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와 인공기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은 인공기인 국기를 헌법 169조, 애국가인 국가를 170조에 규정하고 있다. 붉은 폭 흰 동그라미 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는 대형 인공기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복판에 등장하고 ‘아침은 빛나라’로 시작되는 저들의 애국가가 서울 하늘에 울려 퍼졌다.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남북간 경기에 앞서 가진 개막식 행사에서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3월2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가진 1차전은 원래 북쪽이 홈 게임으로 평양에서 열었어야 했다. 그런데 저들은 평양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공개시킬 수 없다고 우겼다.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인데도 막무가내로 거부했다. 응원단도 안 된다고 했다. 충돌 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응원단 수를 줄여서 보내겠다고 해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제3국에서 치른 것이 상하이 경기다. 북측은 이번에 서울서 가진 원정 경기도 또 제3국을 들고 나왔던 게 지난 5월6일이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2차전 역시 3국에서 치러야 공평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단호한 거부로 더 버티지 못하고 서울에 와 경기를 갖게 됐다. 경기장 응원석엔 ‘조선 천리마 축구단 만세’라고 쓰인 셔츠를 입은 외국인 축구팬들의 북녘팀 응원이 있었다.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는 캐나다인 등이다. ‘붉은 악마’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남북팀을 모두 응원했다. 경기는 2차전 역시 1차전과 마찬가지로 무승부가 됐으나 그라운드 매너는 깨끗했다. 몸싸움 끝에 넘어지면 서로가 손을 내밀어 잡아 일으키곤 했다. 어느 이념단체는 ‘우리는 하나다’란 펼침막을 걸고 한반도기를 흔들어 댔으나 동포애는 순수했다. 동포애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 이념화다. 1차전 때 우리 대표단을 따라 응원단이 평양에 갔더라도 충돌이 있을 턱이 없다. 저들이 크게 의식한 것은 태극기와 애국가였던 것 같다. 태극기와 애국가는 8·15 광복 직후에도 한동안은 북녘에서도 사용했던 독립운동 당시의 국기며 국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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