리 좀 한다는 사람도 처음 들을 만한 비법을 술술 쏟아낸다. 그런 지식을 자신의 음식에 고스란히 반영해 손님들 건강까지 챙겨주기에 이동갈비 골목의 터줏대감이 되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