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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음넷
“변화를 야기하는 쪽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주체적이고,
변화를 수용하거나 답습하는 쪽은 종속적이다.
자유로운 인간은 한 곳에 멈춰 서서
머무르지 않고 별 소득이 없어 보여도
애써 어디론가 건너간다.
이것을 문화적 활동이라고 한다.
이런 인간이 진짜 인간이다.
문제는 그들이 건너갈 그곳은
익숙한 문법으로는 아직 해석되거나
이해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곳은 무섭고 이상하다고 소문이 난다.
여기에 무모한 도전과 모험을 쑤셔 넣어
무서움에 균열을 내며,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고,
닿지 않는 별을 잡으려 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진짜 인간이다.
진짜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다.
(그런) ‘건너 가기’를 시행하는 자가
건너가는 자신을 직접 자각하고 경험할 때
그는 매우 ‘신비한 요동’ 속으로 빠지는데,
그것이 바로 황홀경이다.
이를 영어로 엑스터시라고 한다.
ecstasy(황홀경)는,
정해진 현재의 상태(stasis)에서
다른 곳으로 건너가는(ex) 자에게
오는 神의 선물이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정을 떠나기 란 쉽지 않다.
과거가 나를 안정과 편안이라는
이름으로 유혹한다.
이 유혹을 떨쳐내려면 불편하고 낯선
미지의 세계로 자신을 진입시켜야 한다.
어제의 상태로부터 자신을 강제로 이탈시키는
행위를 ‘엑스터시ecstasy’라고 한다.
엑스터시는 흔히 무당이 경험하는
입신의 경지나 마약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자신의 과거나 사회가 부여한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투쟁’을 의미한다.
무아의 상태로 진입하려는 마음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건너가는 자’는 아직 명료하게
해석되지 않은 것이 주는
공포와 위험(險)을 뒤집어쓰지(冒)
않을 수 없다. 모험(冒險)이다.
이러하니 모험(冒險)은
인간이 존재론적 의미에서
위대한 탑을 쌓는 첫 번째 벽돌이다.”
“돈키호테는 인간의 ‘첫 벽돌’을 움켜쥐고
일반화된 자신(stasis)을 넘어서서(ex)
고유하고도 특별한 각성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높은 자가 되었다.
돈키호테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그를 미쳤다고 했다.
돈키호테는, 우선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쾌락을 나누던 취미인 사냥을 끊었다.
살아봐서 알지만, 친구들과 공유하던 취미를
혼자만 끊는 것도 어지간해서는 힘들다.
친구들로부터 미친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각오를 해야만 겨우 가능하다.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미치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생각과 취미를 공유하던 친구들을
끊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가진 땅을 팔아 책을 샀다.
책을 읽기 위해 땅을 팔고 사냥을 끊는 일이
미치지 않고 가능하겠는가.
책으로 단련한 지적 탄력이 가장 강력하다.
읽는 양이 많아지고 탄력이 커지면,
경계를 넘고, 다시 또 넘고 하다가
결국 황홀경에 빠져 미친다.
결국 자신만의 세계로 진입하여
자신 만의 고유한 영토를 갖게 된다.
핵심은 주변의 시선이나 박수나
평가 등등을 과감히 무시하고,
자신 만의 세계로 스스로를 유폐 시키는 일이다.”
“돈키호테는, ‘우리’에서 자신을 탈출시켜
완전고립을 완수한다.
"유폐된 자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의 눈으로 자신 만을 바라보게 되면
황홀경에 빠져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풍차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거인이다.
모두가 양떼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군대다.
모두가 다 순례자라고 하는데도 그에게는 악당이다.
돈키호테의 종자인 산초 판사도
그것들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미친 돈키호테는 승패를 미리
가늠하려고 애쓸 정도로 자잘하지 않다.
이길 수 없거나 닿을 수 없다고 미리
판단하여 물러서는 좀팽이는 아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도 그냥 하고,
닿지 않은 별이라도 그냥 따러 나설 뿐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빠지고,
책에 미쳐 전답을 처분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할 수 없다.
황홀경에 빠진 자들만
불가능에 도전한다. 꿈을 꾼다.
계산이나 견적이 분명한 것들은 꿈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다 그럴 듯해
보이는 계획일 뿐이다.
불가능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
즉 명료하게 해석되거나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꿈이 아니다.
꿈이 바로 모험이고, 모험이 ‘건너 가기’이며,
건너가는 자가 진짜 인간이다.
돈키호테는 이렇게 해서 진짜 인간에 등극한다.”
“돈키호테는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다.’
혼자 미쳐 살면서 자기만의 언어를 구사하다가,
제 정신으로 돌아와 누구나 사용하는
정상적인 언어를 구사하면서 죽는다.
비정상으로 살 때는 자기였는데,
정상으로 돌아와서는 우리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미쳤을 때는 풍차에도 덤볐으나,
정상으로 돌아와서는 고작 흔해 빠진
유언과 고해나 준비하는 자잘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크고 굵게 살다가 좀팽이로 죽었다.
그렇다면 세상을 향해 돈키호테가 하고
싶었던 단 한 마디의 말은 무엇일까?
‘돈키호테’ 안에서 다 버리고
단 한 줄의 문장만 남긴다면 무엇을 남길까?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이 문장을 고른다.
‘쪼그라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
그러면 나쁜 운수도 부수어 버립니다.’
우선 쪼그라진 심장부터 쫙 펴자!
좀팽이처럼 자잘해 지지 말고,
크고 굵게 살자.“
-최진석(새말새몸짓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