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시루떡
다중이
청주로 유학을 간 큰형이 집으로 오는 날
엄마는 3000cc 엔진을 장착한다
쌀을 불리고 방앗간을 다녀오고
가마솥을 걸고 장작을 불을 지피고
가마솥 위에는
배불뚝이 시루가 올라가고
쌀가루가 올라가고 팥이 올라가고 연기가 올라가고
백설기떡 무지개떡 기주떡 팥떡 쑥버무리
떡의 종류는 엄마 불가침 영역이다
동구 밖 느티나무 너머로 어둠이 다가오고
엄마는 삽짝을 열어놓고 고샅길을 힐끗거리시고
오늘도 직행버스는 영락없이 완행버스다
큰 아들이 명예로운 교복을 입고 집에 들어오면
식구들은 백열 전구아래 옹기종기 모여들고
시루 곁에서 가정은 익어간다
큰 아들을 자랑하고 싶은 어머니는
떡과 나박김치을 차려놓고
이웃집으로 떡을 들고 나가신다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것은 세월의 희롱인가
찔레꽃피고 섬 휘파람새 우는 5월에
엄마의 시루떡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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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방 (시)
엄마와 시루떡
다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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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
23.06.09 11:1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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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 하나에 이야기 하나
잘 쓰셨습니다.
큰형에게 쏟아지는 엄마의 사랑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이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 아닌 다른 어떤 것, 없을까요?
백열구 아래 가정은 익어간다는 말 좋구요.
세월의 희롱이란 말과
마지막 행은 걸려 넘어지질 것 같고....
선생님 평에 감사드립니다
걸려 넘어질 것 같은 행의 변명입니다
어머니를 보내드릴 때가 오월이었고 무덤가에 찔레꽃이 피었고 섬휘파람새가 울었어요
찔레꽃은 이연실의 구슬픈 찔레꽃 노래를 생각했구요
휘파람새의 울움은 너무 천연덕스럽게 고아던 기억이나서요
큰형만 같아라, 큰형같이만 해라
엄마의 채근소리를 들을 때면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뜀박질 하다가 주저앚아 씩씩거리곤 했다
자랑스런 큰형과 우리를 놔두고 어머닌 아주 멀리 가셨다
오월이었다
큰형만 같아라
엄마의 백설기처럼 하얗게 찔레꽃 만발하고
섬휘파람새 울었다